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대통령 관련 서적들이 노무현 서거 1주년을 맞이하여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맞이해 고인이 남긴 저서, 미발표 원고, 메모, 편지 등과 각종 인터뷰 및 구술 기록을 토대로 출생부터 서거까지를 일목요연하게 시간순으로 정리한 책, 그러나 집권기간 실정에 대한 반성은 없다. © 돌베개, 2010 | |
그 중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기록을 참조하여 유시민씨가 정리한 노무현회고록 ‘운명이다’가 출간되어 꽤 쏠쏠한 재미를 보는 모양이다. 혹시나 중요한 쟁점들에 관한 노전대통령의 진솔한 기록이 있을려나 들춰 보았지만 역시나 알맹이 없는 단순 주장의 나열에 불과했다.
특히 관심 사항이었던 한미FTA의 체결 추진 작업과 삼성과의 배후관계에 대해선 일체 언급이 없었고, 검찰의 독립성을 위해 힘을 썼다고 말하고선 2005년 X파일 사건에서 “도청이 본질이다”라는 해괴한 발언으로 검찰수사에 결정적 압력을 가함으로써 검찰의 비리를 파헤칠 절호의 기회를 무산 시킨 점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없었다. 공직자들을 삼성연수원에서 교육 받게한 정권과의 긴밀한 유착관계도 설명하지 않았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면서도 그 원인의 시발점이 자신의 ”아파트분양원가공개는 시장원리에 반한다.”:라는 대선공약 파기 발언으로 촉발된 데 대한 성찰도 없었다. 그러고도 본인은 진보주의자가 무슨 명예스런 감투도 아닐 터인데 진보주의자로 자처하고 진보주의자라 불리우는 것을 달게 반기는 눈치다.
또 다른 책 “진보의 미래”에서 진보주의에 관해 장황하게 서술한 것이 그 좋은 방증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2007년 민주당의 대선 실패 요인으로 정동영 후보의 정체성이 불확실한 것으로 꼽았다. 한나라당 이명박후보와 별 다를 바 없는 정체성 말이다. 나도 그렇게 본다. 유력 정당간의 정책적 차별성이 부각되지 못하는 우리의 후진적 정치상황에서 후보들간의 개인적 정책적 성향을 추상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후보들의 정체성이 그마나 국민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본인이 꾸려 나갔던 참여정부의 정체성은 어떠했나.
집권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별 차별이 없으니 대연정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구상하고 실제로 국민들 앞에서 그런 의도를 발표까지 하지 않았던가. 물론 엉성한 지역주의타파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국민들이 위임한 신성한 권력을 사유화하는 발상이 없었다면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 있다”고 하는 망발을 감히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한미FTA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리 국민들은 한미 FTA의 불평등하고 굴욕적인 내용에 먼저 분개한 것이 아니다. 한미 FTA 라는 중차대한 경제사안을 막연히 측근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등용된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미국변호사출신 김현종씨를 수장으로 해서 비밀 순사작전을 수행하듯 국민들의 의사를 묻는 어떠한 과정없이 일사천리 진행하였던 그 불투명성과 졸속성에 대해 먼저 분개하였던 것이다.
노무현 전대통령 자신이 참여정부의 국정수행과정의 으뜸 목표로 투명성을 내걸었으면서 말이다. 이처럼 앞 뒤가 맞지 않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행보를 일일이 거론하기에는 이 지면이 턱도 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힘있는 보수언론들은 노무현 전대통령을 진보의 한 축으로 설정해놓고 참진보를 염원하는 정치세력의 주요 논쟁점을 일부러 정치적 공론에서 제외시키거나 주변부로 몰아버리는 횡포를 일삼고 있다, 아니 보수언론뿐 아니라 진보적 언론이라 자처하는 일부 매체들도 그런 현상을 당연히 받아 들인다.
때마침 노무현서거 1주년을 맞아 불어닥친 이번 지방선거 바람도 예외가 아니어서 친노가 무슨 벼슬인 양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들은 친노세력의 후원을 당선을 위한 필수관문으로 여기려고 한다.
이른바 일부 민주원로라는 사람들 역시 최근의 반민주적인 사건을 노무현시절이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도하면서 노무현추종세력을 주축으로 단결하는 것, 즉 반MB세력의 통합이 민주세력의 단결이라고 포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이러한 행태는 참다운 민주주의와 진보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정치적 환멸만 가져다 줄 뿐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지지세력을 배신하고 실질적인 내용면에서 지금의 이명박정권과 똑같은 정책을 추진한 것에 대한 잘못을 규명하고 반성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이 무조건 이명박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이 단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허롭기 이를 데 없다.
그들이 진정 민주원로들이라면 국민이 준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반성도 하지 않는 무능하고 부도덕한 정치세력에게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고 새로운 진보정치세력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설파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