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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누군가에게 '진보의 길'을 묻는다
[기자의 눈] 진퇴양난의 진보신당파와 임종인 의원의 실망스런 독자 행보
 
안일규   기사입력  2008/02/18 [18:10]
심-노, 2월 국회 끝난 후 사실상 탈당할 듯
 
민주노동당 간판스타 심상정·노회찬 의원이 사실상 탈당 선언을 하고 신당 창당 작업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정태인 한미FTA 저지사업본부장과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이미 창당 실무작업에 착수했다는 언론들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심상정 비대위 실패 이후 심 의원은 오히려 탈당의 명분을 얻었고 좀 더 넓은 진보진영의 길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게 사실이다. 정치인 심상정이 민노당 스타를 뛰어넘어 진보진영 전체와 서민과 노동자의 스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치인 노회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행보도 쉽지만은 아닌 것 같다. 2월 임시국회에서 한미FTA, 태안 특별법 등의 산적한 법안들을 처리하고 탈당해 사실상 1달 반 만에 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총선용 급조정당으로서의 모습이 너무나도 뚜렷해 보인다.

심상정·노회찬 지역구 출마는 총선 전 창당 의미 없어

그렇지만 지금의 급박한 상황에서 총선 전 ‘법적 창당’-총선 후 ‘실질적 창당’이란 2단계 창당 전략은 노-심을 비롯한 조승수 신당그룹과도 같은 맥락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기존 민노당 지지자들 또한 기존의 민주노동당보다 진보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나오고 있어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사회당·초록당(준) 등은 2단계 창당 전략에 반대입장이다. 총선 전 창당은 ‘급조정당’이며 사회당과 초록당이 함께 할 여지가 없게 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현실정치세력과 비현실정치세력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원내정당인 민주노동당 출신의 노·심·조는 국회의원 유지와 같은 현실정치인으로서의 문제가 있지만 한국사회당이나 초록당과 같은 원외정당은 이와 같은 문제에 크게 걸리지 않는 입장이다.

사실 원내에서 다시 원외로 쫓겨난 상태에서 다시 원내로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다. 8년간의 노력 끝에 들어간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진보세력으로 4년 뒤 어떻게 재진입 하느냐의 문제는 쉬운 문제는 아니다. 더구나 이명박 시대의 反민주정치와 신자유주의정책이 최고조에 이를 때 원내에서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목소리는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17대 국회에서 진보의 스타 임·노·심을 국회에서 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심상정, 노회찬 의원의 주변에서는 이들에게 ‘진보신당 비례대표’로 출마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심·노는 지역구 출마입장으로 심·노가 지역구 출마를 한다면 총선 전 창당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서 진보정당의 이름으로 지역구 출마는 당선 가능성 희박이다. 문제는 지금대로라면 노·심이 국회에 없는 진보신당은 ‘팥 없는 팥빵’이다.

심상정 그룹, 조승수 그룹과 노선 갈등?

사실상 진보신당의 분위기로는 ‘평등파 중심 정당’으로의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한국사회당이나 초록당(준)과 같은 여러 소수 세력들은 ‘들러리’로서의 이미지가 강해보인다.

그러나 평등파 내에서도 문제가 붉어지고 있다. 심상정-노회찬으로 이르는 이른바 민노당 혁신파 출신과 조승수 그룹의 신당파 그룹의 노선 갈등이다. 심-노와 같은 행보를 할 수 있는 현역의원으로 유력한 단병호 의원은 최근 조승수 그룹의 ‘새진보정당운동’과는 함께 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새진보정당운동의 ‘노동운동’분야를 대표하는 김석준 부산대 교수는 노동운동보다는 지식인이었고 노동운동의 대표성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시민운동’분야를 대표하는 박승옥 시민발전대표 또한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에 대해 줄곧 비판을 해왔던터라 민주노총 등의 노동운동가들 입장에선 달가운 존재는 아니다. 조승수 전 의원의 경우 사실상 사민주의 성향으로 알려져 있어 그 외 세력까지 포괄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민중의소리>에서 전진의 한 노동운동가는 "새진보정당은 확실히 우편향으로 가고 있다"며 "당을 나간다고 해도 그 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어떻게 걸르고 가겠냐"라 한 점을 감안한다면 기존 신당파(조승수 그룹)와 혁신파(심상정 그룹)의 갈등도 예상할 수 있다.

노회찬 의원의 지지기반인 자율과연대 등은 조승수 그룹 ‘새진보정당운동’과 큰 차이가 없다. 노회찬 의원이 조승수 그룹과 노선 차이가 없다고 한 점도 이와 같은 배경이 있어서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 측은 사정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심 의원은 민주노총 출신으로 기반을 두다보니 노동운동의 비타협성, 민주노총, 민중운동 등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던 ‘새진보정당운동’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 (심 의원 주위에 포진된 민주노총 인사들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총선 전 조승수 그룹과 결합할 경우 자주파들의 말처럼 ‘심상정-조승수 야합’으로 몰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심상정-조승수 그룹의 결합이 쉬운 일이 아니다. 총선 전 ‘법적 창당’을 하더라도 심상정과 조승수가 손잡는 것은 오히려 자주파들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 민주노동당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가운데, 무소속 임종인 의원은 노의원의 진보정당 창당 제안에 대해 "프러포즈 없는 공개청혼"이라며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 민주노동당, 임종인의원 홈페이지

임종인, 그가 말하는 ‘민주개혁’은 모호

진보진영의 또 다른 축이라 할 수 있는 임종인 의원의 행보도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임 의원의 주장대로 “통합민주당이 죽어야” 새로운 길이 열리고 그 시기는 총선 후란 것이 맞다. 그러나 그전에 국민들에게 선보이고 “저들을 대체할 새로운 세력이 되겠습니다”고 말할 수 있다.

