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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흉내내면서 기고만장한 한국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은 동북아 허브담론을 논할 자격이 없다!
 
황진태   기사입력  2003/09/15 [09:29]

필자는 전공(경제지리)차원에서 2년 정도 동북아 허브(Hub)에 관한 텍스트들을 수집해왔다. 그 중에서 한국경제신문의 오피니언과 기사도 스크랩을 해왔는데, 오늘은 참다 참다, 도무지 조선일보식의 기고만장에 기가 막혀서 한국경제신문 논조와 언행의 불일치를 지적하고자 한다. 

나는 경제자유구역법에 포함되어 있는 동북아 허브의 전제로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경제노예법’적인 조항들만 수정된다면, 앞으로 이 나라가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동북아 허브 추진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그리고 이러한 허브담론을 학회에서 대중에게로 알기 쉽게 전달하는 매개체는 단연 경제신문이라 본다. 그러나 이들 경제신문들은 자신들의 담론의 밸러스트마저 무너뜨리고 방향타를 어디로 돌려야 할지 헛갈리면서 오히려 적반하장, 기고만장으로 정부의 동북아 허브 정책에 혼란을 더욱 부추기는 비정상적인 피드백을 자처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4일자 사설 지역특구 지정 남발 안되게     ©한국경제신문홈페이지
9월 14일 오늘자. 한국경제신문(이하 한경)에는 “지역특구 지정 남발 안되게”라는 제목을 뽑은 사설이 실렸다. 이 사설의 몇 가지 텍스트를 통해서 한경의 언행의 불일치를 확인해보자.

“문제는 자칫 의욕만 앞세워 특구지정을 남발한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특구지정에 따른 규제완화를 기대한 부동산 투기가 전국적으로 극성을 부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한경은 부동산 과열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는가? 혹, 한경은 부동산 과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생각은 못하셨나? 한경에서는 지난 2월 7일 ‘지자체장, 노무현정부에 바란다’는 기획연재를 통해서 거의 한지면에다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안상수 인천시장의 보고내용을 할애했다. 이명박씨 부분에서는 “청계천-상암-여의도 금융벨트로”, 손학규씨 부분에서는 “첨단산업 클러스터와 물류단지 조성”, 안상수씨 부분에서는 “국제물류,비즈니스 중심지”라고 야하게 활자를 뽑았다. 신문을 통해서 부동산 정보를 얻는 투기꾼들에게 이 기사를 보고서 서울-수도권에 부동산 투기가 더욱 과열될 것이란 걸 정녕 모르고 저질렀나? 이외에도 경기도, 인천부문에 대한 한경의 홍보성 기사는 수두룩하다.(앞면에는 명품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뒷면에는 버젓이 카드광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경제신문에서 이렇게 철없이 마냥 떠드는데 정부에서 지방분권, 행정수도 이전한다고 백날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부가 잘하려 해도 이렇게 딴지를 걸으니(물론 정부가 무조건 잘한다는 건 아니지만 더 못하게 할 거까진 없지 않은가?) 계속해서 9월 14일 사설을 살펴보자.

나는 지난 늦겨울 한경이 한 일을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과욕을 부리기 보다는 사업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 성공가능성이 높은 소수의 특구만 먼저 지정하고 성과를 보아 추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지난 늦겨울에 한경이 각 지방마다 지방순회공연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신문 팔아먹은 짓거리를 잊지 않았다! 소수의 특구지정? ‘지역네트워크’로 경제도약 이루자.는 신년기획을 통해서 한경이 지방순회공연에서 큼직하게 찍은 편집 짓거리를 감상해보자. 어이가 없다.

“수도권경제특구 조기정착으로 ‘열린통상국가’ 앞당기자(1월 6일자)”
“부산~광양~서해까지 해양허브로 가자(1월8일자)”
“설악-금강, 제주도 복합개발 등으로 동북아관광중심에 서자(1월10일)”

여기에 더하여 ‘지자체장, 노무현정부에 바란다’를 통해서 전국의 각 지자체장들에게 아부 떨면서 다음과 같은 활자를 큼직하게 박아 지역주민들에게 지역발전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다.

“대구-광주-대전 삼각축 조성” “동해안 포함 U자형 국토개발 시급”(1월 28일자)
(광주)“2012년 光박람회 유치 추진”“목포,광양권 물류 거점 구축”(1월 29일자)
“군산 경제자유구역 지정해야” (2월 12일자)
(제주)”휴양에 초점맞춘 산업클러스터 개발”(2월 13일자)

이외에도 증거는 넘쳐 난다. 한경은 지역주민들에게 지역부흥의 환상을 심어주며, 신문 팔아먹는 ‘과욕’을 부리고서는 지역주민들도 다 잘 살아보겠다는 데 그것을 ‘과욕’이라 치부할 수가 있는가?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지역만 합하더라도 한경이 말하는 “소수의 특구”가 아니라 전국을 삼키겠다. 왜 예의 염치없게 신문만 잔뜩 팔아먹고 나서 지역주민의 ‘환상’을 깨뜨리시나? 

