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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타투), 신체의 자유를 허하라!
타투는 영혼이 깃드는 예술, 김건원씨 합법화 쟁취 나서겠다
 
김주영   기사입력  2003/11/01 [11:48]

▲기자회견 모습     ©대자보
30일 느티나무카페에서는 타투아티스트 김건원 구명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타투법제화추진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타투(문신, tatoo)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획일적인 사상과 강제적인 훈육의 전체주의로 볼 수밖에 없으며, 타투(문신)를 엄연한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개인의 자유로 인정할 것이 주장됐다. 또한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간주하는 현 관행의 부당성과 명확한 법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와 같은 현재 무조건적인 금지조치가 오히려 비위생적이고 음성적인 타투 환경을 조장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위생적인 환경에서 안전하게 타투를 시술 받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 6월 문신을 하여 병역을 기피하려던 사람들이 대거 구속됐다. 이 사람들의 문신 중 하나가 김건원씨의 시술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김건원씨는 지난 6월 13일 병무청의 고발로 긴급 연행됐다. 김건원씨는 7월 18일 첫 재판에서 징역 1년에 벌금 300만원을 구형 받았다. 그리고 8월 22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11월 6일있을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문신을 새겨 병역을 기피하려 했던 사람들은 무죄 판결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
김홍민, 타투, 혹은 자유의 무늬를 새겨라, 대자보(2003.10.3)
조현설, 문신 금기의 역사적 기원에 관한 단상, 대자보(2003.9.25)

그렇다면 결론은 김건원씨가 연행된 원인이었던 '병역기피를 도왔다'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김건원씨는 이제 보건법 위반이라는 또 다른 죄목으로 법적인 구속을 받고 있다. 현재의 이런 식의 앞뒤가 바뀐 상황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지금의 모습은 국가의 이런 제재의 본래 목적이 병역기피를 단속하기 위해서가 아닌, 풍기를 문란하게 한다는 문신을 막기 위함이라는 추측까지 가능하게 한다.

법이 타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김건원씨의 작품     ©김건원씨카페
현재 문신인구는 5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패션이나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회에서 문신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도 저급한 것이나 범죄자가 하는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타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에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법에 있다. 우리나라 헌법상에서 타투를 예술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위생이라는 이유를 들어 의료법을 적용시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타투법제화추진위원장을 맞고 있는 임종인 변호사는 "현재 김건원씨는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돼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의사자격면허를 따야하는데, 타투는 의료행위로 취급되고 있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미용실에서 귀를 뚫는 것도 의료법 위반이고, 체했을 때 가정에서 행해지는 손따는 것도 의료행위로 간주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성립한다. 이것은 말도 안돼는 전체주의적 발상일 뿐이다."라며 현행법을 비판했다. 이어 임종인 변호사는 "타투합법화위원회에서는 현재 이러한 현행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의 모습은 문신이라는 행위를 국가권력이 허용 못하겠다는 것인데, 자신의 몸에 스스로 선택을 하여 새기는 문신조차 통제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개인의 몸을 통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법제화추진위에서 노력할 것이다"라며 합법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을 이야기했다.

▲타투이스트 김건원씨     ©대자보
김건원씨는 법이 타투에 대해 위생상의 문제를 들어 제재하고 있지만 오히려 법이 타투의 음성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타투가 법제화가 꼭 되어야 하는 이유는 위생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문신을 보면 그것이 자신이 하고 싶어서 문신을 했는지, 아니면 병역기피용으로 문신을 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병역기피를 하기 위해서 문신을 한 사람은 자신의 몸에 있는 문신을 싫어하고, 그것을 지울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 문신은 작품이라기 보다는 막그린 문신이 대부분이다. 또한 문신을 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돈을 벌 목적으로 어떠한 예술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이런 법제화를 한다고 운동을 하였을 때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음성적으로 문신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문신을 병역기피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법제화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라며 법제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임종인 변호사는 병역기피에 대해서도 "문신을 한다고 해서 병역을 면제해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문신이 있다고 해서 신체적인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장애인도 아닌 사람들이 면제받는 지금의 제도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병역면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라며 문신으로 병역을 면제해 주는 지금의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타투에 대한 선입견이 예술의 자유를 억압한다.

