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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촌지'받는 언론인 '범죄자'로 규정해야
박지원 전 장관 로비의혹 사실로 드러나, 검찰 손못댈 정도
언론인윤리조사, 10명중 8명촌지, 개인 아닌 언론환경문제
 
윤익한   기사입력  2003/10/09 [12:37]

박지원 전 장관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재임시절 언론인들에게 거액의 로비자금을 제공해 언론인 윤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거액의 자금을 정기적으로 받는 언론인들은 '범죄자'로 규정, 특별법을 만들어 제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언론인 윤리 제고와 권언관계 정상화 방안 모색을 위한 긴급 토론회모습     ©대자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위원장 이명순)과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이 10월 8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개최한 '언론인 윤리 제고와 권언관계 정상화 방안 모색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언론인들이 촌지를 받는 것이 관행화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언론인의 의식재고와 언론환경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발제문에서 박지원 정 장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영완씨의 진술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이 문화부 장관으로 재임했던 1999년 5월부터 2000년 9월까지 16개월동안 무려 256일을 언론인과 회식을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문화부 장관의 주요 업무가 언론인과의 회식이냐고 캐물었다. 또 김영완씨 주장대로 박 전 장관이 언론이과 회식을 하면서 150억원의 비자금을 사용했다면 국민의 세금이 언론인의 술값과 뒷주머니로 흘러들어간 꼴이라며 언론인들 역시 비리의 공범자라고 말했다.

최총장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언론인의 촌지로 들어간 비자금의 사용처보다는 비자금을 조성하게 된 출처만을 문제삼아 비난의 화살을 언론인에게 빗겨가게 나가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었고, 반면 한겨레신문을 비롯한 일부 신문은 박 전 장관의 대 언론 로비활동과 관련한 검찰 발언을 비중있게 다뤘다.

또 이번 박 전 장관 로비사건의 특징으로 최총장은 ▷정권 고위 실세의 직접적인 언론로비 실상의 폭로 ▷갈등관계에 있던 국민의 정부와 언론간 이면이 드러났으며 ▷잦은 언론접촉과 거액의 촌지제공이 드러난점 ▷언론인 전반에 대한 전방위 로비사실이 확인된 점을 지적했다.

"박지원 전 장관의 언론인 거액촌지 살포 사실이다"
"액수와 횟수 상상초월, '촌지'아닌 '뇌물'이다"
"촌지받는 기자 비겁하고 겸손하지 않아"
"돈받은 언론인 워낙 많아, 검찰 수사 난항 겪을 듯"

최총장은 언론인 비리사건이 되풀이되는 원인으로 ▷권언유착과 언론권력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물이며 ▷의제설정기능을 소수 언론사에 집중시키는 언론시장의 독과점적 구조 ▷출입처 취재관행과 기자단 문화 ▷언론계 비리에 대한 사후처리의 미비 ▷언론인들 사이에 퍼져있는 공범의식 ▷언론인 자질문제 ▷언론계의 자정노력의 한계와 윤리강령문제 ▷'회사원 의식'을 갖고 있는 언론인의 의식부재 등을 꼽았다.

이에대해 토론에 참석한 장행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박지원 장관이 기자들에게 준 돈의 액수와 횟수가 상상을 초월한다"며 그정도는 '촌지'가 아닌 '뇌물'이라고 말했다.

이상기 기자협회장도 "'촌지'나 '금품'은 기자와 취재원간의 '관계'속에서 생기기 시작한다"며 기자가 촌지를 받으면 오히려 그러한 관계를 악화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가 촌지를 받으면 당당하기보다는 비겁해지고, 겸손해지지 않는다"며 "당당함과 겸손함을 상실한 기자를 기자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박지원 전 장관이 촌지와 금품을 제공한 횟수와 시간은 김영완씨가 진술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실제로 한 현직 기자가 박 전 장관으로부터 3백만원의 촌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한 적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박 전 장관으로부터 워낙 많은 기자들이 광범위하게 '촌지'를 제공받아 검찰이 이를 끝까지 밝혀내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겨레 조일준 기자     ©대자보
조일준 한겨레신문 기자는 "이 문제는 기자 개개인의 양심이나 윤리의 문제를 넘어선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자들이 돈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문화가 아직도 팽배해있다"면서 처음에는 촌지를 받는 것이 다소 어색하더라도 곧 익숙해지게 된다며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택수 변호사는 "박 전 장관으로 인해 공개된 사안은 빙산의 일각일 뿐 전체는 아닐 것"이라며 기자들이 취재원으로부터 접대받는 일이 일상적이고 관행화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론인 스스로 비리불감증 치유노력해야"
"사회전체의 민주적 절차와 시스템 투명해져야"
"'범죄'로 규정, 특별법 만들어야"
"기자들의 정신과 의식, 언론환경 변해야"
"기자들 취재비 현실화해야"
"기자 초년시절 윤리교육 강화해야"
"언론계,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 되려 거절하면 왕따"
"기자채용시험에 윤리 문제 넣어야"
"언론인 특별법 만들어 가중처벌할 수도"

