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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박근혜 특사 순방에 왜 기자들이 대거 동행하나?
박근혜의 '정치적 위상'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박종률   기사입력  2011/04/26 [17:02]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오는 28일부터 9박11일간 유럽 3개국을 순방한다.

그런데 박 전 대표의 이번 해외순방에는 무려 24개 언론사의 기자 28명이 대거 동행 취재에 나선다.

정상(頂上)급에 준하는 수준인 이번 언론의 대규모 동행취재는 ‘이례적’이다.

물론 이는 ‘뉴스 가치’에 대한 각 언론사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결과이지만, 일각에서는 언론의 ‘과잉취재’ 경쟁을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4.27 재보선 이후 여권 내부의 권력지도 변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이른바 ‘미래 권력’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 수용은 억측이 무성한 ‘대립과 갈등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 21 단독 회동’ 이후 조성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치적 화해무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왜 대다수 중앙 언론사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해외순방에 기자들을 파견하는지’...그 이유와 배경을 짚어본다.

▶24개 언론사 소속 기자 28명의 동행 취재,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 전례를 찾기 힘든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가깝게는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 때 30개 언론사 기자들이 동행 취재를 했었는데, 숫자로만 보면 ‘대통령급에 맞먹는 수준’이다. 또 차기 여권의 대선 경쟁자 중 한사람인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었던 지난해 3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당시 정몽준 대표의 방중에 동행 취재했던 언론사는 10여군데에 지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 개인으로 봐도, 지난 2008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언론사는 10여곳, 2009년 8월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유럽연합(EU)과 헝가리,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는 동행 언론사가 2곳에 불과했다. 때문에 과거 전례에 비춰 이번 박 전 대표의 유럽순방을 동행취재하는 기자단의 규모는 가히 ‘매머드급’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지난주 오세훈 서울시장의 미국 방문에 동행했던 취재기자는 12명, 김문수 경기지사의 캐나다, 미국 방문에 동행한 중앙 언론사는 단 1곳이었다.

▶일각에서는 언론의 ‘과잉취재’라는 지적도 나오는 것 같은데...

= 이번 박 전 대표 순방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1인당 소요경비는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포함해 최소 8백만 원에서 최대 9백만 원 정도다. 물론 이 경비는 모두 언론사들이 자체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 전 대표의 ‘입’만 바라보는 이른바 ‘받아쓰기 취재’에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기자들을 파견해야 하는가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뉴스가치에 대한 판단은 언론사들의 몫이다. 즉, 기자를 파견하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에서 지지율 40% 안팎의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뉴스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여야의 총력전 속에 내일 치러지는 4.27 재보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른 여권 내부의 ‘판짜기’가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도 박 전 대표의 발언과 행보가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정치상황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의 해외순방에 기자들을 파견하지 않는 몇몇 중앙 언론사들도 있는데, 공교롭게도 진보 성향의 매체(경향, 한겨레신문)들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른바 여권의 ‘미래 권력’으로 불리면서 상당수 언론들이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눈치보기, 줄서기’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번에 박 전 대표 특사순방을 동행 취재하는 언론사는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 한국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내일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CBS, KBS, MBC, SBS, YTN, MBN, OBS, 연합뉴스, 머니투데이, 데일리안, SBS(촬영), OBS(촬영), MBC(촬영), MBN(촬영).

▶박근혜 전 대표쪽에서는 언론의 취재열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 고마울 수도 있고, 또 부담도 될 수 있을텐데...전반적인 분위기는 ‘표정관리’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박 전 대표쪽에서는 “언론이 자기 돈으로 순방에 동행해 취재하겠다는 데 우리로서야 도리가 없지 않느냐, 우리가 취재를 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고...” 라는 입장이다. 다만 박 전 대표 사무실은 동행 기자들의 항공편과 숙소예약 등의 편의 제공을 위해 어제까지 개별 언론사들의 취재신청을 접수해 특사 일정을 짜는 외교통상부에 전달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번 3국 순방을 통해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의 정상을 비롯해 고위층 인사들과 면담을 갖고 현지 한인교포들과도 만날 예정이며, 동행기자들과 2차례 정도 간담회를 가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특사라는 신분의 성격상 박 전 대표가 정치 현안이라든가 자신의 대권행보와 관련된 공개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많은 기자들이 동행하는 만큼 박 전 대표가 기자들의 욕구를 의식해 ‘성의’를 보일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순방일정은 다음과 같다. <네덜란드> 4.29 - 이준 열사 기념관 방문, 베아트릭스 여왕 예방, 재외국민 간담회 4.30 - 국제기구 진출 우리인사 조찬, 대사관저 오찬 <포르투갈> 5.1 - 동포간담회 겸 대사관저 만찬 5.2 - 실바 대통령 예방, 아마두 외교장관 주최 만찬 <그리스> 5.4 -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 파풀리아스 대통령 예방 5.5 - 지.상사, 한인회 초청 오찬

▶박근혜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데...

= 박 전 대표가 현 정부 출범이후 대통령 특사로 외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지난 2008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2009년 8월에는 유럽연합(EU)과 헝가리, 덴마크를 방문했다. 그런데 이번 특사에 정치적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비즈니스벨트 원점 재검토 발언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 언급을 하면서 두 사람의 대립설이 증폭된 이후에 특사파견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달 직접 박 전 대표에게 특사 파견의 뜻을 전달했고, 박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하면서 일단 외견상으로는 지난해 ‘8. 21 단독 회동’ 이후 조성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해무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반면 야당측에서는 특사파견과 발표시점에 주목하면서 청와대가 4.27 재보선에서 박근혜 지지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의도적으로 박 전 대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간접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비난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재보선 막판에 불거진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진영의 불법선거운동과 이재오 특임장관실의 경남 김해을 선거개입 의혹이 돌출변수로 등장하면서 박근혜 특사파견 건이 재보선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아졌다. 물론 박 전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을 직접 도와줘야 한다”는 당내 인사들의 공개 요구에도 불구하고 재보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세 차례나 대통령 특사로 파견되는 것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

=사실 청와대가 특정 인사를 대통령 특사로 결정하는 것부터 ‘정치성’이 가미된다고 할 수 있다. 기억하다시피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2008년 1월 이른바 ‘4강 특사’라고 해서,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일본특사로, 박근혜 전 대표는 중국특사, 정몽준 의원을 미국특사, 이재오 의원을 러시아 특사로 파견한 바 있다. 이상득 전 부의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이다. 이후에도 이상득 전 부의장은 지난해에는 리비아 특사로, 정몽준 의원은 2009년 8월에 미국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장례식 때 대통령특사로 조문단을 이끌기도 했다. 따라서 대통령 특사라고 해서 차기 대선주자들의 위상이 강화된다고 하기 보다는 여권 핵심부가 차기 주자들을 적절하게 견제 관리하는 측면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정몽준, 이재오 의원과 같은 차기 대선예비 주자들과 단독 회동을 갖는 것도 같은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유럽 순방을 마친 뒤 다음달 중순쯤 결과 보고형식으로 이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을 가질 예정이고, 앞서 정몽준 의원은 지난 19일 이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갖기도 했다. 다만 4.27 재보선 이후 여권내 새판짜기 분위기 속에 대권 잠룡들의 힘겨루기 세력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와대의 컨트롤에도 불구하고 대선주자들의 차별화 행보가 치열해지면서 파열음이 불거질 소지는 그만큼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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