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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선거패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초점] 지방선거에서 확실한 내용 못보여줘, 진보라는 확신으로 견인해야
 
홍정표   기사입력  2010/06/04 [18:27]
말많고 탈많던 6·2지방선거가 파란을 일으키며 마침내 종막을 고했다. 호남자민련으로 왜소화하리라던 민주당이 당초의 예상을 깨고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대약진을 기록했다.

마지막까지 엎치락 뒷치락했던 서울시장선거는 불과 3만여표 차이로 한나라당 오세훈후보의 승리로 확정되고 끝까지 반MB연합에 합류치 않으면서 14만표를 얻은 진보신당의 노회찬후보에게 사이버테러 수준의 비방이 횡행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막판에 파란을 일으킨 것은 한나라당의 북풍 조장 자충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쟁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결집하는데 성공했으나 이미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후보는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간단하면서 명료한 구호로 그런 공포를 역이용하여 승기를 잡았었다.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트위터와 휴대폰문자메세지의 기술적인 차이만 대체되었을 뿐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당장 총을 들고 나설 수 밖에 없는 젊은층의 전쟁공포분위기를 한나라당은 이번에 또 간과해버린 실수를 범한 것이다.

필자가 예상한대로 앞으로 비열하게 전쟁공포분위기를 이용하는 선거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이번 지방선거의 큰 성과 중 하나이다.

둘째는 오세훈후보의 승리가 마지막에 강남 3구의 개표상황으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 전국민이 관심있게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강남3구 주민들은 가장 모범적인 유권자의식 즉 계급의식이 투철한 투표를 전국민에게 생생히 알렸다. 강남3구의 주민들이 부자들인 자기들을 옹호하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계급투표성향은 앞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계급을 무시한 지역이나 개인적 연고에 의한 후진적인 투표행태를 개선시키는 중요한 촉매제로 작용할 것을 의심치 않는 바이다.

진보의 기치를 내달고 홀로 분전한 진보신당은 자평 타평 사상 최악의 선거를 치루었다. 내부의 확고한 단결과 전략도 없이 외부의 시류에 우왕좌앙 떠밀리다 고육책으로 출전했지만심상정후보의 사퇴변수등 막판까지 악재가 쏟아지면서 그야말로 상처투성이의 험한 선거전을 치르게 되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지금 한명숙 민주당 후보 석패의 책임을 선거내내 시달림을 받았던 이른바 유빠 노빠들과 일부 새롭게 가담한 일부 시민들에게 거세게 추궁을 당하는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한명숙후보가 석패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나 그것은 절대 진보신당과 노회찬후보의 책임이 아니다. 노회찬후보가 얻은 14만표는 진보정치의 싹을 보존하려는 유권자들의 절실함의 표현이었다. 그런 표는 아무리 상황이 급박해도 기권을 하면 했지 다시 노명박시대를 상징하는 그런 표로 환원되지 않는다.

도리어 반MB연합논의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14%이상 지지율을 보였던 노회찬후보와 진보신당이 최대의 피해자이다. 주객이 전도된 책임추궁에서 노대표와 진보신당은 조금도 가책을 느낄 필요 없다. 도리어 그런 문제보다는 내부의 문제에서 성찰해야 한다.

지난 12월 민노당 이정희의원의 선언으로 진보진영에서 촉발된 민주대연합 이른바 반MB연합 논의를 치밀히 분석하면서 내부적인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안이함을 반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언급했지만 지금의 대표적 시대정신은 신자유주의의 극복이다. 마침 그 시대정신을 대중화 시키는 계기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이 출판되면서 마련되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이 기회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치도 못하고 허망히 날려 버렸다.

재력과 조직이 약한 진보신당이 유일하게 선전할 수 있는 공중전, 즉 인터넷 전선에서 진보신당은 이상하리만큼 소극적이었다. 전국에 1만이 넘는 진보신당원들이 있는데 만약 그들이 인터넷전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으면 심상정후보의 사퇴도 없었을 것이고,진보신당의 입지도 이렇게 위축되지도 않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크다. 

두 번째로 진보신당이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것이 무엇이었냐는 공약의 공허함이다. 대중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호남자민련으로 추락할 민주당을 구해준 것은 바로 ‘전쟁이냐 평화냐’하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구호 하나였다.

진보신당은 무엇을 내세웠나.

