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미군 조종사들의 사람 잡는 '환각비행'
약물에 취해 전투기 조종 …'미친' 폭탄이 어디로 향할까
 
지오리포트   기사입력  2003/02/03 [17:09]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폐해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음주 아닌 약물 복용으로 인한 ‘환각운전’이라면?… 더욱이 지상의 자동차가 아닌, 전투기의 ‘환각비행’이 벌어진다면?…

미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암페타민 등 각성제를 복용하며 하늘을 날고 있다. 술에 취했든, 약에 취했든 자기네 영공에서 전투기를 조종한다면, 남의 나라 사정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전 세계 상공을 장악하고 있는 미군 전투기 조종사들이다. 그들이 몽롱한 상태에서 'Fire' 버튼을 누를 때, ‘미친 폭탄’의 가장 만만한 표적은 약소국 양민들일 수밖에 없다. 지금 절박한 위험에 처한 표적은 이라크 양민들이다. 한반도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미군 전투기 조종사들의 약물 복용 실태를 조명한, 지난 1월 23일자 ‘카운터 펀치(CounterPunch)’ 기사 Flying High - American Pilots Pop "Go Pills," Then Go Kill을 소개한다. <편집자>


▲ 미군의 F16 전투기. 위용을 자랑하는 이 전투기 안에는
혹시 약물에 취한 조종사가 앉아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출처 www.buzzle.com    


“하늘을 난다”는 표현은 미 공군의 관점에서 볼 때 완전히 새로운 의미일 수도 있다. 미군 전투기 조종사들은 미 공군의 축복을 받으며 정기적으로 기분을 '띄워주는' 약과 '내려주는' 약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 폭격기 조종사들에게는 암페타민(amphetamines)이 지급되며, 기지로 돌아오면 잠을 재우기 위해서 진정제가 투여되기도 한다.

군대에서는 오랫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이 충격적인 사실은, 아프가니스탄의 캐나다 기지에 500lb급 레이저 유도폭탄을 떨어뜨려 10여명의 캐나다 군인을 죽게 만든, 미군 F16 전투기 조종사 두 명에 대한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격분한 캐나다 당국은 두 명의 미군 조종사들을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조사 도중 사고를 일으킨 조종사들이 자신들의 상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암페타민 알약을 복용하라는 권유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때 '흥분제(uppers)'혹은 '스피드(speed)'라는 별명으로 불려졌던 암페타민은, 현재 미 공군에서는 '신경각성제(go pills)'로 불리고 있다.

CNN의 Q&A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떤 미 공군 군의관은 전투시 '해악을 미치지 않고 탁월한 역할을 하는' 신경각성제의 '미덕'에 대해 장황한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피로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신경각성제는 종종 조종사의 생명을 구해낸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조종사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돌 볼 수 있으나, 지휘관이 제공하는 흥분제를 거부할 경우 특정한 작전에서 배제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조종사들이 암페타민을 복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폭탄을 발사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젊은 조종사들이 약에 취해 있다면 예상치 못한 피해가 커질 확률이 높아지는게 아닐까?

덱시드린(덱스트로암페타민)을 제조하는 업체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업체들은 이 약물이 기계나 운송 수단을 작동하는 것처럼, 위험성을 잠재하고 있는 활동능력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덱시드린의 일반적인 부작용은 신경과민, 불면증, 적대감, 중독, 의심, 편집증 등이며, 최악의 경우 과대망상과 환각을 일으키는 '암페타민 정신 장애(amphetamine psychosis)'로 이어진다.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조종사 중 한 명은 임무 수행 두시간 전에 5mg의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다른 한 명은 출발하기 불과 한 시간전에 10mg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혹시 이 조종사들은 캐나다군이 자신들에게 사격을 가하고 있다는 환각속에 빠져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최근 조종사들에 대한 공식적인 청문회 첫 번째 과정이 끝났으므로, 아마도 우리는 곧 그 결과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종사들이 암페타민을 복용한 사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CNN에 출연한 군의관은 지난 60년 동안 미 공군 전투 조종사들이 약을 복용해왔다고 주장했다. 나의 계산이 맞다면, 이것은 제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차 대전 당시 영국 조종사들이 각성제를 복용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몇몇 보고서에는 포크랜드 전쟁에 참전한 공군에게 진정제를 제공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오늘날 영국은 대단히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영국 공군이 조종사들에게 암페타민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전(前) 조종사이며 국방부 부 참모총장인 팀 가든(Tim Garden) 공군 최고 사령관은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 공군이 조종사들에게 암페타민을 복용하게 하는 것은 '아주 이상한'관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 군부의 실력자들은 이와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군대에서 흥분제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기는 했지만, 흥분제의 사용이 공식적으로 인가 받은 것은 1960년부터였다. 기록상에 남아있지는 않지만, 흥분제가 군인들에게 처음으로 대량 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이었다.

