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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놓고 학교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라
[주장] 전면적 보편적 무상급식 실시, 더 이상 행복해지기를 두려워말자
 
정근   기사입력  2010/03/21 [18:00]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어린 시절 집안 살림이 넉넉지 못했지요. 아버님께서 고물수집상을 하셨는데 하루에 일만원 정도의 수입으로 살아가던 시절이었지요. 수입이 적다보니 쌀을 넉넉하게 살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했어요. 그 시절 봉지에 조금씩 사서 먹었는데 그렇다보니 먹는 것이 변변치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시절이면 한창 먹을 땐데 그렇지를 못했어요.

학교 친구들이 저의 집에 오고가면서 너무 안 돼 보였었나봐요. 학교에서 불우이웃돕기로 전체에서 몇 가구에 쌀을 나누어주기로 했는데 거기에 저를 추천한거에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어머니를 학교에 오시라고 말씀드리라고 했는데 불우이웃으로 뽑혀서 쌀을 받으러 오시라고 말씀드리기가 창피한 겁니다. 그래서 그냥 선생님께서 엄마 오시래요하고 말았지요.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오시라니 어머니께서 무슨 일인가 하신 거예요. 저는 그 이유를 이야기하지 않고, 그래서 어머니께서 영문도 모르신 채 학교에서 부른다니까 아버지께서 수집한 옷 중에 괜찮고 좋은 옷으로 골라서 입고, 화장도 하시고 학교에 오신 겁니다. 아들 주눅 들지 않게 하신다고 멋있게 하고 오신거에요.

그렇게 입고 오니 학교에서 난리가 난 겁니다. 보니까 불우이웃하고는 거리가 먼 옷차림이거든요. 수집한 것을 입고 온 것도 모르고, 가난한 사람은 좋은 옷을 입을 자격도 없는 건지, 어쨌든 저들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차림으로 오니 쌀을 줄려고 오라고 했는데 안 줄 수도 없고, 그냥 학용품 몇 개 받아 집으로 오셨다는 겁니다.

라디오를 들으면 자기의 사연들을 보내 전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있더군요. 그중에 제 어린 시절을 떠 올리게 하는 사연이 있었어요. 사연인즉 어떤 사정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가정형편이 갑자기 기울어진 거예요. 그래서 아이가 다니던 학원도 끊고, 학교 가서 집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는 무료급식을 신청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아무나 되어야지요. 생활보호대상자들만 된다니 동사무소 가서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하려니 나이가 젊고 어쩌구하면서 훈계만 하고 안 해주려고 했다는 겁니다. 어떻게 된 것 같은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예요. 그동안은 돈을 주고 다른 이들의 눈치를 안보고 급식을 먹었는데 다른 아이들이 자기는 돈을 안내고 급식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창피했던 겁니다.

이게 바로 선별적이며 시혜적인 현 우리나라 복지의 모습입니다. 차별적 복지며 낙인을 찍어놓는 이쪽은 가난한 자, 저쪽은 부자, 너는 가난한 집의 아이야 이렇게 차별하며 낙인을 찍어 놓는 것이 복지라며 불리는 것이 현 우리나라의 모습입니다.

이것은 전면적이며 보편적인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반응에 대응하는 정부여당의 모습을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저들은 무상급식이란 가난한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외에 하는 것은 부자급식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이들은 급식에 대해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를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은 무상급식이라고 할 수가 없지요. 그런 것은 그냥 불우이웃돕기라고 부르는 겁니다. 불우이웃돕기를 무상급식이라고 생각을 하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눈칫밥을 먹게 되고,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어찌 들으면 그들의 말이 옳은 것 같습니다. 돈을 주고 먹을 수 있는 사람들까지도 무상으로 급식을 주는 것은 아닌 것 일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봅시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동안 신청을 하면 무료로 급식을 먹었습니다. 있는 사람들은 돈을 주고 먹었어요.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해도 이것은 바뀌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있는 사람들은 학교에 급식비를 내지 않을 뿐 세금으로 그것을 내기 때문입니다. 보편적 복지를 실시하는 나라라고 할지라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작정 세금을 요구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소득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것이 우리나라 아닌가요? 부자급식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아무것도 안하고 무상으로 급식을 받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인데 전면적 보편적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실은 그렇지가 않은 겁니다.

저들은 이것이 싫은 겁니다. 보편적, 적극적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세금을 내서 먹을 것이 뻔한데 이것을 하기가 싫은 겁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저들의 지지자들을 놓치기가 싫은 겁니다.

저들이 지금까지 취한 정책을 보면 그 속마음을 쉽게 알 수가 있는 겁니다. 저들은 감세정책을 통해 있는 자들의 세금을 깎아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최저임금 및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자 하는 정책을 취하려 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 서민들에게 무거운 짐을 전가시키려고만 했지요. 이러면서도 예산부족이니 부자급식이니하면서 눈가리고 아웅 하려고 하지요.

이제 우리는 눈을 크게 떠서 저들의 속내를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이며 보편적인 아이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창피해하지도 않고 마음 놓고 학교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아이들이 가난한 집안의 아이라는 낙인을 찍히지 않고 마음 놓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좌파적 정책이요? 두려우십니까? 우리 아이들이 행복지고, 우리가 행복해 질수 있는 길이라면 두려워하지 맙시다.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맙시다.
황처사가 그러더군. 양반은 권력뒤에 숨고, 광대는 탈 뒤에 숨고, 칼잽이는 칼뒤에 숨는다고 난 그게 싫더라고-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사람사는 세상,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바라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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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3/21 [18: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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