조중동에 몹쓸 짓만 배운 한경의 지역주의 불지피기.   

이렇게 지역주민들을 바보로 만들고서 필자로 하여금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지역주의마저 조장한다는 것이다. 앞의 낯뜨거운 텍스트들 다시 상기하고서 다음 텍스트들을 읽어 보시라. 참고로 이들 활자는 매우 크고 선동적이다.

“해안도시 뜨고 내륙 ‘한숨’”(2002년 8월 27일자)
“경제특구 허용 인천, 부산, 광양”, “탈락 대구, 울산, 광주는 ‘울상’”, “제주도 긴장”(2002년 11월 21일자)
“미분양 속수무책…텅텅 빈 지방공단”(2003년 4월 24일자)
“대구경제 추락…바닥이 안보인다”, “마산 자유지역 ‘업종교체’ 활발”(2003년5월 29일자)     

안티조선의 주요 근거 중 하나가 조선일보의 지역주의 조장이었는데 이거 과연 `안티한경` 할만 하지 않은가? 한경. 정신 똑바로 차려라! 이러한 지역 간의 이전투구로 몰고 가서 신문을 더 팔아먹는 이런 “계”산기 같은 행동이 무슨 국가경제를 염려하고 전망하는 전문경제신문이란 말인가? 차라리 이럴 바에는 강준만 교수 말마따나 신문지를 화장지 휴지로 사용하는 게 경제신문이 경제적으로 훨 효율적으로 이용되는 것일테다. 여기서 필자가 좋은 사업계획을 한경에 알려주고자 한다. 現 한경이 `타블로이드 한경`으로 재창간되는 것이다. 경제신문은 맞는데. 기사가 믿거나 말거나이니 그저 씩하고 웃어 넘기는 딱 영국의 선(sun)지 정도의 수준 말이다. 염려 붙들어 매시라. 한경의 지상목표인 조선일보만큼의 신문 팔아먹기는 필자가 보장한다.  

결국은 수도권과 지방간의 경제적 이분할 고착화인가?

한경은 이상하게도 지방의 지역들 간의 이전투구에서 수도권은 제외시키고 (2003년 2월 19일자 “대덕을 과기특구로”라는 토막기사와 2003년 2월 20일자 ‘대덕연구단지의 이유 있는 항변’이란 사설이 지방을 배려하는 듯하지만 이후에 이러한 배려는 실종된다.) 지방의 갈등만을 조장, 기사화한다. 아무래도 이를 이상하게 보는 필자의 눈이 순진한 것인가? 당연히 정치, 경제, 행정, 사회, 문화의 중심지가 서울인데 지배층의 헤게모니를 선전하는 한경이 과연 그들의 립서비스를 멈추겠는게 바보지. 올 초에 김포매립지 택지지구 무산에 대해서 “동북아 허브 육성 자칫 지연 가능성”(2003년 1얼 18일자)이 있다며 유별나게 호들갑을 뜬 것에서 한경의 수도권의 일편단심과 헤게모니 보전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삼성의 한국에서의 기업 위상을 모르는 것은 아니라 삼성에 대한 한경의 관심은 좀 유별나다. “삼성, 경기 서북부 개발 제안”(2002년 7월 11일자)이란 진부한 기사를 비중 있게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수도권 경제 집중의 문제점 따위는 언급자체를 안하며 “수원사업장 첨단 R&D 메카로”(2003년 5월 23일자)라는 낯뜨거운 활자와 삼성로고를 박았다.(필자가 잠시 한경을 과거의 중앙일보로 착각했음을 밝힌다.) 하긴 삼성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전경련의 전위대가 한경과 매경이니 ‘재계 “동북아 구상 적극 동참” “인천경제특구에 R&D센터…금융,물류중심지 발전案 제시”(2003년 2월 26일자)라며 노골적으로, 큰 따옴표까지 장식하며 전위대임을 드러내니 “지역특구는 전국에 걸쳐 있고 토지 및 환경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자칫 서울 충청지역에 이어 전국을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몰아넣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2003년 9월 14일자 사설)는 한경의 입에 발린 사설은 생색내기로 오히려 한경이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여론을 몰아넣고 있음을 보장한다.
 
한국경제신문 필진들의 촌스러운 논리.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경 필진들의 모순, 충돌되는 허술한 논리는 이미 필자가 얼마 전에 한경 다산칼럼 안국신 교수의 논리적 허술함을 짚었지만, 이번엔 다른 필진들의 주장을 통해서 한국경제신문의 노무현 정부에 대한 똥 묻은 강아지, 겨 묻은 강아지 나무라는 기고만장식 비판과 노무현의 동북아 허브정책 혼란을 조장, 심화 시킨 짓거리를 짚어보려 한다. 이거 별거 아니다. 필진들의 핵심적인 몇 마디만 대조하면 그들의 촌스러운 논리가 드러난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대학장이자 전 KDI 원장인 송희연은 2002년 7월 9일자 다산칼럼에서 “먹고 사는 일을 위해서 한반도가 IT산업과 로지스틱(물류)산업을 크게 발전시킴으로써 동북아지역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어서 2003년 1월 14일자 다산칼럼에서는 중국이 제조업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한반도는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이며, 자존은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바로 한반도가 동북아지역이 물류와 IT산업의 중심지화되는 일이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좋은 말이다.

