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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오바마 '뺄셈 경선'...대선패배로 귀결?
 
박종률   기사입력  2008/03/09 [13:43]
요즘 미국의 초등학생들조차 힐러리와 오바마를 모르면 친구들끼리 얘기가 안될 정도라고 한다.

그야말로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 관심사가 된 두사람의 경선드라마다.

주연 배우의 캐스팅부터 반전을 거듭하는 줄거리까지 흥행대박의 연속이다.

너무나 똑똑하고 잘 난 두사람...그것도 백인과 흑인,여성과 남성,60대와 40대로 특징까지 확연히 구분되면서 지지자들을 열광케 하고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한마디로 '채널고정'이다.그런데 바로 두사람이 너무 잘 난 탓에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오는 6월 7일까지 앞으로 남아 있는 12개주(플로리다,미시건 재선거를 제외하고)의 경선일정을 모두 소화하더라도 승부가 판가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힐러리가 잔여 경선을 모두 승리한다 해도 오바마가 확보한 대의원수를 따라잡지 못한다.오바마 역시 그 때까지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를 달성할 수 없다.

민주당의 경선방식이 승자독식이 아닌 득표비율에 따라 대의원 배분이 이뤄지는 만큼 퍼펙트 압승이 아니고서는 두사람의 승부가 판가름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두사람의 승부는 8월 전당대회장에서 슈퍼대의원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1년반에 걸친 경선기간 동안 갖은 고생을 했던 두사람인데 결국 비민주적(?)인 '체육관 선거'로 끝을 낸다고 하니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이른바 민심(民心)과 당심(黨心)의 차이에 따른 내부 분열 가능성과 양측 지지자들의 승복여부가 관건인 셈이다.일반적으로 민심(民心)은 후보의 인기도를 반영하고 당심(黨心)은 본선 경쟁력에 비중을 둔다.

민심과 당심의 희비쌍곡선은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사이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양측에 깊이 패인 감정의 골은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을 외면한 채 해를 넘어 공천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힐러리와 오바마의 싸움을 바라보는 미국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경선 장기화는 흥행몰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래도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후보 선출과정이 지난(至難)했던 1968년과 72년,80년 대선은 민주당의 패배로 귀결됐다.

두사람의 '멋있는 경쟁'도 이제는 사사건건 대립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변질되면서 '오바마 흑인뿌리' 사진에 '힐러리 괴물' 발언까지 불거지는등 네거티브로 치닫고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그리고 조금씩 실망의 틈새도 벌어지고 있다.두사람이 모두 사는 길은 '후보단일화'라는 말도 들린다.

힐러리와 오바마는 서로 백악관을 꿈꾸며 대의원수를 '더해가고' 있지만 정작 드림티켓이 멀어지는 '뺄셈 경선'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되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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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3/09 [13: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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