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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10년, '중산층 수난시대' 한국복지
[토론회] 윤태호 교수 '사회 불평등 현황과 과제'에 대한 단상
 
안일규   기사입력  2009/06/25 [22:45]
지난 22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실에서는 '한국의 사회 불평등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월례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이 날 발제에는 윤태호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김보영 이화여대 박사후 연구원과 김창보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이 토론을 맡았다. 

이번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월례정책세미나 기사에서는 발제와 토론에 대한 단상을 다룬다. 발제문과 토론문은 아래 링크 경로로 받을 수 있다.
 
<토론문과 발제문 받기>
 
중산층 없는 한국복지는 '밑 빠진 독 물 붓기'
 
"한국 복지는 정부 재정 정책에 의한 중산층의 수혜 정도가 미약하다"
 
윤태호 교수 발제의 핵심이다. 한국 복지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사회불평등도 '중산층 소외'에서 시작된다. 민주정부 10년동안 시장소득에 대한 가처분 소득의 5분위 분배율 효과는 높아졌다. 그러나 상대 빈곤율 또한 줄곧 높아졌다. 왜 그럴까? 결정적인 한계 '선별주의' 때문이다. 역대 정권별로 복지 기조는 '선별주의'를 벗어난 정부가 없었다. 지난 민주정부들도 마찬가지.
 
정부 복지재정정책의 상당수 수혜가 저소득층에 집중됐음에도 지니계수의 개선은 커녕 더 심해지고 조세를 통한 소득불평등 개선이 힘들어진 것은 한국복지의 '중산층 배제'적 성격에 원인이 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중산층 붕괴론'과 연결된다. '중산층 붕괴론'은 선별주의적 한국복지와 금융 중심의 신자유주의, 부동산 투기열풍의 결합을 근원으로 한다.
 
중산층의 코리안 드림, '부동산 대박'과 '펀드 복지' 그리고 '특목고 입학'
 
신자유주의 10년, 그동안 한국의 중산층은 '공포'에 휩싸였다. IMF 직후 구조조정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눈물의 명퇴 이후 살 길을 찾는다고 손 댄 곳이 '자영업'.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든 탓에 말아먹기 일쑤. 구조조정과 사업 실패를 겨우 이겨내니 닥쳐온 시련은 '주식 투자'. 주식 투자했다 투자금 전액을 날리기 십상.
 
2000년대 중산층의 실낱같은 희망은 이른바 '부자되기 10년 프로젝트'.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사둔 '부동산'과 주식 열풍을 타고 날아 온 '펀드'. "부자되세요"란 구호는 신년 인사를 대체할 정도로 급부상했다. 2007년에는 '자수성가'와 '부자 대통령'을 상징했던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로 이어졌다. 이에 신조어 '펀드 복지'도 나타났다.
 
'펀드 복지'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한국복지의 미약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 국내 증시와 중국 등 세계 증시 활황바람을 타고 '1가구 1펀드'를 들었던 지금을 보여준다. 병적인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 현상은 중산층의 97년 IMF 구조조정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40대 정년퇴직 혹은 명예퇴직에 이를 정도로 심각해진 고용위기 속 은퇴 이후 대책이 없었다. 은퇴 이후를 책임져야 할 '공적연금'은 매번 재정적자 등을 빌미로 혜택을 줄이고 있다. 한국의 공적연금들은 위기의 중산층을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 중산층이 갈 길은? '영리(민영)보험' 잔뜩 들어두고 대박을 노리며 '펀드'를 이것저것 가입한다. '만약'을 민영보험으로 보장받고 '노후'를 펀드로 대비한 셈이다. 이 길은 '천만의 말씀'이다. 중산층에 대한 국가복지가 없다시피 한 한국에서 중산층은 막다른 골목이다. '영리보험'과 '펀드복지'이라는 최악의 조합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게다.
 
여기에 '부동산'이 더해진다. 2000년대 부동산 투기바람에 중산층이 혹한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은 계층을 대변한다. 중산층에게 부동산은 상류층이 되기 위해서, 중하층 혹은 빈곤층이 되지 않기 위한 필연의 선택이다.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은 사야 된다. '소득계층별 주거비 지불능력 미달 가구 비율'이 중산층에서 급격히 늘어난 것도 이에 있다.
 