이처럼 되풀이되는 언론인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민희 총장은 "단기적으로 해임과 파면 등 강력한 처벌조항을 담은 실천적 강령을 언론사별로 마련하고 실천해야 하며 무엇보다 언론인 스스로 비리불감증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정부패가 언론인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사회전체가 민주적 절차와 시스템에 의해 투명하게 운영될 때 언론인비리도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행훈 전 편집국장은 "의제설정과 민주주의 기능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가 지속된다면 '경고' 조치로 해결될 일이 아닌 '법'으로 해결해야 할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는 "기자들이 촌지를 받아도 대가성이 없다고 하면 정치자금과 마찬가지로 문제삼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일정한 금액을 정해서 촌지를 규정하는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기 기자협회장은 기자들의 정신과 의식, 언론사의 문화가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 그는 기자 초년시절 기사작성 기술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기자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 기자나 한겨레 기자나 모두 '대한민국의 기자'이지 자신이 속한 회사의 이익에 맞춰 기사를 쓰는 기자가 아니"라며 지금의 기자들이 단지 회사원으로 임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기자들의 정신과 의식이 바뀌어야 하고 언론사 내부의 공짜문화도 사라지는 언론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자들의 취재비를 현실화하고 입사시 윤리의식에 대한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림 위원장은 현재 언론계는 '도덕적 개인과 비도적적 사회'라면서 실제로 기자들이 언론인 윤리강령을 알고도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신문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신문사에서 이런 행위를 눈감아 주는 경우도 있고, 최근 신문기자들이 직접 광고를 유치하도록 하는 요구가 늘어나면서 광고에 대해 리베이트를 주는 경우가 있어 이러한 우려는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는 "경찰서나 정부 기관에서부터 '촌지'를 제공하는 관습을 없애야 한다"면서 "기자채용 과정에 있어서도 채용시험에 윤리강령 문제를 넣거나 수습 6개월 기간동안 윤리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이상기 기자협회 회장     ©대자보
김변호사는 언론인 비리를 근절키 위해 '윤리'와 '법'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실제로 비리에 연루된 기자가 있을 경우 기자의 정치적 생명이 끝난다는 인식이 언론계와 사회적으로 마련되야 하고 언론계 내부의 자정과 대안매체가 비리사례들을 보도하는 것"을 윤리적인 측면에서 꼽았다. 법적인 측면에서는 적정한 규모의 촌지를 받는 행위에 대해 법에 "사회상규에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용인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기자들이 많은 금액을 정기적이고 반복적으로 받는다면 "보도와 관련해서 부당한 청탁과 금품을 받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형법상 '배임수뢰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법적으로 규정하기 위해서 "언론인 특별법을 만들어 가중 처벌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대통령, 언론을 '적'으로 규정, 우호적 언론 무시한 전략적 '미스'"
"대통령은 국민에 봉사하고, 언론은 독자를 위해 일하는 것이 본분"
"언론감시위한 시민단체 법, 제도적으로 공공성 뒷받침 돼야"
"공익과 국익차원에서 언론과 권력이 협력할 수 있는 합의 있어야"

긴장관계를 겪고 있는 권언관계에 대해 최총장은 "노무현정부가 조중동과 그렇지 않은 언론을 구분하지 않고 언론 전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적'으로 규정한 것이 현정부의 '미스'라고 지적"하면서 "노대통령의 보다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장 전 편집국장도 "신문이 권력과 대립해서 싸우는 일은 독재정권 시절 일"이라며 "노대통령은 언론과 싸움을 그만두고 국민에 봉사해야 하며 신문도 독자를 위해서 일한다는 본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는 "먼저 부적절한 권언관계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권언유착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조기자는 "시민운동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이 부분을 거론해줘야 하는데, 문제는 시민단체가 얼마나 공공성을 확보할 것인가"라면서 "법적, 제도적으로 시민단체의 공공성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변호사는 "공익과 국익차원에서는 언론과 권력이 대결만 할 것이 아니라 협력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서 우리사회 내부적으로 합의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변호사는 "삼권분립의 차원에서 언론권력을 다룬다면, 견제와 균형속에서 국민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져다 줘야 하는데 우리 언론은 그렇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현행법상 언론을 '기본권 주체'라고 하고 국가를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주체'라고 하는데, 기본권 주체의 권력남용을 제한하고 방지할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언론기관내에서 독과점 구조를 깨고 시장구조에 맞게 재편하면 되고, 언론기관 밖에서는 시민단체가 언론에 자기권리를 반영해서 언론 스스로 자각할 수 있게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를 맡은 이재국 언론노조 신문개혁특위 위원장은 "언론재단에서 실시한 언론인 윤리조사에서 기자 10명 중 8명은 촌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으며 그중 2명은 기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며 이러한 관행이 계속되면서 기자의식이 실종돼 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언론인의 자질을 문제삼으면서 아울러 기자 개인의 윤리문제라기 보다는 언론환경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현직 언론인을 대표하는 기관인 언론노조와 기자협회에서 그동안 이러한 문제로 인해 자체 윤리강령에 따라 조합원이나 회원을 처벌한 사례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이른바 '공범의식'에 대한 부분은 뼈아픈 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날 토론회에서 언론인 비리의 다양한 원인과 해결방안들이 제시된 만큼, 향후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자성을 통해 건전한 언론과 권언관계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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