베트남 전 당시 미군이 선택했던 약물은 아편이었다

리 로빈스(Lee N. Robins) 교수가 1971년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베트남전 참전 군인 중 절반 가량이 아편이나 헤로인을 복용했다. 군대의 지휘관들이 이러한 관행을 허가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런 제재 또한 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걸프전이 끝난 직후에는 미군 조종사들을 상대로 덱시드린의 사용량을 측정하기 위한 설문 조사가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종사들 중 65%가 참전 당시 암페타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미군 폭격기 조종사들 중 3분의 2가 정기적으로 위험성을 잠재하고 있는 약물을 복용한 채 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간인이 이 약물을 복용한 채 비행기나 자동차를 몰 경우, 필연적으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게 speed(각성제)이다. 이래서 speed(과속)는 위험하다"

그리고 어쩌면, 걸프전 당시 미군과 연합군 사망자 중 그 4분의 1이 바로 '아군의 오폭(friendly fire)'으로 인한 결과라는 것이 이런 우려스러운 통계와 관련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걸프전의 결과로 암페타민 중독자가 되어버린 조종사들에 대한 보고서가 나와 있기도 하다. 전(前) 백악관의 약물 전문가였던 로버트 듀퐁(Robert DuPont) 박사는 미 공군 내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덱시드린에 대해서 놀라워하면서, “이게 speed(각성제)이다. 이래서 speed(과속)는 위험하다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blue on blue' 사건(아군의 오폭에 의한 사건) 이외에도, 아프가니스탄 전쟁 도중 미군 폭격기 조종사에 의해 살해당한 민간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을 전체가 아예 이 지구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 자신도 B-52 폭격기가 떨어뜨린 폭탄이 폭발해서 부상을 입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여러 번 미군 조종사의 실수로 인해 자국민이 사망한 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미군 조종사들 중 아무도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살해한 일에 대해 법정에 선 이가 없으며, 국방부는 수많은 소송에서 책임을 회피해왔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가 이번 사고에 대해 항의하고 나서자, 미 국방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하였으며 실수를 저지른 조종사들에 대한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어째서 캐나다인들의 목숨이 가난한 제 3세계 시민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지 궁금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조종사가 ‘낡은 지도’를 봤기 때문이라는 미국 정부측의 변명

그런데 이 모든 사실이, 지금 이라크와의 전쟁에 참전할 준비를 하며 걸프 지역에 주둔해 있는 25만 명 이상의 미군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것은 바로 조종사들 뿐 아니라 다른 미군들도 '각성제'를 복용하는 것이 일상적이며,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군인모집을 위한 광고에 흔히 쓰이는 카피이다 - 옮긴이) 수만여 명의 젊은이들이 들뜨고 흥분한 상태에서 자신들을 '초대해 준' 나라의 시내와 마을을 돌아다니게 될거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런 지역에서 고조되고 있는 반미 정서를 고려해 볼 때, 예상되는 그림이 결코 심상치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군이 알-아미리야(Al-Amiriya) 지역의 대피소를 폭격해서 3백명 이상의 민간인을 살해한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이라크인들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것은 지휘통제 센터에서 잘못 내린 지시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기분이 매우 들 뜬' 군인들이 다음번에는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하는데 실수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는 영국인 전투기 조종사가 민간인 수송차량이라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미군 F16 전투기 조종사가 코소보 난민들에게 폭격을 한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을 밝힐 수 없을지 모른다.

코소보전 당시 베오그라드에 있는 중국 대사관을 오폭한 사실도 여전히 골치아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당시 조종사가 ‘낡은 지도’를 사용했다는 미국 정부측의 해명을 믿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미군장갑차 두 여중생 살인 사건도 약물과 관련된 게 아닐까

또한 우리는 지난 1995년에 일본 오키나와에서 미군 세 명이 12살난 소녀를 강간한 사건과, 올해 초 또다시 일본에서 벌어진 집단 강간 사건, 그리고 50톤 짜리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두명의 남한 여학생 사건에 약물이 관련되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당시 가해자들이 암페타민을 복용했거나 혹은 금단 증상을 겪고 있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건들이 약물로 인해 벌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아프간전에 참전한 뒤 (노스캐롤라이나주 군사기지인) 포트 브랙(Fort Bragg)에 있는 집으로 돌아 온 군인 네 명이 아내를 살해하고, 이 중 두 명이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군인들의 약물 복용 문제가 다시 들춰지고 있다. 연구 조사 결과 민간인들보다 군인들이 아내를 구타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전세계를 상대로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바로 이 나라에서 자국의 군인들에게는 마약을 복용하도록 후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 마약 당국의 신뢰성과 성실성을 손상시킬 뿐 아니라, 미국이 이 문제에 관해서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미군은 현재 자국의 '마약왕'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콜롬비아 군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콜롬비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도 마약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대단히 모순적인 일이다.

부수적인 피해에 대한 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들 뜬 상태에 익숙해진 조종사들에게 미치는 장기적 영향력의 문제가 있다. 직업 성격상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상황에 익숙해 있을 뿐 아니라, 각성제가 제공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기분때문에, 그들이 나중에 일상적인 일들에 적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방부는 국가의 헌신적인 젊은이들(이들 중에는 자신의 안락한 삶과 생명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이들도 있다)을 이용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그들에게 꽃과 메달을 한아름 안겨준다고 해도 한 젊은이를 마약 중독자나 제 구실을 못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놓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덱시드린은 심리적으로 중독될 뿐 아니라, 누구든지 한 번 들뜬 기분에 익숙해지게 되면 그 기분을 뿌리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암페타민을 복용한 사람은 더 심각한 마약에도 손을 대기 마련이다.

철학자인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는 “우리(미국인)는 우리가 결백하다는 믿음에 속아서, 우리를 공격하는 힘의 유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상무기를 가진 자들의 손아귀 속에서 '힘'의 도취감에 젖는 것은 위험하다. 더욱이 그 힘에, 화학물질이 가짜로 만든 붕 뜬 기분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사람 잡게 된다. (Linda S. Heard / 번역 김지연)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지구촌을 여는 인터넷 신문" 지오리포트 http://georeport.net/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2/03 [17:0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