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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기업' MB정부에서 대기업은 과실만 따먹어
[대·중소기업 상생 시리즈②] 매출액 대비 투자·고용 저조, 대기업은 불만
 
심나리   기사입력  2010/08/05 [01:50]
이명박 대통령의 '대기업 때리기' 발언으로 촉발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문제가 올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반발하던 대기업들도 결국은 태도를 바꿔 중소기업과 상생을 모색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CBS는 대·중소기업 상생의 걸림돌은 과연 무엇인지 짚어 보고, 그 해법은 무엇인지 다섯 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대·중소기업 상생 시리즈]
①대·중소기업 상생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②'친기업' MB정부에서 대기업은 과실만 따먹어
③불공정 하도급에 망해가는 중소건설업체
④중소기업, '글로벌' 시장에서 길을 찾다
⑤대·중소기업 상생, 해법은 무엇인가?

 
최근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에 맞서 재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대기업의 투자 및 고용은 실적 대비 크게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정책에 힘입어 승승장구한 국내 대표 기업들이 과실의 달콤함만 맛보고 사회적 책임에는 무심했다는 지적이 힘이 얻고 있다.

◈ 고용 확대 '시늉'만…中企에 온기 전달될 근본 대책 있어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3월 선진국에 비해 낮은 고용률을 끌어올리겠다며 '300만 고용창출위원회'를 발족했다.

향후 8년간 3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으로, 계획에 따르면 연간 40만 개 일자리가 새로 생겨야 하며 올해는 30만 개가 목표다.

그러나 올초 대기업들이 발표한 신규 채용 규모는 청년 실업난 해소에만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경련은 지난 1월 발표한 30대 그룹의 2010년 신규채용 계획이 7만 9,199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8.7% 늘었다고 밝혔지만, 이는 지난 2008년 8만 4,642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30대 기업은 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를 이유로 13.9%나 신규 채용을 줄인 바 있다.

실제 삼성그룹의 경우 신규채용을 지난 2008년 7,500명 지난해 6,500명으로 12% 줄였다. 올해는 상반기 3,500명, 하반기 4,000명으로 지난 2008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최근 정부의 대기업 옥죄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500명 늘리겠다고 2일 발표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는 지난해 4,800명 신규 채용에서 올해 5,000명으로 불과 200명이 늘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의 올 상반기 매출은 17조9천783억 원, 영업이익은 1조5천660억 원, 순이익은 2조5천170억 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아차도 매출 10조6천286억원, 영업이익 7천33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SK그룹의 신규 채용은 2008년 3,000명에서 지난해 1,600명, 올해 2,000명으로 집계됐다. SK는 특히 지난해 신규 채용을 2008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대신 인턴을 500여 명에서 2009년 1,800여 명으로 세 배 이상 늘였다. 정규직 고용을 줄여 비용 부담을 줄이고 이 자리를 임시 계약직으로 대체한 것이다.

반면 LG그룹과 포스코는 경제회복에 따른 매출 및 이익 확대를 고용 확대로 이어가고 있다.

LG그룹은 2008년 8,500명, 지난해 9,600명을 채용한 데 이어 2010년 1만 명 신규 채용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2007년 5,000명 고용에서 3년만에 두 배로 뛴 수치다. 여기에 최근 디스플레이와 LED(발광다이오드), 2차전지 부문 사업 확장으로 신규 채용 인원을 당초보다 5,000명 가량 늘려 잡았다.

포스코의 신규 채용 규모도 2008년 400명에서 지난해 600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900명을 계획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고용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노력은 여전히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또 열심히 노력을 한다해도 그 온기가 윗목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게 우리 경제 구조의 현실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500인 이상 기업의 고용이 전체의 8%밖에 되지 않는다"며 "대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해 고용을 늘렸다 해도 전체 고용 시장의 상황을 호전시키기에는 그 자체 비중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이 고용에 기여하는 길은 자신들이 직접 늘리기 보다는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 안정 및 개선에 기여해 중소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양질의 고용을 느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상반기 취업자수는 28만 3,000명. 전체 고용시장에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더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단 번에 알 수 있다.

◈ 인색한 투자…규모에 맞는 투자 절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대기업들이 투자를 꺼려 서민들이 어렵다"며 대기업의 투자 환경 점검을 지시했다.

그러나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6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15조 원 투자계획을 밝힌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같은 정부 지적에 볼멘 표정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투자규모를 많이 늘렸는데 (이런 분위기가 조성돼) 안타깝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2008년 총 매출액은 63조 1,000억 원에서 지난해 89조 7,000억 원으로 42% 늘었지만, 투자는 15조 7,000억 원에서 18조 4,000억 원으로 14% 느는데 그쳤다.

현대차의 투자 규모는 2008년 9조 원에서 지난해 9조 4,000억 원으로 불과 5% 증가했다. 이 기간 현대차 매출은 84조 4,000억 원에서 96조 3,000억 원으로 14% 늘어났다.

LG그룹의 투자 규모는 지난 2007년 7조 7,000억 원에서 2008년 11조 3,000억 원, 2009년 11조 7,000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2008년에서 지난해 사이 투자는 3%밖에 늘지 않았지만 매출액은 72조 6,000억 원에서 83조 9,000억 원으로 15%나 늘었다.

SK의 성장은 특히 눈에 띤다. 2008년에서 지난해 사이 매출액은 69조 원에서 105조 1,000억 원으로 50% 이상 증가했지만, 투자는 8조 원에서 6천 5,000억 원으로 오히려 18%나 감소했다. SK의 올해 투자도 2008년 수준인 8조 원에 그쳤다.

포스코의 매출액도 2008년 32조 2,000억 원에서 지난해 44조 3,000억 원으로 37% 성장한 반면 투자는 1,000억 원 늘어난 2% 증가에 그친 수준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은 일제히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정부에 볼멘 소리를 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이들의 성장 대비 투자 및 고용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재계 대표격인 전경련이 지난주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쓴 소리를 한 것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갑자기 돌변한 데대한 불만의 표시로 볼 수 있다. 목적지가 같다며 사람들을 배에 태웠던 배 주인이 갑자기 갈 곳이 바뀌었다며 뱃머리를 틀면 배에 탄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그동안 투자와 고용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위의 수치들이 말해주고 있다. 배 주인에게 항의하기 전에 먼저 자아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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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8/05 [01: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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