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프로배구 삼성과 현대, '비교체험 극과극' 결말은?
[스포츠 동향] 영원한 우승후보의 치욕과 희망…프로배구 '새 역사' 쓸까
 
취재부   기사입력  2011/01/30 [00:24]
유례없는 '혼돈'의 배구판
 
국내 프로배구에서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영원한 우승후보이자 챔피언결정전 단골손님이다. 지금까지 6번의 프로배구 챔피언 중 삼성화재가 4번, 현대캐피탈이 2번으로 나눠가졌다.
 
그런데 올 시즌(2010-2011) 두 팀은 어느 해보다 심한 부침을 거듭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 때문에 배구판은 시즌 중반을 넘어서고 있음에도 우승후보는커녕 플레이오프 진출 팀마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혼돈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최근 3년 연속 챔피언을 차지했던 삼성화재는 올 시즌 들어 만년 하위팀이던 상무신협, KEPCO45에게도 연거푸 패하며 '꼴찌'까지 내려가는 치욕을 경험하기도 했다. '동네북'이라는 힐난까지 들었다. 해마다 시즌 전에는 선수 구성상 약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걸출한 용병의 위력으로 시즌 내내 1위를 달리며 결국 챔피언까지 거머쥐었던 위풍당당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현재 5위에 머물고 있는 삼성화재는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4위를 차지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게 마지막 남은 희망의 동아줄이다. '외국인 노동자 학대'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삼성화재 경기 승패의 70%를 차지하는, 용병 '가빈'이 체력만 적절하게 보충하면 플레이오프라는 단기 승부에선 어느 팀과 붙어도 해볼 만하다는 게 삼성화재 안팎의 기대 섞인 전망이기도 하다.
 
꼴찌 삼성과 외화내빈 현대‥"적응 안되네"
 
현대캐피탈의 부진과 외화내빈은 배구 전문가와 팬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을 앞두고 유럽 리그에서 용병 생활을 하던 국가대표 주포 문성민 선수를 영입했다. 여기에 한때 세계적인 공격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푸에르토리코 국가대표 '소토'까지 영입했다. '용병이 2명인 팀'이라는 부러움까지 샀던 현대캐피탈은 시즌 전까지만 해도 압도적 1위의 경기력을 보이며 절대 지존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문성민의 1라운드 출장정지 징계와 소토의 2라운드 부상이 겹치면서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의 부진에는 단지 주포의 결장보다 고질적인 서브 리시브 불안과 허약한 서브, 조직력의 부조화 등이 더 큰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캐피탈의 현재 성적은 12승 6패로 2위다.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라이벌 삼성화재의 추락에 비하면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패배의 내용이 '치명상'에 가깝다. 현대캐피탈이 패한 6경기는 라이벌 삼성화재에 3전 전패, 대한항공에 3전 전패다. 특히 1위 대한항공에게는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모두 3-0 셧아웃을 당했다. 어제(29일)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1위 탈환을 놓고 대한항공과 일전을 벌였지만, 현대캐피탈은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3-0으로 맥없이 무너졌다. 대한항공의 강력한 서브와 다양한 패턴 플레이에 속된 말로 '탈탈 털린' 것이다.
 
2위 팀이 특정 팀에게 시즌 내내 전패를 당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우승을 향한 현대캐피탈의 앞길이 그만큼 험로를 예고한다. 어느덧 현대캐피탈과 팬들은 1위는 고사하고, 5위 삼성화재가 4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까봐 노심초사해야 하는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자칫 삼성화재와 플레이오프에서라도 맞붙게 된다면, '공삼증'(삼성 공포증) 때문에 챔피언전 진출조차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조차 "삼성화재와 가빈은 우리만 만나면 펄펄 날고, 우리 선수들은 삼성만 만나면 늘 불안해 한다"고 공개적으로 토로할 정도다.
 
대한항공-LIG-우리캐피탈, "우리도 챔피언전이 보인다"
 
그러나 영원한 우승후보의 추락은 다른 팀들에겐 기회이자 희망이다. 특히 만년 3위 팀인 대한항공은 탄탄한 조직력으로 올 시즌 1위를 질주하며 그 어느 해보다 챔피언전 진출과 우승의 꿈에 부풀어 있다. 김요한-이경수라는 걸출한 쌍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세터와 리베로의 부조화로 번번이 플레이오프 진출이 죄절된 LIG도 올해만큼은 '봄 배구'에 대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다 젊음과 패기로 빠른 배구를 구사하며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캐피탈(서울 연고지)은 챔피언전 길목에 우뚝 선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그렇다면 삼성과 현대의 부침을 바라보는 배구팬들은 어떤 심정일까. 물론 삼성과 현대 팬들이야 걱정과 분노가 교차하겠지만, 적지 않은 배구팬들은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양강 구도가 깨지길 바라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팀들이 챔피언전에 올라가야 전체적으로 프로배구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90년 대의 배구 전성기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이야말로 식상한 양강 구도가 깨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 프로배구는 삼성과 현대가 부진한 틈을 타 중하위권 팀들의 전력이 급상승하면서 매 경기마다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가 이어지며 배구팬들의 흥미를 고조시키고 있다. 
 
배구팬은 설렌다‥프로배구 관중·시청률 폭등
 
그 바람에 프로배구는 지난 해보다 관중이 30% 이상 급증했다. 상위권 팀 간의 경기에는 관중들이 꽉 들어찬 만원 경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흥행의 또 다른 지표인 케이블TV 시청률에선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맞먹는 시청률을 보이며 겨울철 스포츠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경쟁 관계인 프로농구 평균 시청률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KBSN 스포츠 여자 아나운서들- KBSN 스포츠는 수년째 프로배구 전 경기를 독점 중계하며 배구 인기 상승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10~2011 시즌에는 소속 여 아나운서 5명이 모두 투입돼, 경기 전·후 감독과 수훈선수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KBSN 스포츠

프로배구 인기 상승에 고무된 일부 배구팬들은 올 시즌 챔피언전만큼은 삼성-현대가 아닌, 대한항공-LIG-우리캐피탈-KEPCO45가 끼거나 이들만의 챔피언전을 학수고대하기도 한다. 이들 중에는 최하위까지 내려갔던 삼성화재가 꾸역꾸역 4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전까지 올라가 또다시 우승을 거머쥐는 '대역전 드라마'를 "최악의 공포스런 시라나오"라고 농담 삼아 얘기하곤 한다.
 
전례 없이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는 영원한 우승후보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두 팀의 마지막 신(scene)은 어떻게 장식될까. 올해엔 둘 중 하나가 빠진 혹은 아예 이들이 없는 챔피언전을 볼 수 있을까. 그 낯선 풍경을 배구팬들은 또 어떻게 맞이할까.
 
이래저래 프로배구 '겨울 드라마'의 결말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1/01/30 [00:2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