김건원씨는 "현재 국내에서는 타투를 할 수 없어, 외국에서는 타투를 하고 국내에서는 문화활동을 하려했다. 하지만 어디서 타투를 하던 타투아티스트라는 직업을 가지고 활동할 경우,  국내법에 저촉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이것은 명백히 직업의 자유를 제약하는 일이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다."라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행법을 비판했다. 이어 김건원씨는 "지금 내가 가장 답답한 것은 타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타투를 하면서 우리나라가 위생이나 컬러티면에서 최고가 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래서 이민이나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이곳에서 타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돈을 벌려는 목적이나 재미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타투에 대한 나의 철학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인데 너무 답답하다."라며 예술로서의 타투를 억압하는 국가의 제재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건원씨는 "내가 타투를 시작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모든 미련을 버렸다. 타투라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는데서 굉장히 많은 매력을 느꼈다. 현재 예술이 너무 상품적인 가치만 따지는 현실에서 과연 지금 매겨지고 있는 가지가 그 예술이 가지고 있는 가치의 전부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타투는 타투를 새기는 사람과 타투를 몸에 새겨넣는 사람과의 공동작업이다."라면서 타투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타투의 매력을 설명했다.

▲김건원씨의 아버지인 김형수씨     ©대자보
현재 법제화추진위원회 위원중 한사람이며, 김건원씨의 아버지인 김형수씨는 "건원이는 몸에다가 영혼을 새긴다고 이야기했다. 나 역시 문신에 대해서 좋지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건원이의 문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고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떠한 일을 할 때 그 일에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예술이 아닐 수 없다. 또한 21세기는 문화컨텐츠가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타투라는 것도 우리나라의 중요 문화산업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문신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우리 몸에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제는 켄퍼스에서 몸으로 옮겨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또한 이러한 문신은 의사가 할 수 없는 예술가들의 전유물이라고 규정하고 싶다."며 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면서, 현대 사회에서의 타투를 예술로 인정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법제화의 방향으로는 위생상의 문제가 없다면 어떠한 사람이든 간단한 시험과 도구, 시설만 마련한다면 합법적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방안이 제안됐다. 우리사회에 타투를 음성적인 기피물이 아닌 문화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에서 김건원씨 구명운동 활발

▲타투아티스트 김건원 카페     ©다음
현재 인터넷다음카페에 김건원씨 구명을 위한 카페(http://cafe.daum.net/artistgun)가 만들어져 있으며,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수도 7000여명이 넘는다. 이 카페에서는 온라인 서명서와 탄원서를 작성하는 란이 마련돼있으며, 여기에 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해 타투를 예술로써 받아들이고, 김건원씨를 무죄로 인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오프라인에서도 계속돼, 후원회 행사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서명이나 지지차원을 넘어서 변호사비를 마련해주는 등 물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타투라는 것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던 조폭들만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폭은 문신이라는 선입견이 계속됨으로 인해 자신의 몸에 행하는 예술은 점점 더 사회에 음성적으로 기생하게 되고, 그것이 또한 이러한 병역기피와 같은 현실에서의 문제를 낳게 된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제도이다. 제도적으로 자신의 몸에 대한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병역기피와 보건법을 이유로 대면서 어떻게 해서든 타투를 막으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권력에 대항해 자신의 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김건원씨인 것이다. 김건원씨는 문신을 하는 것이 영혼이 들어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혼과 영혼과의 조화를 이루는 그 사람을 조금 더 아름답게 완성시킬 수 있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항소심에서 김건원씨가 무죄로 판결될 경우, 이것은 타투가 사회에 음지에서 양지로 넘어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건원씨는 이번 항소심에서 지더라도 무죄를 받을때까지  재판을 계속할 예정이다. 문신이 과연 나쁜 것인지, 왜 나쁘게 생각되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라. 과연 문신을 바라보는 눈에 선입견이라는 안경을 끼고 바라보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문신에 대해서 알려는 노력은 있었는지 말이다.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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