 


 

>> 소득계층별 주거비 지불능력 미달 가구 비율 표
 
중산층의 시각에서 빚을 내며 무리하게 집을 사둬 매달 나가는 이자 갚기에도 버거울 지경이다. 이자도 버거운데 집값은 중산층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른다. 그래도 상류층으로 올라가야 된다. 올라가기 위해선 집을 포기할 수 없다.
 
중산층에게 집은 강박증까지 일으킬 수 있는 존재라면 빈곤층은 입장이 달라진다. 그동안 살아왔던 집들은 최악 그 자체다. 좀 더 어려워지면, 유지가 불가능하다면 산쪽으로 좀 더 걸어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미 바닥이니 더 바닥으로 가는 건 별 일 아니다. 산동네 계단 두 칸 정도 더 올라가는 것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다. 집값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년 후나 똑같다. 주거비 지원정책도 있으니 오히려 부담없다.
 
(* 중산층과 중하층의 부동산 문제를 비교해보고 싶다면, 부산 해운대 좌동/우동(중산층)-경남 김해 삼방동(중하층)의 연도별 부동산 가격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중산층에게 부동산은 '이자'와 '집값', '계층 상승'이라는 3중고에 시달리게 한다. 이는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열성적인 교육열과 입시화, 서열화로 표현되는 지난 10년간의 교육정책은 중산층의 목을 조여온다. 중산층에게는 상류층으로 계층 상승이 절실하다. 10년 전의 경험이 거의 강박증처럼 자리잡혀 있다.
 
중산층 부모들은 자녀가 "일반계 고등학교와서 피해봤다"는 울음을 보기 싫다. 내 자식을 상류층으로 만들기 위해선 특목고는 기본이다. 요즘 생기고 있는 '초호화 초등학교'부터 보내야 된다. 1달 100만 원의 등록금, 부담 능력이 없음에도 따라가야 된다. 황새가 뱁새 따라하다 가랑이 찢어지는 고통이다.
 
중산층의 코리안 드림, 한국사회를 무너뜨린다
 
중산층의 코리안 드림은 실패한다. 중산층 부모의 노후는 보장된 것이 없다. '펀드복지'와 '부동산 대박'은 보증된 수표가 아니다. 중산층의 삶에 스스로 구축해놓은 노후대비는 하나도 없다. 국가가 맡을 기반은? 공적연금(혹은 보험)이 약한 한국에선 없다. 중산층 배제적인 한국복지에서 당연한 일이다.
 
실낱 같은 희망은 '가족복지'. '특목고' 보낸 자녀에게 달렸다. 한국사회는 중산층 부모의 자녀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한다. '청년 백수'를 양산한다. '88만 원 세대'라도 되면 다행이다. 입에 풀칠조차 못한다. 부모와 자녀, 모두 비극이다. 중산층의 붕괴는 한국사회의 건강함에 적잖은 훼손을 가져온다. 한국사회의 붕괴까지 내심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선별주의적인 한국복지, DJ-노무현 정부와 재벌, 일부 상류층과 외국투기자본이 함께 한 "Trickle Up Economy"의 결과다.
 
한국복지, '일본식 복지국가'의 길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 사회보건지표와 소득불평등 간의 상관관계
 



>> 사회보건지표와 1인당 국민소득 간의 상관관계 
 
'사회보건지표와 소득불평등 간의 상관관계'와 '사회보건지표와 1인당 국민소득 간의 상관관계'에 의하면 일본이 북유럽 4개국 이상의 평등 수준을 보인다. 상대적 빈곤율과 빈곤 갭이 한국과 유사한 데다 조세를 통한 사회 불평등 해소가 거의 없는 일본이 매우 평등한 국가에 속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국가의 복지 역할 자체가 필요없게 만든 것이다. 한국이 만약 일본식 복지를 모색한다면 문제의 근본구조를 찾아 교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일본 복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휴머니즘'에 가장 가까운 북유럽 4개국에 대한 고민은 미약하지만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북유럽이 완전한 복지국가 대안모델이라 할 수 없다.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었던 북유럽 4개국의 역사와 복지국가 변천과정이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기존 복지기조와 신자유주의 10년이 만든 '중산층 붕괴'와 같은 한국만의 특수한 복지여건 속에서 한국판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색으론 부족하다. 일본에 대한 고민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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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25 [22: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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