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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마추어’와 ‘프로’가 어울려 한판 춤을 추다
하나은행 FA컵에 도전하는 아마추어와 프로팀의 숨막히는 열전 즐겨보기
 
박진철   기사입력  2011/05/20 [17:28]
왜 사람들은 스포츠에 열광을 할까 

요즘 들어 문화 생활로서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기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스포츠에 더욱 빠져들고 있는 것일까.
재미있는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다른 분야가 여럿 있는데 말이다.

화려하고 원숙한 가창력으로 솜씨를 뽐내는 ‘나는 가수다’의 임재범 노래를 보고 들으면서 전율을 느낄 수도 있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대담한 스케일의 영화 ‘마이웨이’를 보면서 장동건의 빼어난 연기력에 푹 빠져들 수도 있지 않은가. 또,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보면서 왕년의 걸그룹 멤버 핑클의 옥주현이 ‘저렇게 노래를 잘했었나?’에 새삼 감탄하면서 노래와 연기를 한번에 즐기는 방법도 있으니까.
그 외에도 우리는 문화를 공유하고 여가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은 찾으면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본 기자는 그 중에서도 특히 스포츠는 그 끝을 미리 알 수 없다는, 결과가 정해져 있지 않은 의외성에 주목을 해본다.

스포츠라고 우리가 부를 수 있는 여러 종목들 중 결과가 미리 합의된 경우는 프로레슬링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뿐, 절대 다수의 스포츠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 결과는 끝날 때까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단지, 예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각 종목의 전문가가 같은 의견과 전망을 내어놓아도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스포츠의 당연하지만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가 있다.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스포츠, 그 중에서도 축구라는 종목의 이야기이다.

지구상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종목은 단연 축구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선 야구의 인기가 좀 더 높다고 할 수 있겠지만 세계적으로는 야구의 인기가 제한된 지역인 것에 반해, 축구는 전세계 어디서든 환영받는 스포츠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단일 종목으로서 올림픽의 인기와 규모를 능가하는 유일한 대회라 할 수 있는 월드컵과 천문학적인 연봉과 이적료를 기록하는 유명 선수들…
모두들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스포츠의 인기와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런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크게 프로와 아마추어로 구분해볼 수 있다.
프로는 말 그대로 그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즉, 평소 축구 만을 하면서 거기서 얻는 수익으로 삶을 영위하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자연히 아마추어와 프로는 실력차이는 그 간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아마추어는 이런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거나, 본인의 직업을 따로이 두고 취미로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프로 선수나 팀이 아마추어 선수나 팀보다 무조건 더 실력이 있다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는 한번 ‘붙어봐야’, 그래서 시합의 결과를 봐야 정확한 답이 나올 수 있겠다. 
 
실력이 차이나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만나 자웅을 겨룬다면?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들에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정기적으로 실력을 겨루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가끔 단발성 이벤트로 펼쳐지지 않는 한.
기자가 기억하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시합을 벌여 인기를 끌었던 것은, 국내에선 농구대잔치와 대통령배 배구대회가 있었다.
90년대 초중반, 농구에선 연세대와 고려대가 당시 실업팀들에 어지간해선 뒤지지 않는 실력과 인기를 누렸으며 배구에선 한양대가 실업팀들을 제치고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벌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 두 종목 모두 엄밀히 말해서 ‘진짜’ 프로가 아닌 실업팀과의 대결이었고, 프로리그가 정착된 현재에선 단발성 이벤트 경기가 아닌 이상, 이런 대결은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축구에서 축구협회가 주관하는 FA컵이 그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각국 대부분의 축구협회가 실시하는 대회 중에 FA컵이 이렇게 ‘서로 그다지 얼굴 마주칠 일 없는’, 프로와 아마추어 간의 맞대결을 가능하게 해준다.

축구라는 종목에서 의외로 많은 팬들이 잘 알지 못하고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FA컵의 의미를 설명해보고자 하다 보니 부연설명이 무척 길어졌다.

축구는 홈 앤 어웨이 방식의 리그전을 펼치는 다른 스포츠 종목들과 달리 프로 리그 만의 단일 대회로 한 시즌이 진행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영국의 잉글랜드의 경우, 1부리그로서 프리미어리그가 존재하지만, 시즌 중에 하부리그의 프로팀들과 시합을 벌여 우승자를 가리는 칼링컵, 전년도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리그 시작 직전 단판 승부를 벌이는 커뮤니티 쉴드, 그리고 잉글랜드축구협회에 소속된 모든 축구팀들이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는 FA컵의 네 가지 대회가 시즌 중에 혼재되어 진행이 되고 있다.

리그 개막 전, 이벤트적인 성격의 경기긴 하지만, 대부분 라이벌 팀간의 대결이 진행돼 불꽃튀기는 대결이 펼쳐지곤 하는 커뮤니티 쉴드의 두 팀 중 한 팀이 칼링컵이 아닌 FA컵 우승팀이라는 것에서 축구에 있어서 FA컵의 중요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지금은 유럽챔피언스리그의 인기에 밀려서 그 중요도와 인기도가 현저히 떨어져 이름까지 유로파리그로 바꿔서 진행되고 있지만 80년대,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 명성을 떨쳤던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레버쿠젠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대회도 각 국의 FA컵 우승팀들이 모여 자웅을 겨룬 UEFA컵일 정도로 FA컵은 그 중요도를 인정받는 전통의 대회이다.
 
