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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비정상적 '탈북자' 만평과 논조
[언론비평] 탈북자 문제 전면에 내세우는 조선일보의 숨겨진 의도
 
심승우   기사입력  2007/05/04 [12:29]
5월 3일자 조선일보는 ‘태국 탈북자’라는 만평을 싣고 있다. 이 만평은 지난달 28일 북한 주민 4명이 소형목선(전마선)을 타고 서해 연평도 해상으로 귀순했다는 보도에 관련된 것이다. 사실, 이러한 보도는 대부분의 국내 언론에서 단신으로 다룬 것이다. 사안이 중요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정부 당국의 코멘트가 대단히 간략했고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태국 탈북자 수용소' 만평 뒤에 숨겨진 의도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신문의 얼굴과 다름없는 만평으로 부각시켰다. 만평은 태국 탈북자 수용소에 있는 북한 탈북자들이 TV를 보면서 억울해 하는 분위기를 강조했다. 벽에는 ‘한국으로 빨리 보내주오’라는 구호가 여기저기 적혀져 있다.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탈북자 정책을 비난하는 것이다. 

▲  탈북문제를 교묘히 왜곡하는 조선일보 만평   © 조선일보 5월 3일자 PDF

외양상 이 만평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만평이 신문의 얼굴이라면 이 얼굴은 가면이고 그 뒤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기 마련이다. 조선일보가 이 만평을 통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순수하게 탈북자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논하고 싶었던 것일까?

북미간, 북일간 대화가 진전될 때마다 발목을 잡았던 이슈 중 하나가 ‘북한인권문제’였음을 상기한다면, 조선일보의 의도에는 왠지 불순함이 느껴진다.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며 김정일 정권 '붕괴'를 노래하는 조선일보의 그간 논조를 상기한다면, 마냥 순수하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탈북문제 전문 비디오저널리스트’ 조천현씨(말지 북한전문기자)도 이런 개연성을 인정한다. 그는 “탈북자 문제는 북미간, 북일간 대단히 민감한 사안으로서 터뜨리기만 하면 이슈화된다”고 지적한다. 

조선일보를 비롯하여 국내 보수언론 뿐만 아니라 일본 보수 언론 및 방송도 탈북자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자극받은 여론에 의해 미국와 일본 정부는 ‘북한인권문제’를 협상의 테이블에서 강조하게 되고 이는 다시 북미간, 북일간 관계를 경색시켜 왔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 인민 및 탈북자들에 관해서라면 조선일보는 국내 언론 중 당연히 ‘인권’ 신문이다. 예컨대, 탈북자 문제가 대두되면 조선일보는 이를 집중적인 보도의 대상으로 삼는다.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무심함과 비교한다면 대단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조선일보는 인권신문? "노무현은 탈북자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가?"

지난 4월 26일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된 탈북자 400여명이 한국에 빨리 보내줄 것을 요구하며 24일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와 사진, 사설을 통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사설에서는 절절한 호소를 통해 탈북자 인권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노대통령이 대한민국이 국가로서의 자존심과 의무감이 있는 나라라면,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동포들과 한민족이란 핏줄로 이어져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저 먼 태국에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400명 탈북동포의 비명을 외면해선 안 된다”

그러나 과연 조선일보는 탈북자의 인권에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탈북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함으로써 어떤 정치적 효과, 이념적 공세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장.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조선일보는 과연 탈북자들이나 북한의 인권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인권의 핵심은 생존권이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쌀과 고깃국’은 국가 경제의 발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북한과의 경제협력,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권의 핵심은 생존권, 인도적 대북지원도 결사 반대하는 조선일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이러한 상식적인 북한인권 보호정책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미국의 대북 봉쇄정책을 열렬하게 옹호했으며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전투적으로 반대해왔다. 인도적인 대북지원조차 단호하게 반대해 왔다.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는 그날까지 북한을 압박하고 봉쇄시켜 고립시키자고 주창해 왔다. 북한 인민이 모두 굶어 죽더라도? 

