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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견폐일(蜀犬吠日)-조선일보와 국제언론인협회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기사입력  2003/09/24 [12:08]

옛날 중국 촉(蜀)나라 땅은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 안개가 자주 일어나는 탓에 해를 보는 일이 드물었는데, 어쩌다 해가 들면 개들이 해를 괴상하게 여기고 놀란 나머지 사납게 짖어대었다고 한다. 이를 '촉견폐일(蜀犬吠日)'이라 하였다. 무릇 식견이 좁은 자가 남의 훌륭한 말이나 올바른 행동을 보고, 놀라고 괴상하게 여겨 도리어 비방하는 것을 두고 쓰는 말이다.

또 '폐주(吠主)'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주인을 보고 짖는 개'라는 뜻이다. 그러나 개가 미치지 않은 이상 제 주인을 향해 짖고 물어뜯는 일은 없다고 하니 필시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 역사에서는 고려 때 원나라에 부역했던 홍복원·다구 부자를 '폐주'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고 있다. 특히 홍다구는 그의 아비가 스스로 저지른 잘못 때문에 죽었음에도 사적인 원한에 사무쳐, 제 나라 임금과 정부를 수단 가리지 않고 대국인 원나라에 모함함으로써 화를 나라에 들씌웠다고 <고려사> 열전 반역편은 전하고 있다.

조선일보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국제언론인협회(IPI) 총회가 "한국의 주요 신문들을 탄압하고 위협하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속적인 공격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한국을 IPI 언론자유탄압 감시대상국(Watch List)에 남겨두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한다. ["정부기관 동원 언론탄압 말라"]는, 구호를 연상케 하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IPI 결의문 내용을 따옴표로 인용하여 상세히 소개하고, "IPI는 지난 2001년 한국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로는 처음으로 감시대상국으로 선정했다"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덧붙이고 있다.

17일자 사설 [偏執症的인 정부의 언론 시비걸기]에서는 'IPI가 결의문을 채택한 것에 대해 정부가 부끄럽게 여겨야 할 것'이라고 질타하고, 18일자 정치면에서는 국회 문광위에서 야당 의원들의 '언론탄압국 지정이 국가적 수치요, 국가 이미지 실추와 국익에 손실을 준 것'이라는 질의 내용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또 19일자 '조선데스크'의 [러시아·짐바브웨와 한국의 언론]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언론후진국' '불명예' '망신' '치욕'이라는 말까지 동원되더니 끝에 가서는 '정부 부처가 경쟁하듯 폭탄세례 같은 쟁송을 시작하고…장관이 미국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다고 맞장구를 치는 광경이 정말 역겹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수치는 그들이 말하는 수치와 분명 다르다. IPI가 언론자유탄압 감시대상국으로 한국을 지정해서가 아니다. 언론자유를 언론사와 사주의 자유로 착각하고 있는 단체의 말에 귀를 기울일 사람은 별로 없다. 더욱이 유신정권 하에서 모든 언론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을 때, 또 전두환 시절 언론인 대학살과 보도지침으로 이 나라 언론이 황폐화 되어버렸을 때 '한국의 언론자유를 의심할 여지없다'고 평가했던 단체가 아닌가. 우리가 분노하고 수치로 여기는 이유는 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되는 과정과 그 이면에 있다.

IPI가 한국을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은 2001년의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였다. 세무조사는 불법과 탈법을 일삼아 저지른 언론사와 부도덕한 사주들에 대한 정당한 조치였다. 그런데 그때 IPI가 한국의 언론상황을 특별조사 한다며 들어와 단 하루만에 언론탄압감시국으로 정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은 지금껏 IPI의 결정을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고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IPI부회장과 한국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요, 사무국장도 현직 조선일보 기자가 맡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IPI를 움직였고 어떤 의도였는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이번 연례총회의 결의문은 타 언론사 대표들한테 통지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시에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흑막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지 않는가.

언론종사자나 일반국민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나라 언론은 언론자유를 넘어, 특히 조중동은 권력이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탄압 받는다고 생떼를 쓰고 한편에서는 독재와 이념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모습에서 우리는 해를 보고 짖는 촉나라 개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정권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사적인 감정을 가졌다 하여 외국에 나가 제 나라를 끊임없이 흠집 내고 정당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지도자를 깎아 내리면서까지 사감을 풀고 잇속을 챙기려는 작태는 또 폐주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소인배나 모리배라고 해도 사감에 사로잡혀 제 나라 망신까지 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촉견폐일'이든 '폐주'이든 세상사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좁은 식견을 탓하지 않고, 남이야 어떻게 되든 영달을 꾀하고 영화를 누려보겠다는데 말린다고 될 일이겠는가. 그러나 자신들의 오만과 탐욕에 눈이 어두워 제 나라를 국제적으로 망신시키고 끝내는 위태롭게 한다면 역사는 그들을 분명 폐주로 기록할 것이다. 제 나라와 나라의 주인인 국민도 몰라보는 조선일보, 정말 역겹고 또 역겹다.

* 본문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가 발행하는 [주간 안티조선] 24호(2003. 9. 23)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주간 안티조선 가기 http://www.antichosu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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