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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은 진보진영 담보로 한 정치게임"
시민사회 토론회, "노대통령은 개혁정책으로 위기돌파해야"
 
윤익한   기사입력  2003/10/20 [20:49]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선언은 개혁을 위한 돌파구인가? 위기의식을 탈출하기 위한 정략인가?

▲토론회 모습     ©대자보

노무현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이후 정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체로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노대통령이 재신임을 선언하기까지 대통령과 집권주체들의 상황인식과 위기의식은 보수세력에 대한 지나친 과민반응에서 나왔으며 한편으론 진보진영 내에 대안세력이 없다는 것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정혼란의 책임을 한나라당과 언론탓만 하면서, 과연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하려는 시도를 진보진영 내에 보여준 것이 없어 스스로 지지율 하락을 초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곧 공론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던 이라크 파병안을 시민사회단체와 면담 하루만에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실이 반증하고 있다. 결국 참여정부가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초래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진보진영을 담보로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학술단체협의회가 지난 10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무엇을 위한 재신임이어야 하나-재신임 정국과 시민사회진영의 과제'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대체적으로 재신임 국민투표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향후 노대통령이 재신임 정국을 위기의식의 탈출수단으로 이용하지 말고 개혁정책과 정치개혁을 통한 진보진영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발제중인 조희연 교수     ©대자보
발제에 나선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재신임정국이 오게 된 원인에 대해 "국회에서 보수세력의 적극적 저항이나 보수언론의 적극적 비판에 의한 지지율 하락은 현정부의 위기의식의 일부이기는 하나 이는 적극적인 개혁정책을 통해 돌파해야할 문제이지 재신임을 들고 나온 것은 일면적인 인식"이라면서 "자유주의적 개혁정책추진이라는 자기정체성을 실현하는 국정운영이 없다는 점이 현정부의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주체들의 상황인식과 위기인식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조교수는 "참여정부 이후 강화되고 있는 보수세력이 스스로 탈권력화되고 약화되어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비판과 자기표출을 하는 '보수세력의 능동화'는 참여정부 들어 보수세력의 강력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취약성과 균열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보수세력의 강고함 속에서도 참여정부의 운신의 폭이 있었음에도 노정권 스스로 가능한 정체성도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교수는 이라크 파병안 결정과 관련해 "노대통령이 현재 비전투병을 파병하는 선택을 가능케하는 공간에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외교팀의 교체를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참여정부가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참여정부 다운 새로운 전향적 개혁정책 및 국정운영 방향의 쇄신을 통해 개혁적 대중이나 진보적 대중들의 지지를 획득하면서 정치자금 투명화를 포함한 제도적인 정치개혁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언론, 어떻게 볼 것인가'제목의 발제에서 재신임 정국은 대통령이 수구언론이 쳐놓은 덫에 걸려 의사소통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총장은 "시민단체 활동가들마저 수구언론의 교묘한 사실왜곡에 은연중에 마취돼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고 "진보진영에서는 수구언론의 수구적 담론에 맞설 진보담론을 형성시켜 의제설정의 장에서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총장은 재신임 정국의 해법은 "수구언론의 사고와 담론, 매카니즘을 하나하나 사실에 근거해 분석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조중동을 분리해 차별성을 구체적으로 밝혀내야 하며 '조중동'과 '조폭언론'이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사실에 기초한 모니터와 용어사용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노무현정부의 위기는 "스스로 개혁적인 노선을 표방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임기 초반부터 보수세력의 공세를 과대평가하고 과민반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집권세력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진보세력의 딜레마를 이용해 국정을 운영하려고 하기 때문에 재신임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하고 집권세력은 반한나라당 정서에 기반한 네거티브 국정운영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사무처장은 노무현대통령이 시민사회단체를 만난 지난 금요일부터 파병발표가 있기까지 하루동안 노대통령의 신뢰성과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정부 구성원들의 자기성찰이 있어야만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참여정부가 내부성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결국 내년 총선결과가 비참하게 나올 경우 개혁진보세력은 정치적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신임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정부의 권력과 한나라당의 권력이 불완전한 균형을 이룬 교착상태에 빠져 정부가 정책 추진에 부담을 느끼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구체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또 "야당과 정치적 타협을 하든지 국민투표로 가든지 간에 정치개혁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있어야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신임 자체에 대해서 학자들 간에는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가로막는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와 책임정치의 새로운 실험의 하나라고 보는 긍정적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그동안 일관되게 개혁정책을 추진하지 못한 것도 재신임정국을 불러온 이유이지만 노정부의 언론정책 실패도 그 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신위원장은 "재신임 정국에서 조중동이 한나라당의 입장에 따라 말바꾸기를 했다"면서 특히 조선일보의 이러한 행태를 '거짓말도 서슴치 않는 뻔뻔함과 집요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신위원장은 언론이 재신임정국을 보도함에 있어 "국민투표 방식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어느 당이 정치개혁을 추진하느냐는 부분을 검증하는 보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회수 민주노총 대오협력실장은 "재신임정국은 위기탈출 측면에서 통합신당의 정치적 진출 목적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이기 때문에 절충하고 타협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실장은 "노대통령의 개혁은 김대중 정부때의 기본적 철학도 없을뿐더러 개혁을 추진할 의욕도 없어 보인다"며 이미 개혁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은 "재신임정국은 의회 권력을 한나라당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재신임을 통해 통합신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생각해 온 카드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개혁을 통한 정면돌파를 위해서는 조중동과 한나라당, 자민련을 보수세력이 아닌 사악한 사익추구집단이라고 규정해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는 공익추구라는 기본적 입장을 이해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는 자유주의 보수정권으로 공익을 추구함에도 보수집단과 계급적 동일성이 있고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있어 치열하게 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노무현대통령을 옹호하는 입장에 선 유기홍 개혁국민정당 정책위원장은 "보수세력의 능동화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며 의회권력의 과반수를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신임은 '피해갈 수 없는 길'이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비포장도로를 선택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노대통령이 가진 유일한 수단은 자기고백과 그것을 통한 정면돌파밖에 없는데, 재신임 정국도 정치개혁을 위해 추진하다보니까 반 노무현 야합으로 인해 어렵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위원장은 노대통령의 언론정책에 대해서도 "수구언론과 한나라당이 참여정부를 압박해오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견제할 정도의 힘이 없다"는 점을 들며 이는 전적으로 참여정부의 책임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2차 토론이 끝난 후 청중과 질의 응답 시간에 한 청중은 김기식 사무처장에게 참여연대가 안티조선 운동에 대해 미온적으로 활동해온 이유를 묻고 안티조선 운동에 대한 평가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사회를 맡은 안병욱 교수(가톨릭대 국사학과)가 시간상의 이유로 답변에 양해를 구하자 민언련 최민희 사무총장이 "과거 안티조선과 언개연의 지도부가 도덕적이지 못해 잘못된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를 나무랄 일이 아닌 언론단체의 책임"이라고 말해, 언론관련 시민단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최총장의 발언 배경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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