그리고 서강대 경제학 교수 안세영은 2003년 4월 11일자 시론에서 “우리의 확고한 비교우위는 금융이나 물류보다는 반도체 통신 자동차로 이어지는 제조업과 IT산업이다.”고 발언했다. 이것도 좋은 말이다. 두 필진의 좋은 주장이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큰 차이와 혼란이 잠재해 있다. 송희연은 ‘IT산업과 물류산업’을 키우기를 주장했고, 안세영은 금융이나 물류보다 ‘제조업과 IT산업’을 키울 것을 주장했다. IT는 차치하고 이미 제조업의 블랙홀, 중국으로 인해서 제조업을 언급하지 않았던 송희연에 비해서 안세영은 오히려 이를 강조하며, 금융과 물류를 제조업보다 비교우위에서 낮게 보고있는 것이다.  

어떤 산업을 먼저 동북아 허브를 위해서 집중 육성시키느냐는 그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이익과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올 초, 당시 DJ정부의 재정경제부와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이 유치업종 선정을 두고서 이견이 생기고, 재계에서도 금융계와 물류계 등 각기 산업계 간에 갈등이 표출되었다는 점에서 한경은 허브담론을 흐리게 만들고, 도리어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허브 정책에 혼란을 유발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는 정부를 비판하다니. 이는 대수롭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피니언은 신문의 얼굴이다. 그런데 성형수술도 안하고 이렇게 필진들의 논조가 상호 충돌하는 것은 ‘야매’나 하는 짓이다. 더더군다나 의례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서 칼럼 끝머리에 달려 있는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는 각주도 송희연과 안세영의 칼럼에는 달려 있지 않았으므로 한경으로서는 비판을 피할 길도 없다. 그냥 각주 달지 그랬나? 지금 이러한 지적이 필자가 꼬투리 하나 잡아 물려고 안달한 것으로 보이나? 한경에서도 어떤 산업을 유치할지 제대로 모르면서 터진 게 입이라고 가만히나 있지 정부의 허브정책에 딴지는 걸지 말았어야 하지 않겠냐는 게 이 꼬투리의 요지다.    
 
개콘을 능가하는 `혼자놀기`의 진수, 한경.

필자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서 요즘 인기리 방영되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에서 개그맨 이정수의 ‘혼자 놀기’ 개그를 한경에서도 하도 잘 따라 하길래 한경 논설, 편집위원들을 개그콘서트에 영입하여 시청률을 올릴 수 있지 않을 까 심각하고 고민 중이다. 한국의 뛰어난 경제 브레인들이 모여있는 한국경제신문에서 나오는 동북아 허브 담론은 분명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그 이정표로 만들어졌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근데 왜 스스로 만든 공든탑을 무너뜨리시는가? 2003년 4월 3일자 한경에서는 “시장왜곡 경제특구 왜 만드냐”는 큼직한 활자와 함께 프린스 EU 대사라는 한국의 정치경제문화적인 상황에 까막눈이면서 함부로 “전국을 특구수준 개선해야”한다고 지껄였고, 2003년 4월 16일자에서 한경에서 조순 前부총리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비현실적 구호”라는 활자와 함께 인터뷰를 왜 했었는지 모르겠다. 이거 평소 한경이 주장하는 동북아 허브가 되기위해서 경제특구 만들자는 구호와 오늘 아침 사설에서 주장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소수의 특구”를 지정하자는 주장과 상반되지 않는가? 이러한 기사들은 토막기사도 아닌 한 줄 기사로 족하다. 고작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려고 그렇게 많은 허브 담론을 생산한 것인가? 배알도 없나? 최소한의 일관성은 보여주시라. 개그는 아무나 하나.

한경. 허브담론만큼은 그 입에 지퍼를 채워야.

사실 한국경제신문보다는 매일경제신문이 더 정치하고 장난질이 심하다고 생각하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지 않는가? 필자의 집에서 유일하게 10년 넘도록 구독한 신문이 한경이라 그 애증이 (동아일보 절독,절필했는 유시민의 애증에는 비하지 못하더라도) 남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앞으로 독자의 말 좀 한쪽 귓구멍은 막고 담아 두고두고 새겨듣길 바란다. 이글의 비판의 요지는 하나다. 필자의 비판을 통해서 한경은 허브담론만큼은 앞으로 그 입에 지퍼를 채워라. 그게 다 한국이 동북아 허브가 되고, 국가경제 발전하고, 한경독자사랑하는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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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15 [09: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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