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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종교전쟁으로부터 안전한가?
[류상태의 주일편지] 시민들의 의식이 깨어있어야 종교적 사회혼란 막아
 
류상태   기사입력  2013/05/17 [10:10]

▲ 한반도 종교전쟁을 막기위한 류상태 목사의 고언이 담긴  「신의 눈물」(부제 : 한반도종교전쟁)      ©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오늘은 교우님들께 저의 신간 장편소설 「신의 눈물」(부제 : 한반도종교전쟁, 2013년 5월 25일,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간행)에 대해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은 2008년에 우리나라에서 종교문제로 인하여 긴박하게 일어났던 사회 갈등을 목도하면서 한반도의 종교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며 쓴 소설입니다. 그해에 자료를 수집하고 2009년에 집필을 시작했는데 4년이 지나서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책 소개는 후기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출판사에서 교정을 보기 전의 초고이므로, 출간된 책의 내용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1.

한반도에 종교전쟁이 일어나는 게 가능할까요? 이념에 의한 전쟁이 아닌 종교전쟁이라니 무슨 생뚱맞은 얘기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반도가 종교로 인한 전쟁을 겪지 않고 지금껏 지내온 것이 기적같이 느껴집니다.

한반도에는 일찍이 불교가 들어와 천 년이 훨씬 넘는 세월을 지내오며 이 땅에 견고히 터를 잡아왔습니다. 유교가 국가이념으로 채택되어 한민족의 얼을 지배한 지도 수백 년 이상 흘렀습니다. 천주교가 들어온 지 이백 년, 개신교가 들어온 지 일백 년 이상 지났습니다.

지금 한반도에는 전통 무속과 함께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유교 등 세계종교가 공존하고 있으며, 천도교 원불교 증산교 등 신흥민족종교와 더불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찾아온 이주민에 의해 이슬람교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의 거의 모든 종교형태가 좁은 땅에 공존한 예는 역사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종교학자들은 한반도를 종교박물관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할 사실은 이런 유력한 세계종교들이 큰 전쟁이나 갈등 없이 비등한 세력으로 공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반도에도 종교로 인한 갈등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고려시대 국가이념으로 채택되어 중흥을 이룬 불교는 조선시대에 유교가 국교로 채택되면서 핍박을 받았습니다.

조선시대에 들어온 천주교는 당국의 핍박으로 수많은 신앙인이 순교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금 천주교는 곳곳에 순교지를 조성하여 이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주교가 핍박과 순교로 이해하는 그 사건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조선시대 민족사상의 근간을 흔드는 외래사상의 문화적 침략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처럼 종교로 인한 큰 갈등은 있었지만 한반도가 종교전쟁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종교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잔인하고 무자비한 참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반도가 종교전쟁을 겪지 않은 중요한 이유는 유교나 불교 등 동양종교의 너그러움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일 서양 유일신 종교들이 비등한 세력으로 한반도에서 그 위상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었다면 결코 종교전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유교와 불교 등 동양종교, 그리고 우리 민족종교 등에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반도가 종교로 인한 전쟁이나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혹은 갈등이 일어나더라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2.

이 소설의 초고를 쓰는 동안 어느 미국인 목사가 꾸란을 불태워 지구마을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어느 한국인 선교단체가 이슬람이 한국을 정복하기 위한 선교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은 비상식적인 발언이나 이런 저런 스캔들로 세간의 조소와 조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어느 대형교회 목사는 동남아시아 지진해일이나 미국 뉴올리언즈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을 신의 징계로 해석하여 물의를 일으켰고 아프간에 선교여행을 떠난 개신교인들의 피랍사건 등으로 개신교는 우리 사회의 근심거리가 되었습니다. TV에 출연하여 유명세를 탄 어느 목사는 스님들도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여 이웃종교에 큰 결례를 범했지만 개신교 내에서는 오히려 할 말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3.

이 소설은 만들어낸 이야기이므로 허구입니다. 하지만 소재는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많은 단편적 사건에서 따왔습니다. 현실기독교에 어떤 문제가 있으며 기독교가 안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제 글이 기독교인 스스로 자신들이 절대 가치로 삼고 있는 현실기독교의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준다면 큰 보람이 되겠습니다.

기독교인 중에는 이 소설을 읽고 기독교에 대한 편견과 오해의 소산이라고 분노하는 분도 계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목회 경력 20년의 전직 목사입니다.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일이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한 일을 미리 예견하고 대비하도록 하는데 이 글을 쓴 주요 목적이 있습니다.

저는 기독교에 대한 애정과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것처럼 이슬람교에 대해서도 비슷한 애정과 우려를 함께 갖고 있습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이 두 형제종교가 어떻게 관계정립을 하느냐에 따라 지구마을의 안녕과 평화가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불교에 대한 저의 존경심과 믿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 기독교와 불교,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이 첨예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우리 사회가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시민들의 의식이 깨어있어야 훗날 종교 갈등으로 인한 사회혼란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 소설을 쓴 중요한 이유입니다.

4.

저는 2004년에 목사직을 반납한 후 줄곧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해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시민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고 인터넷교회를 설립하여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 모든 일을 접었습니다. 기독교의 독선과 배타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독교의 탄생을 고대하는 것은 모든 뜻있는 기독교인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의 바램이지만 그 길은 너무도 멀고 험합니다.

안티기독교운동이나 시민단체의 노력 또는 법적 제도적 장치 등으로 인한 외부의 압력으로 개신교가 교리적 독선과 배타에서 벗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교리기독교인들은 어떤 압력과 제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려 할 것입니다. 현실기독교를 독선과 배타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깨어있는 기독교인들의 내적 각성운동을 통해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기독교의 진실을 알고 있는 진보기독교인들은 아직 소수이고 조직의 압력에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용기를 내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수께서 전해주신 가르침이 배타적 교리가 아니라 따뜻한 인류애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개신교인들 스스로 독선과 배타에서 벗어나 따뜻한 기독교, 새로운 기독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앞장서 노력할 것입니다. 아,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이 그런 세상을 앞당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는 기뻐서 춤을 출 것 같습니다.

5.

이 소설을 저의 후원자이신 이용진 선생님께 먼저 드립니다. 선생은 제가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계속하고 글을 쓸 수 있도록 용기를 주셨을 뿐 아니라, 저의 가족 모두에게도 희망과 행복을 주셨습니다.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몇 번 있었지만 저 자신을 채찍질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선생의 후원에 대해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글을 기꺼이 출판해주겠다고 나서주신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의 박길수 대표님과 소경희 편집장님께 감사드리며 함께 참여해주신 출판사의 모든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2013년 4월

일산 탄현동 나의 작은 서재에서

류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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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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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5/17 [10: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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