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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다 홀로 죽는 사회
[김영호 칼럼] 초고령 사회 진입 전 사회변화에 맞춰 제도정비 시급
 
김영호   기사입력  2013/02/21 [21:07]

지난 1월 16일 부산에 있는 한 다세대주택 보일러실에서 백골로 변한 50대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의 셋방에 걸린 달력이 2006년 11월에 멈춰 그의 사망시점을 말한다. 6년이 지나도록 집주인도 세입자들도 그의 죽음을 까맣게 모르고 지냈다. 그는 번잡한 도시에서 자기만의 고도(孤島)에 갇혀 혼자 살다 홀로 죽은 것이다. 이른바 고독사(孤獨死) 또는 무연사(無緣死)는 쪽방촌의 독거노인의 일만은 아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사회와 단절된 채 홀로 지내다 삶을 마감하는 죽음이 이제 예사가 되었다.

65세 이상 독거노인의 고독사는 말할 것도 없고 50~60대 초반의 중장년층의 고독사도 늘고 있다. 조기퇴직이 일반화하고 있으나 고실업 사회가 그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 까닭에 여성보다 남성의 고독사가 훨씬 많다. 직장생활을 삶의 전부처럼 매달려 살다 퇴직하는 순간 사회와 잇는 끈이 끊겨 갑자기 몰려오는 절망과 좌절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실업-이혼으로 쪽박촌-고시촌에서 혼자 살다가 뒤늦게 주검이 발견되는 청년층의 고독사 또한 적지 않다.

일본에서는 2011년 3만2,000명의 독거노인이 고독사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은 그 같은 통계가 없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통적 가족개념이 무너지면서 고독사가 초고령 사회인 일본이 걸어온 길을 따라 가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독고노인이 2000년 54만명이었는데 2012년 전체 노인 589만명의 20%가 넘는 119만명으로 2.2배 늘어났다. 5명 중의 1명꼴로 혼자 산다는 뜻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의 77%인 91만명이 빈곤층이라는 점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빈곤노인층 비율이 13.5%인데 한국은 45.1%로 그보다 3배 이상 많다. 그런데 2035년에는 독거노인이 3배 가까운 343만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40~50대 중장년층의 220만명이 독거노인이 된다는 소리다. 그들의 상당수가 이미 사별, 이혼으로 혼자 살고 있어 고독사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인 가구도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2000년 222만가구이었는데 2010년 그것이 414만가구로 86%나 늘어났다. 4가구 중의 1가구가 홀로 사는 셈이다. 고령화와 함께 젊은층의 1인 가구도 사별, 이혼, 독신, 만혼, 실업, 빈곤 등으로 급속하게 증가한 것이다. 1인 가구와 고독사는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다. 2011년 하루 43.6명 꼴로 자살했다. 한국의 자살률이 놀랍게도 9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중에서 1위이고 세계적으로도 리투아니아에 이어 2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자살자가 1만5,906명이다. 10만명당 31.7명꼴로 OECD 회원국 평균 12.9명보다 2.5배나 많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OECD 평균 자살률은 감소하는데 한국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이 높아진다. 20대 자살자는 10만명당 24.3명인데 40대 34명, 50대 41.2명으로 많아진다. 65세 이상 자살자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2~3배 이상 많아 노인빈곤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2010년 10만명당 81.9명으로 일본의 17.9명, 미국의 14.5명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높다.

이제 4인가구 위주의 주택-의료-복지-조세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다. 특히 노인복지정책이 시급한 과제다. 스웨덴은 스페인에 노인마을을 만들어 겨울에 그곳에서 노인들이 피한생활을 하도록 돕고 있다. 남의 나라는 이런 복지정책을 펴는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인 기초노인연금 20만원의 재원조달을 놓고 논란이 많다. 차제에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없애라는 천박한 주장까지 나오는 판이다. 오늘의 한국경제는 그들의 노력과 세금이 이룩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30년 가까이 부어야 월100만원을 받을까 말까하다. 그런데 공무원과 군인에게는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하면서 2~3배 이상 많은 월250~350만원씩 연금을 준다. 국회의원을 단 하루만 해도 65세부터 세금으로 월120만원을 준다. 그런데 노인기초연금 20만원을 주지 말라는 논리는 뭔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국회의원연금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왜 일반국민과 달리 그들의 노후생활을 세금으로 보전하는가?

주택정책도 4인가구에 맞춘 85㎡(25.75평)에서 1~2인가구를 위한 40㎡(12.12평)~60㎡(18.18평)로 바꾸고 공동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독신자에게도 아파트청약 신청자격을 주고 소득세 공제혜택을 주도록 세제도 개편해야 한다. 2025년에는 노인인구가 5명 중의 1명꼴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1~2인 가구가 이미 전체가구의 절반 가까운 48.2%를 차지한다. 사회변화에 맞춰 제도정비가 시급하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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