얼마전 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조건없는 쌀지원’을 약속하자 수구보수세력은 친북좌파정권이라고 맹비난했고 이들의 대변지인 조선일보 역시 쌍심지를 켜들고 결사반대를 외쳤다.  

심지어 최근 북한-미국간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북한경제 봉쇄가 풀릴 기미가 보이자 조선일보는 각종 사설과 주장글, 기사를 통해 미국과 부시 정부의 오판을 강력하게 경고해 왔다. 

이런 그동안의 조선일보의 행태를 고려한다면, 3일 만평의 의도는 결코 ‘인간적이지’ 않다. 판매부수 1위를 자랑하는 조선일보는 신문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만평’을 통해 탈북문제를 이슈화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이슈화시킴으로서 정부의 적극적인 탈북자 수용정책을 압박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남북한 관계의 진전을 방해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저런 '비인간적인' 김정일 정권과의 대화는 말도 안된다고 말이다. 혹은 김정일 정권을 자극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탈북 문제 해결한 합리적인 대책 제시하지 못하는 조선일보

그러나 조선일보는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북한 인민들의 대규모 기획탈북을 정당화하면서 더 많은 탈북자들을 양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으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결코 책임있는 언론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기라성 같은 엘리트 기자들은 다 어디를 가고 "탈북 더 많이 시키고 더 많이 입국시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단 말인가. 

알려진 바와 같이, 2002년 이후로 연간 천 여명이 넘는 탈북자가 한국으로 입국하는 사태에 이르고 있다. 이런 탈북자의 지속적인 대규모 국내 입국은 한국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주게 되고, 종합적이며 체계적인 지원대책을 긴급히 필요로 한다. 그러나 아직 한국 정부 및 시민사회는 탈북자를 수용할 수 있는 재정 및 시설 등의 제반 여건이 부족한 실정이며, 지원정책이 허술한 실정이다.

탈북자의 입국을 막자는 말이 아니다. 보다 합리적이며 근본적인 탈북자 대책을 마련하는데 1등 신문 조선일보가 앞장서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반북주의와 냉전주의에 갇혀 무조건 탈북을 부추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탈북 문제 해결, 공개적인 논의에 부쳐야

조선일보는 태국수용소를 무조건 비참한 곳으로 묘사했지만 사실 ‘무조건 북으로 송환해 버리는’ 중국에 비하면 태국이나 베트남, 캄보디아는 탈북자들에게 비교적 안전한 곳이다. 탈북자들 역시 이곳을 일단은 '자유의 젖줄'처럼 생각한다. 이곳 정부는 탈북자를 법적으로 보호하며  한국정부의 지원도 암암리에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곳에 온 탈북자들은 대부분 선교단체와 브로커들의 도움을 받아 온다. 사실 이들이 열악한 시설이나 빈곤에 처하게 되는 것은 이곳까지 오면서 브로커들의 막대한 이중 수탈 때문이라는게 ‘탈북문제 전문가’ 조천현씨(말지 북한전문기자)의 설명이다. 

이들은 선교단체로부터 활동비를 받으면서 동시에 탈북자들로부터도 엄청난 사례비를 받는다는 것이다. 조씨는 이러한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정부가 탈북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려는 의지의 부족탓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조씨는 “제3세계에 거주하는 탈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공개적인 논의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이 시점에서 무분별한 기획탈북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외교적 해결책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태국 탈북자 수용소 문제 역시 남북한과 태국사이의 외교적 정치적 문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북한판 마샬플랜, 탈북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추진해야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은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남북경제협력의 활성화라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북한판 '마샬 플랜'의 실천이다.

당장, 한국 미국 일본 주변 3국의 북한 경제 지원이 효과적으로 전개되고 만약 북한에 개성공단같은 산업지역에 많아진다면 굳이 탈북자가 생겨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이러한 경제협력을 실천에 옮겼다면 지금쯤 북한을 탈북하는 행렬의 상당부분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이러한 경제협력 정책은 통일 이후의 비용과 충격도 최소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경제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은 물론이고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확실한 것은, 압박과 봉쇄와 고립을 주창하는 조선일보의 ‘탈북문제 이슈화’는 탈북문제의 해결은 커녕 족쇄와 질곡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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