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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오은선 '칸첸중가 의혹' 왜 해소 안되나
국가적 축하 분위기에 산악계 '침묵'…한국 산악계 도덕상 타격' 부메랑'으로
 
구용회   기사입력  2010/08/30 [04:57]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산악인 오은선 씨의 칸첸중가 정복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CBS 뉴스쇼팀도 그동안 오은선 씨의 논란이 제기된 이후 산악인과 히말리야 등정 기록의 권위자인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 등을 상대로 그동안 계속 추적을 해왔다. 이번 사건을 추적하면서 뉴스쇼팀의 결론은 한국 산악계에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정리하게 됐다. 왜 오은선 논란이 해소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뉴스쇼팀에서 오은선 씨 논란을 추적하게 된 배경은 뭔가?

=오은선 대장이 문제의 칸쳉중가에 오른 것은 2009년 5월 6일이다. 그 이후 스페인 여성 산악인 에두르네 파사반(36)이 등정 의혹을 제기했고 국내에서도 논란으로 떠올랐다.그 이후 산악인들이 익명으로 '언론이 뭐하고 있나, 파헤쳐야지'라며 산악인들의 일부 분위기를 뉴스쇼팀에 전달해왔다. 그러나 이 분들은 "직접 방송으로 얘기해달라" 부탁했지만 "나설 수 없다"며 언론이 역할을 해달라"고 출연을 거부해 뉴스쇼팀은 나름대로 취재를 계속 해왔다.

▶산악인들에 대한 취재 결과는 무엇인가?

=한 유명 산악인은 "정상을 올라 본 등반가로서 오 대장이 정상 사진이라고 제시한 사진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고 단언을 할 만큼 정상 등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또 오은선 씨가 캉첸중가에 오른 그날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베이스 캠프의 마지막 관측지점에서 3시간 40분 만에 정상에 올랐다고 하지만, 도저히 물리적으로 주파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국내 산악인 선배들도 오은선 대장에게 논란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을 법 한데?

=몇몇 산악인들은 비공식적으로 산악인 선배들이 오대장을 불러 문제제기를 하고 동시에 차라리 다시 한 번 떳떳하게 칸쳉중가를 오르라고 권유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 대장은 산악인 선배들의 권유와 충고를 듣지 않은 것으로 뉴스쇼팀도 전해들었다.

▶히말라야 등반기록가인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도 수 차례 접촉을 해왔는데 어떤 결과가 있었나?

=알려진대로 홀리 여사는 뉴스쇼팀과의 통화에서도 "자신은 결코 등산을 인정하는 '인정가'가'가 아니고 기록하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전제를 깔았다. 이 분은 30년간 네팔 현지에서 등정하고 내려오는 산악인들을 만나 정상 등정에 대한 인터뷰를 기록해왔기 때문에 이 분의 기록이 산악계에서는 권위를 갖고 있다. 그런데 오 대장이 지난 4월말 안나푸르나를 마지막으로 히말라야 14좌를 등반하고 만났을 때도 홀리 여사는 오 대장에게 "안나푸르나에 대한 등반과정을 설명 듣고 '축하한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당시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오 대장 등정에 다른 여성 산악가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이에 따라, 오 대장이 정상에 올랐는 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라고 설명을 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오 대장을 인도했던 셰르파 가운데 몇몇이 오 대장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 사이 뉴스쇼팀은 셰르파 면담 결과를 알고 싶었지만, 네팔에서 교통 등 공공부문 파업이 장기화돼 미뤄졌는데 그 사이 다른 방송이 현지에서 셰르파를 면담해 이 부분이 확인이 됐다.

▶결국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오은선 대장과 산악계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상태로 생각되는데?

=이 문제를 조기에 해결했어야 하는데 '실기'한 측면이 있다. 문제가 불거졌을때 초기에 산악계는 등반의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인간적으로 어렵다며 침묵했다.

▶인간적으로 어렵다는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이 분들 말씀은 "언론이 '여성 최초 14좌 등정'이라고 이미 '플래카드'를 펼쳤는데, 그런 압도적 분위기에서 그런 문제를 제기하면 '재를 뿌린다고 할텐데 누가 나서겠냐"라는 현실적 인식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도 고산을 정복하는 것을 '성취와 극복'의 개념보다는 '국력' 또는 '국가의 자랑'으로 여기는 '애국주의'에 둘러쌓여 있다. 따라서 검증보다는 '축하'에 몰두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산악계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인간적 고뇌' 때문에 오히려 오은선 논란이 국제 산악계에서 한국 산악계의 신뢰성과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부메랑이 되는 측면이 있다. 즉, 선배들의 침묵이 이번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지 못하고 미궁에 빠트린 결과를 낳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계 정상등극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

=지금 세계 산악계는 대규모 원정대를 이끌고 정상 정복만을 목표로 하는 이른바, '등정주의', 이 '등정주의' 보다는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통해 산을 올랐고 높이가 낮아도 새로운 길, 처녀 길을 개척해 험난한 길을 걸어 정상을 정복하면 그 가치를 더 인정해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누리꾼들이 지적하듯이 '등정주의' 상대개념으로 이를 '등로주의'라고 하는데 서구에서는 자기친구나 동생, 셰르파 한 두명을 데리고 소규모로 어려운길, 미개척길을 개척하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남선우 한국 등산연구소 소장은 우리 산악계가 언젠가부터 스폰서가 끼어들고 상업화가 되면서 산을 오르면 자연을 배운다는 순수한 의미가 퇴색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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