복지혁명. 휴한국사회. 초록 생태 각자 당위성있는 백화점식 정책의 나열은 많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물론 외부의 소통기관이 전무한 이유가 크겠지만 진보신당 자체의 선거전략이 미숙한 점이 더 크다. 이를테면 복지혁명 같은 구호는 절대 대중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다. 아닌 말로 복지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치 않는 정당이 어딨는가. 마찬가지로 서민이라는 용어도 자제해야 한다. 구태의연한 용어의 사용 자체가 참신한 진보신당의 이미지를 대변치 못했다.

서민을 대변하고 복지혁명을 실질적으로 지향하되 대중들에게 진보신당의 존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선 그런 용어보다는 “억압받는 이들에게 해방을.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보다 강력한 계급적 구호를 선창하였다면 진보신당의 선거전은 훨씬 박진감있게 전개 되었을 것이다.

이번 선거전에 열과 성을 다했을 진보신당원들에게 죄송한 말씀이나 지역에서 대하는 진보신당 선거운동은 다른 당에 비해 재정과 조직에서 열세인지라 그 노출빈도는 현저히 낮았고, 그나마 어쩌다 대하는 진보신당 선거운동은 무언가 열정이 빠진 사무적이고 기계적이고 좋은 표현으로 기껏 대형마트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도우미정도의 상냥함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공중전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도 아니고, 아무리 내우외환의 환경이 지배했다해도 진보신당의 선거운동은 너무도 무기력했다. 더욱이 민노당이 반MB연합에 무조건 투항했을 때 실질적으로 진보진영의 단독주자라는 사명감을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외부의 절박한 시선과는 아랑곳없이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런 풍조가 만연해 있었다.

상황은 절박한데 그런 절박함에 어울리는 죽기 살기식의 치열한 몸부림이 없었다는 게 솔직한 관전평이다. 내가 모르는 내부의 복잡한 문제가 선거운동의 집중을 방해하는 것 같았으며 진보신당을 구심할 강력한 선거전략의 부재가 그 원인일 것이다.

전술한 구호는 단순히 선거용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해묵고 당면한 여러문제로 난립하고 있는 진보진영을 하나로 묶어줄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사민주의든 정통 맑스주의든 자주파든 대중들에 대한 계급의식의 고취는 진보진영의 가장 기본적인 공통분모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진보신당은 ‘신자유주의 타파’를 내부적인 전략으로 설정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해방을”이라는 강력하고 공격적인 슬로건을 중요 전술로 활용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그에 따른 세부적 정책은 이미 확립되어 있으므로 대중들에게 알릴 기회가 되면 그 때 알리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번 선거는 그런 기회 자체가 원천 봉쇄되었고, 그러기에 필자는 이번 선거전에서 노대표를 방송토론에 못나오게 한 3%의 벽을 뚫는데 중요한 의미를 두어 진보신당 지지를 호소했던 것이다.

이제 진보신당은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겪어야 하는 과정에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 진보의 기치를 지키고 홀로 분전한 진보신당이 이 변화의 주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나 이제 그런 헤게모니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용기를 내서 문자 그대로 진보정치의 밑거름이 되어 진보정치의 불씨를 지피우고 활활 타올리는데 전념해야 한다.

강남주민들의 계급투표에 대응하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계급성 고취는 진보진영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전쟁이냐 평화’라는 구호에 설득되어 전쟁의 공포를 투표로 극복하고자 행동했던 젊은 희망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전쟁 못잖은 아니 전쟁보다는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차별과 불평등의 세계를 벗어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진보정치의 참 뜻을 새기게 할 중요한 사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막연한 희망을 진보라는 확신으로 견인하라.
삼성문제의 다른 관점. 재벌의 지배구조나 삼성의 불법성부각은
이미 많은 전문가 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기에
최근 노골적인 권력의 시녀로 맹약중인 검찰의 부패사안을 공박하는데
적은 힘이나마 보탤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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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6/04 [18: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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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율전 2010/06/05 [02:12] 수정 | 삭제
  • 글 잘 보았습니다.

    북풍의 역풍이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도로 전환되었던 측면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북풍이 단지 유권자들의 안보 심리를 자극하는 선을 넘어 경제 영역까지 파급효과를 미치면서 그에 대한 역풍이 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 봅니다.

    그로부터 유추하자면, 아직 지난 대선에서 나타났던, 경제발전을 빌미로 이명박에게 몰표를 던졌던 "묻지마 투표"와 같은 국민 의식이 이번 선거를 통해 해소됐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