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삼성생명 본관앞은 사유지야, 테이블 치워"
삼성, 경비요원시켜 삼성생명해고자들 기자회견 방해
 
김주영   기사입력  2003/11/07 [19:57]

7일 삼성생명본관 앞에서 삼성생명해고노동자 집단단식 사태해결을 위한 사회단체들의 긴급기자회견이 열렸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쌀쌀해진 날씨 속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10월 13일 상공회의소 앞 노숙투쟁을 시작으로 26일째는 맞고 있는 삼성생명해고자들의 단식사태에 대해, 삼성생명측의 '성의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은 삼성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이하 해복투) 윤진열 위원장의 발언과 성명서 낭독만을 약식으로 서둘러 마치게됐다. 삼성생명관계자들이 나와 이들의 집회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모습, 삼성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막아서고 있다. 우산을 쓰고 있는 모습과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 대비돼 보인다     ©대자보

오전 11시 30분 삼성생명 본관 앞에 기자회견을 준비하기 위해 테이블을 가져놓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테이블이 놓이고, 의자를 놓는 등 기자회견 준비를 시작하려는 그때 삼성생명 측 관리자들 4~5명이 다가와 "본관 앞 공터는 삼성생명의 사유지이다. 그리고 테이블을 놓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된다. 테이블을 당장 치워라."고 말하면서 기자회견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이에 해복투 관계자들과 사회단체대표자들은 "집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잠시 기자회견만 하는데, 이러는 것이 어디있냐?"며, "삼성생명은 기자회견도 못하게 하느냐? 해고는 맘대로 시키면서 기자회견도 맘대로 못하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자, 시간을 더 이상 끌을 수 없다고 판단한 해복투관계자들은 테이블을 치우고 피켓을 들고 선채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했다.

▲테이블을 치우라고 이야기하는 삼성관계자에 맞서 항의하고 있다.     ©대자보

하지만 이조차도 삼성생명관계자들은 "하려면 여기서 하지 말고, 저기 인도로 나가서 해라!"라며 피켓을 든 사람들을 해산시키려 했다. 이에 몇몇 시민단체관계자들은 거세게 항의하며 기자회견을 급하게 진행시켰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경비요원들 10여명이 나와 기자회견장 앞을 가로막고 서서 서로 대치한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선채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는데도 나가서 하라며 방해를 하고 있다     ©대자보

기자회견에서 해복투 윤진열 위원장은 "우리는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했다. 그래서 집회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려 했을 뿐이다. 하지만 회사측에서는 손배가압류를 통해서 수억의 돈을 청구하고, 구속하고 있다. 최소한의 교섭조차 하지 않고 있는 삼성생명의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다"라며 삼성을 강력히 비판했다.

▲기자회견중 삼성부당해고자노동자 한분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자보

삼성생명의 손배가압류 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98년 5월과 10월 희망퇴직을 빙자한 강제성 해고에 대하여 항의하며 해고무효확인소송을 하자, 삼성생명측에서 이를 취하할 것을 요구하며 퇴직위로금을 반환할 것을 주장하는 소송을 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가압류금액이 부동산 및 금융자산을 합쳐 약 52억 5천만원이다. 한편 손해배상 청구액수는 집회발언과 선전물에서 명예훼손, 그리고 업무방해벌금 등으로 벌금을 1억 4천만원에 이른다. 현재까지 해고자들이 낸 벌금 규모는 약 1천여 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추가 손배소 및 가압류가 예상되기 때문에 수억규모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재벌 삼성의 탈법, 부당노동행위, 여성차별을 용인하는 노무현 정권과 언론은 공범"이라고 규정하고, "삼성해고자의 생명을 건 단식에 대화조차 거부하는 삼성생명, 이건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해고노동자투쟁에 결국 무릎꿇고 말 것이다"라면서 사회운동대표자들이 삼성생명 해고자의 투쟁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와 공동의 투쟁을 벌여나갈 것임을 밝혔다.

▲기자회견모습     ©대자보
삼성생명해고자들은 ▲해고자의 원직복직과 명예회복 ▲민·형사소송 취하 ▲민·형사소송과 손배가압류문제에 대한 해결 ▲삼성그룹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정부차원의 조사와 사법당국의 수사, 국회국정감사를 통해 추진할 것 ▲편법증여 등 삼성의 탈불법 행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추진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책임자와의 교섭을 요구했다.

집회이후 사회단체 대표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농성 중인 삼성생명 해고자들을 지지방문하고, 인권위 위원장 면담요청과 더불어 삼성생명 여성차별, 여성인권유린 및 집회 시위 법률에 관한 개선을 권고하고했다. 아울러 남대문경찰서 집회시위 대리신고 접수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인권위 위원장은 11월6일 " 남대문 경찰서 집회 시위 대리신고 접수"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측이 기자회견을 어떻게 해서라도 막으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면, 기자회견을 강압적으로 막으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의 이미지에만 급급해 노동자를 내쫓는 모습은 너무나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으로 보인다. 삼성 이미지 광고 중 "함께가요. 삼성"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 문구가 쓰여있는 건물앞에서 내쫓겨 억울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삼성은 누구와 함께가자고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국가의 대표기업이라 불리우는 삼성의 이런 모습은 이들이 부당노동행위의 대표기업은 아닌가라는 판단까지 들게한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고 호소하는 해고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한 삼성생명은 이들을 죽인 "살인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 사회부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11/07 [19:5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