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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3제, 부모의 헌신적인 삶을 묵상함
박경리의 '히말라야의 노새', '문정희의 '찬밥', 김현승의 '아버지의 마음'
 
정연복   기사입력  2009/05/07 [09:23]
어머니의 고달픈 삶을 생각함 - 박경리의 시 '히말라야의 노새' 
 
히말라야에서
짐 지고 가는 노새를 보고
박범신은 울었다고 했다
어머니!
평생 짐을 지고 고달프게 살았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울었다고 했다
 
▲     © CBS노컷뉴스

 
 
 
 
 
 
 
 
 
 
 
 
 
 
 
 
 
 
 
 
 

그때부터 나는 박범신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아아
저게 바로 토종이구나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삶을 묵상함 - 문정희의 시 '찬밥'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1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우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문정희·시인)


아버지의 존재를 묵상함 -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     © CBS노컷뉴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김현승·시인)
*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감리교 신학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으로 있다. 민중신학적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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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5/07 [09: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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