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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화염병 시위에 눈길 매서워져
민주노총 네티즌 항의에 적극해명, 시위문화 바뀌려나
 
심재석   기사입력  2003/11/10 [20:10]

지난 9일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03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등장하자 민주노총 홈페이지에는 화염병 시위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민주노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10일에만 1000여개의 글이 올라오는 등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몇몇 네티즌들은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에 대해 기사에서 인용할 수 없을 정도의 욕설을 퍼붓는 등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중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민주노총을 비판한 의견 중 몇 개를 소개한다.

▲민주노총 게시판     ©민주노총홈페이지
ID 민노총 조합원
- 시청을 가득메운 노동자들의 힘, 정말 대단했다. 그러나 가두행진 속에서 발생한 화염병이나, 쇠파이프를 동원한 물리적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할것이며, 잘못된 것이다. 노무현정부의 반노동자적 노동정책을 쇠파이프나 화염병으로 박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노동자들의 벼랑끝 심정, 나도 노동자임으로 마찬가지다. 전경과 노동자 다 같은 피해자이다. 그리고 한발 물러 서보면 우리모두 다 같은 형제요 이웃이다.

ID jjs – 그 화염병을 맞은 사람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 화염병은 바로 살인무기입니다. 화염병을 던진 노동자는 살인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ID 학생 -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관찰시키는 건 민주국가에서 당연한 일이고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것도 어느 누구든 그러한 상황이라면 할 것입니다. (그런나)투쟁을 하더라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투쟁을 해야지 자신들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반감과 불쾌감을 주면서 투쟁을 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조를 하고 듯을 함께 해줄까요???

ID 민초 - 아무리 정당성있는 주장이라도 폭력이 있는 투쟁은 그 명분을 잃기 마련입니다.. 노동자 여러분 여러분의 절박한 심정또한 국민들은 느끼고 있고 우리 모두 대부분이 노동자 신분임은 틀림 없죠.. 하지만 우리의 주장을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사용하면서까지 펼친다면 그것은 고인이 되신 분들의 뜻과도 위배됨이고 또한 대중의 지지를 얻기도 힘이 든 것입니다

이처럼 민주노총의 폭력시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지난 5일부터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항의하러 오신 네티즌만 보십시오"라는 글을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차남호 ‘노동과 세계’ 편집국장이 작성한 이 글은 “불과 보름 사이에 (노동자)네 명이 목을 매고, 분신하고, 투신해 귀중한 목숨을 끊었다”며 “따질 때 따지더라도 우선은 노동자들이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민주노총신문 <노동과 세계>를 둘러보시길 부탁”하고 있다.

과거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에게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던 네티즌들이 이처럼 민주노총에게 강한 비판을 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2000년 4월 부평 대우자동차 노조원에 대한 경찰의 폭력사태가 났을 때만 해도 네티즌들은 압도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이었다. 더욱이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자들 조차도 국민의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일반 네티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봤듯 이번 민주노총의 시위에 네티즌들은 우호적이지 않다. 개혁적인 네티즌들 조차도 “뜻은 알겠지만 화염병 시위는 안된다”는 것이 일반적 정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지지층은 화염병 시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는 노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고 있다.

▲9일 노동자대회 모습, 이번 시위에는 화염병이 등장했다     ©대자보

네티즌들이 노동자로부터 등을 돌린 것을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민주노총의 화염병과 쇠파이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작년 촛불시위 이후 국민들은 촛불시위와 같은 유형의 시위를 새로운 시위문화의 모델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80년대식의 시위는 앞으로도 공감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96년, 97년 연속된 과격시위로 국민들로부터의 지지를 잃었던 한총련의 모습을 다시 상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이유는 노무현 정부의 등장이다. 김대중 정부에 이어 연속으로 개혁적 정권이 들어서자 국민들은 “민주화는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이를 반영하듯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일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되다”고 말했다. 즉 민주화 됐다는 믿음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정부의 등장으로 국민들이 점점 더 보수화 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과연 진정으로 민주화가 완성됐는지는 의문이다. 형식적인 민주화는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인정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로 인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민주화를 이뤘했다고 볼 수 있을까? 전태일 열사가 절망감에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이던 심정과 크레인 위에서 목을 메는 노동자의 절망감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10일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력의 책임이 경찰과 노동자 누구에게 있건 노동자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이번 폭력사태는 반복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번 대규모시위로 정부가 ‘민주화된 시대’라는 환상아래 노동자들을 더욱 압박하는 정책을 펼 것인지, 노동자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인지 결국 문제는 정부가 풀어나가야 한다./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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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1/10 [20: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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