칼레의 기적처럼, 다윗이 골리앗을 꺾을지 모르는 기대감을 즐겨보자

그러다보니 축구 역사에 있어 강자인 프로팀이 약자인 아마추어팀에게 시합에서 패하는 이변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흔히들 회자되곤 하는 ‘칼레의 기적’이 가장 대표적인데, 지난 2000년에 프랑스의 FA컵에서 우리나라의 챌린저스리그에 해당될 4부리그에 속해있던 칼레라는 아마추어팀이 결승까지 진출해서 아깝게 준우승을 했던 경우가 축구팬들이 FA컵에서 즐겨볼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재미를 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칼레의 경우처럼 결승까지는 아니지만 대회 중간중간 K리그팀이 하부리그팀에게 경기에서 지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곤 한다. 토너먼트 방식의 단판 승부인 대회라, 당일 컨디션에 따라 변수가 생기기도 하고 빡빡한 리그 일정에 2진급 선수들을 섞어 내보냈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한다.

내셔널리그의 팀이 FA컵 4강까지 진출한 적도 있고, 고등학교 팀이 16강까지 올라오는 이변도 일어났던 우리나라의 FA컵.. 작년부터 K리그, 내셔널리그, U리그, 챌린저스리그 팀에게만 출전권을 주면서 축구협회에 등록된모든 팀이 참여한다는 취지가 퇴색된 올해지만, 그럼에도 ‘다윗이 골리앗을 잡는’ 이변을 즐겨볼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포천’ 예선 라운드의 최대 돌풍으로 떠오르다
 
▲ 5월 18일 열린 수원 vs 포천 경기를 응원하는 포천 팬들     © 박진철
지난 3월 12일, 올해 2011 하나은행 FA컵 1라운드가 전국 각지에서 펼쳐졌다.
대학팀들이 속해서 리그전을 펼치는 U리그의 8개팀과 아마추어팀인 챌린저스리그의 8개팀이 먼저 승부를 펼친 것이다.

챌린저스리그 전통의 강호인 서울 UTD가 홈팀으로 광운대를 맞아 역전에 역전을 거든하는 치열한 승부를 벌였으나 아쉽게 3:4로 역전패했고, 역시 강호인 부천 1995가 경희대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3으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천시민축구단 또한 연세대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으나 아쉽게 패하고 말았는데, 아마추어팀이지만 곧 프로로 갈, ‘프로지망생’들이 모인 대학팀들에게 생업과 함께 축구를 해야 하는 챌린저스리그의 팀들에겐 결코 쉽지 않은 상대로 그 벽을 실감했었던 예선 1라운드였는데, 유일하게 대학팀과의 겨루기에서 승리를 거둔 한 팀이 있다. 바로 챌린저스리그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포천시민축구단이다.

2008년 창단 당시, 챌린저스리그에서도 약팀으로 확연한 실력차를 보여주며 안쓰러움을 주던 포천이었지만, 2009년부터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단박에 챌린저스리그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그 기세를 FA컵에서 보여준 것이다. 더군다나 이 날 상대팀은 다름아닌 대학 최고의 고려대. 수많은 스타 선수들을 배출한 명문팀을 상대로 포천은 맹폭을 가해 4대1의 낙승을 거두어 유일하게 살아남아 챌린저스리그를 대표하게 되었다.

이 날의 경기 결과는 많은 추구전문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는데, 포천이 속한 챌린저스리그 팀들의 경우, 프랑스 4부리그 칼레의 경우처럼, 본업이 따로 있고 여유시간에 연습과 시합을 뛰는 팀들이라는 것이다.

부상으로 축구를 일찍 포기했야 했던 선수, 프로나 실업팀에 입단하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축구를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선수, 심지어는 정식 축구 선수로 배움을 받지 못했지만 개인의 능력으로 팀에 합류한 선수들까지, 이렇게 챌린저스리그 팀들의 사정은 대부분 열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뤄낸 올 해 FA컵 첫 기적을 포천시민축구단이 만들어 내었다.
 
이변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기사 앞부분에서도 얘기했지만, FA컵 최대의 묘미는 약팀이 강팀을 꺾는 ‘반전’에 있다.

3월 12일, 홀로 살아남았지만 축구관계자들과 팬들을 놀라게 한 포천은 4월 10일, 네셔널리그의 6개 팀들이 참가한 예선 2라운드에서 홈으로 동국대를 불러들여 전반 초반 실점을 하고서도 내리 3골을 뽑아내며 이변과 파란을 계속 이어갔다.

연세대와 경희대가 연장 접전 끝에 각각 창원시청과 인천코레일을 1:0으로 누르고, 건국대가 경주시민축구단을 2대1로 꺾는 이변을 역시 일으켰지만, 포천의 두 경기 연속 승리가, 그것도 많은 골 차이로 승리를 일궈냄으로써 올 해 FA컵 초반 이변의 최대 돌풍으로 축구관계자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5월 18일, 포천은 FA컵 본선라운드 32강전에서 정말 프로팀인 작년 FA컵 우승팀인 K리그의 수원 삼성을 만나 다시 한번 기적과도 같은 이변에 도전하였다.

▲ 5월 18일 열린 2011 하나은행 FA컵 32강전 수원 vs 포천 경기를 알리는 수원 월드컵경기장의 전광판 안내     © 박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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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5/20 [17: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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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염악마 2011/05/23 [21:28] 수정 | 삭제
  • 제가 직접 축구를 보고온것 같네요
    2002년 월드컵때 축구 뿐만 아니라 운동경기에 대해 문외한인 저도 열광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나게 하는 기사네요^^
  • pasquina 2011/05/20 [22:08] 수정 | 삭제
  • 진정으로 축구를 즐기는 팬들이신 듯 멋져요^^
  • 축구팬 2011/05/20 [21:56] 수정 | 삭제
  • 마무리가 좀 아쉽긴 하지만 오랜만에 맘에 드는 기사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