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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등록금 7조원, 재벌에게 상납하나
[진단] 법인세 인하정책보다 등록금경감정책의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
 
홍헌호   기사입력  2008/07/22 [18:03]
시중금리가 올라가면서 대학생들의 2학기 학자금 대출금리도 8%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생들은 졸업을 한 후 취업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등록금과 함께 학자금 대출금리까지 치솟고 있으니 이중삼중으로 고통스럽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대학생들의 고통에 대해 정부와 집행기관의 입장은 무책임하기만 하다. 학자금 대출금리가 유난히 높은 이유에 대해 주택금융공사는 학자금 대출이 최장 20년 장기 상환을 하는 상품이므로 고율의 고정금리를 책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교육과학기술부 또한 수혜의 범위를 넓히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07년 대선과정에서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려 주겠다고 공약해서 20대의 표를 상당히 많이 획득한 MB정부가 이 문제에 대하여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도 되는 것일까.

현재의 시점에서 MB정부가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려 주겠다는 대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정부가 고집스럽게 추진하려고 하고 있는 법인세 인하정책을 포기하고 7조원의 고등교육예산을 추가로 확보하여 대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것이다. 교과부의 여러 통계자료들을 취합해 보면 2008년 현재 대학 등록금 총액은 13조~14조원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재정부는 법인세 인하정책이 등록금 지원정책보다 더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해이다. KDI에서 2004년 12월에 나온 김용성 등의 연구보고서를 보더라도 1990년대 이후 성장과 분배가 상호배척적이지 않다는 실증적인 증거가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재정지출정책 중에서는 교육정책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가장 높다고 하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말해서 등록금 지원정책과 법인세 인하정책은 그것이 추가 투자나 추가 소비를 유발할 경우에만 생산유발효과를 불러 일으켜 경제적 효과로 이어진다. 문제는 양자가 추가 투자나 추가 소비를 유발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이냐 하는 것인데 전자의 소비유발효과는 평균소비성향에 따라 나타나므로 비교적 명확하지만 후자의 소비/투자 유발효과는 매우 불분명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투자를 결정하는 요인이 매우 복잡다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8년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평균소비성향이 70%라면 7조원의 등록금 경감은 1년간 5조원 정도의 비교육부문 소비를 확대시킬 수 있지만 7조원의 법인세 인하는 그것이 어느 정도 투자 확대효과를 가져 올지 매우 불투명하다.

특히나 각종 실증연구 보고서들은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 어느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는 경우 설비투자액의 7~10% 에 달하는 액수를 법인세 총액에서 경감시켜 주는 제도- 마저 투자유발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결과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경우 경기침체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투자유인책으로 알려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설비투자의 증대에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설비투자와의 연관성을 검증한 본 연구의 회귀분석에서도 유의수준이 발견되지 못하였고 Granger인과분석에서도 전혀 상호 의미 있는 유의수준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임주영(서울시립대 교수), 조세감면제도의 정비방안(2004). 

“설비투자모형에서는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시행되지 않은 기간에 비해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시행된 기간에 자본지출액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세액공제로 인한 투자유인과는 상반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종권(한양대 교수),연구개발비세액공제와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유효성 분석(2004.6).    

다음에 소개하는 [표-1]은 이 분들의 실증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통계자료로, 1998년과 2006년 사이 정부가 임시투자세액공제라는 명목으로 법인세를 감면해 준 액수와 전산업 설비투자총액의 변화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표-1]임시투자세액공제액과 설비투자액 변화추이
(연도)(임시투자세액공제)---(전산업설비투자총액)
1998-------649억원-------40조 5307억원
1999------1153억원-------54조 4083억원
2000------4388억원-------74조 1607억원
2001------7025억원-------68조 1563억원
2002------6528억원-------71조 2506억원
2003---1조 3019억원------69조 3428억원
2004---1조 8134억원------71조 8445억원
2005---2조 5698억원------72조 8237억원
2006---2조 0681억원------75조 7821억원
(자료 출처) : 재경부, 한국은행


[표-1]에서 보다시피 2000년 이후 임시투자세액공제라는 명목으로 법인세를 감면해 준 액수는 크게 늘었지만 전산업 설비투자총액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더구나 정부는 2005년 이후 법인세 최고세율을 2%나 낮추어 2조원 정도의 법인세를 추가로 삭감해 주었지만 결코 설비투자증가효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물론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법인세 인하가 법인들의 투자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래 [표-2]도 2000년대 우리나라 법인기업들이 소득이 없어서 투자를 기피하거나 유보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표-2] 법인 기업소득과 전산업 설비투자액
(연도)----(법인기업소득)----(전산업 설비투자)---(비율)
1995-----68조 1413억원-----56조 2410억원---82.5%
1998-----57조 6166억원-----40조 5307억원---70.3%
1999-----78조 0676억원-----54조 4083억원---69.7%
2000-----88조 0548억원-----74조 1607억원---84.2%
2001----100조 6120억원-----68조 1563억원---67.7%
2002----125조 4454억원-----71조 2506억원---56.8%
2003----139조 5171억원-----69조 3428억원---49.7%
2004----164조 6566억원-----71조 8445억원---43.6%
2005----166조 8242억원-----72조 8237억원---43.7%
(자료 출처) : 한국은행.


[표-2]에서 보다시피 외환위기 이후 법인기업들의 소득증가율이 매우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이에 비례하여 높아지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정부가 7조원의 법인세를 인하해 준다 하더라도 법인들이 투자확대로 7조원의 등록금인하 정책이 가져오는 소비확대로 인한 경제적 효과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리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보수진영의 학자들이 법인세 감세가 당장에 투자 확대를 가져오지는 않지만 기업들에게 신바람을 불러 일으키므로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막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를 지상과제로 하는 경제분석가에게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그런 식의 막연한 사고방식은 결코 용납하기 어렵다.

MB정부가 그나마 기본이라도 갖추고자 한다면 7조원의 법인세 인하정책과 7조원의 등록금경감정책 둘 중 어느 것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에 더 크게 기여하는지 반드시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막연히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소비는 낭비요, 기업들의 투자만이 생산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계정상 투자라는 것은 생산재를 구입하는 것이요, 소비라는 것은 소비재를 구입하는 것인데 그 액수가 동일한 경우 양자의 경제적 파급효과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문제는 법인세 인하정책과 등록금경감정책이 어느 정도 즉각적으로, 그리고 어느 정도의 비율로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느냐인데 각종 실증연구들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훨씬 더 호의적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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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7/22 [18: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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