노회찬 의원의 러브콜에 대해서 임 의원은 “프러포즈 없는 공개청혼”이라며 “노회찬 의원은 진보진영을 강화해야 할 책임이 있고, 나는 떠나버린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에게 답을 해야 한다. 민주개혁세력을 위한 정치력을 만드는 게 나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임 의원은 열린우리당 표로 당선되었고 그 표는 서민과 중산층의 표였다. 그러나 임 의원의 정치 포지션이 민주개혁세력과 맞는가하면 의문이다. 그는 열린우리당과 함께 한 날보다 민주노동당과 함께 한 날이 많았으며 국회의정 4년 가까운 시간동안 민주개혁세력에게 지지받은 게 아니라 민주진보세력에게 지지받아왔다. 열린우리당 당원 중에서 임 의원을 ‘민노당 사람’이라며 비판한 사람도 많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임종인 출마자를 찍었던 사람들의 대다수가 임종인 의원의 노선에 동의하는가하면 그렇지도 않다. 자신을 민주파라 생각하고 개혁세력이라 생각하는 사람 중 임 의원의 한미FTA 반대, 이라크 파병 반대 등 수많은 진보적인 언사에 동의할 것인가. 기자는 물음표라 본다.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공개적으로 거론한 인사는 김성호·장성민 전 의원이다. 이들과 총선 후 새정당을 만들겠다는 게 당시 인터뷰에서 임 의원의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의 포지션도 좋아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지난 24일 ‘새물결’을 구성했다. ‘새물결’은 대통합민주신당 이종걸, 정장선 , 김태용 의원과 창조한국당 정범구 최고위원, 김성호, 박인상, 장성민 전 의원 등이 참가하고 있으며 ‘한미FTA 광신자’ 송영길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옛날 민주당 소장파 ‘새벽21’의 멤버들로 구성된 ‘새물결’은 얼마나 진보적이고 개혁적인지 검증되지 않았다. 도로 열린우리당을 만드는 게 아니냐할 정도로 이념과 노선이 잡탕스럽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진보의 길’을 묻다

작년 1월 열린우리당 탈당 당시 통합진보정당도 가능하다 했던 임 의원. 그는 새진보연대 등을 통해 진보세력과 같이하려는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정반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자칭 민주세력이라는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민주주의의 위기와 만개한 신자유주의에 오늘도 기자는 누군가에게 진보의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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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18 [18: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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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쎄요 2008/02/19 [10:27] 수정 | 삭제
  • 기사에 언급된 각 정치세력의 현재 포지션과 생각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게 많구만요. 그저 다른 기사에 나온 것만, 그것도 피상적인 것만 보고 짜깁기한 인상이 많네요.

    그러다 보니 의원 이름도 확인 안하고 그대로 인용한 오류도 보이고...대통합민주신당에 김태용이라는 의원은 없습니다. 김태홍 의원이죠. 조금만 사실관계를 확인했더라면 이를 다룬 기사의 착오를 금방 알았을 텐데...

    그리고 새 진보정당운동은 이미 심상정.노회찬 신당에 합류키 위해 자신들의 조직을 해체 선언까지 했는데, 아직도 민노당 비대위 시절과 똑같은 포지션으로 양측의 갈등만을 부각시킨 것도 철지난 이야기 같고...

    심상정.노회찬이 새 진보신당을 창당하기로 한 순간 조승수 그룹과는 이미 함께한다는 게 기본으로 깔려 있는 것이죠. 심.노의 신당 창당 선언 뒤의 움직임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신당 세력의 최대 과제가 외연확대인데, 외연확대의 기본은 자신과 가까운 그룹부터 손잡는 거죠. 지금은 조승수 그룹과 비대위 시절 갈등을 논할 겨를조차 없습니다.

    그리고 심.노와 조승수 그룹이 합친다고 "야합"으로 몰리지도 않습니다. 기자의 지나친 걱정입니다. 잔류 민노당 주사파 꼴통들이나 그렇게 보지 대중들은 당연히 같이 할 사람들로 보는 거죠. 분석을 하면서 대중의 눈으로 보는 관점이 생략된 게 이 글의 가장 큰 흠입니다.

    그리고 김성호 전 의원과 새물결과 관계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썼으면 하네요.

    "자신을 민주파라 생각하고 개혁세력이라 생각하는 사람 중 임 의원의 한미FTA 반대, 이라크 파병 반대 등 수많은 진보적인 언사에 동의할 것인가. 기자는 물음표라 본다." 이것도 사실을 기자 생각대로 제단한 것일 뿐, 실제 민주파 중 개혁적 정체세력과 지지자들도 이라크 파병은 반대가 압도적이였으며, 한미FTA도 심정적으로 반대가 많았다는 게 사실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민주파 정치세력과 민주파 지지층 자체가 사실상 붕괴되고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만 남은 상태에서 민주파와 진보파를 구분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상황입니다.

    민주개혁세력은 뭐고 민주진보세력은 또 뭔지..그건 기자의 머리 속에나 있는 개념일 뿐이죠. 지금 소위 반한나라당 쪽에 있는 지지층을 그런 식으로 세분할 수 있을 정도로 정돈이 잘 돼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공황 상태, 아노미 상태일 뿐이죠.

    따라서 민주파든, 진보파든 모든 것을 새롭게 규정하고 재구성해야만 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보는 게 현상에 보다 적확한 분석이 아닐지...그래서 심상정.노회찬이나 임종인이 새로운 정당 건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 테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