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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이대로 주저앉나…분당 현실로
심상정-노회찬 의원 새 진보정당 결의, 천영세 맹비난…진보진영 와해
 
이석주   기사입력  2008/02/14 [13:23]
8년 전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기치로 내걸었던 민주노동당이 끝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당명'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명제가 결국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당내 핵심 축을 담당했던 민주노동당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13일 저녁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비공개 심야회동을 갖고, 탈당 이후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을 위해 공동 행보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이에 대해 당내 갈등 수습과 총선 체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천영세 직무대행은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았던 두 의원의 탈당 행보를 강하게 비난하며, 당원들에게 단결과 화합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심상정 의원이 오는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탈당과 향후 구체적 행보를 선언할 예정인데 다가 지역 당원들의 탈당 행렬이 '도미노' 처럼 진행되고 있어, 민노당의 분열 흐름은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루비콘의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미묘한 입장차' 속 탈당 합의…지역 당원들 탈당 행렬 가속화
 
심상정-노회찬 의원은 이날 저녁 평등파 중심의 핵심인사 40여명을 배석하고 가진 회동에서 탈당에 대한 당위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존의 민노당이 지녔던 종북주의와 노동 편향에서 탈피, 현실 문제에 집중하는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심야회동을 통해 탈당에 합의함에 따라, 이에 따른 당원들의 분열조짐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 민주노동당 (진보정치)

다만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창당 시기와 관련, 4월 총선 이전과 이후를 놓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미 두 의원이 창당 쪽에 마음을 굳혔기 때문에 '2.3임시당대회' 이후 탈당했거나 탈당을 고민 중인 평등파가 대거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노당 대구시당 소속 당원 250여명은 14일 탈당을 선언, 평등파 인사들이 추진중인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에 합류키로 결정했다. 앞서 민주노동당 대구시당은 북구지역당원 30명과 5개 지역위원장이 이미 탈당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민노당 대구시당 교육관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비대위 혁신안도 자주파의 반발로 부결돼 민노당은 더 이상 진보정당이 아니다"며 "자기 혁신을 포기한 당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이밖에 인천시당 소속 146명의 당원도 이날 탈당을 선언, "민노당은 임시당대회에서 변화와 혁신을 거부했다"며 "진보정치의 열망을 담아 노동자와 서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심-노 의원과 뜻을 같이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것.
 
민노당 갈등에서 진보진영 전체의 와해로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진보진영 전체의 와해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분열 사태가 단지 당 자체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민노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했던 진보진영 전체에 그 파장이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연맹은 지난 12일 정치위원회를 통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철회키로 결정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이 민노당을 향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당을 탈당하겠다는 경고성 메시지까지 던진 상황이다.
 
진보진영 핵심인사들의 입장도 극명히 양분되고 있다. 이미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지도위원으로 선출된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13일 인터넷 매체 <레디앙>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애당초 '민중권력'이라는 말은 모순이었다"며 "민노당에 민중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손석춘 원장은 칼럼을 통해 당의 분열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빈민에게 그나마 비빌 언덕이었던 민주노동당이 눈앞에서 마녀사냥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당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우려의 뜻을 전했다.
 
천영세, 심-노 의원 맹비난 "당이 거꾸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천영세 대표 직무대행은 14일 오전 서울 문래동 당사 회의실에서 민주노총과 전농 등 배타적 지지단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당원들의 탈당 행렬에 자제를 촉구하는 동시, 창당 작업에 뜻을 같이한 심상정 노회찬 의원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천영세 직무대행은 14일 오전 민주노총 등과 함께 간담회를 갖고 당의 단결과 하합을 거듭 강조했다.     © 민주노동당(진보정치)

천 직무대행은 먼저 당내 위기 상황에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선 이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과 분당으로 치닫고 있다"며 "당의 분열은 국민들에 대한 책무가 아니다. 거꾸로 가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천 직무대행은 두 의원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그는 "사실 정황은 확인해 봐야겠지만, 이달 말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지난 4년 간 두 사람의 의정활동이 당을 분열시키는 것으로 결론 나서는 안된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천 직무대행은 당 분열에 대한 우려와 총선 승리를 강조, "전체 민중들에 의해서 발현됐던 진보정치가 다시 희망이 돼야 한다"며 "단결과 화합, 과감한 혁신을 통해 코앞에 다가온 총선에서 승리하고 제2창당의 너른 바다로 힘차게 노를 저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노, 임종인 등 진보진영 인사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이처럼, 당내에서 대중적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심상정-노회찬 의원이 새로운 진보정당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임에 따라, 천영세 직무체제 이후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던 민노당의 분열 사태는 사실상 가시권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탈당파들 내에서도 견해차에 따른 엇박자가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탈당 시기와 명분을 조심스럽게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심-노 의원을 중심으로 한 평등파들의 경우, '비대위 혁신안'을 골자로 친북주의에 물들지 않은 정당을 창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조승수 전 의원과 김형탁 대변인 등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준비중인 인사들과는 뚜렷한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두 의원이 새로운 진보정당을 선언함에 따라, 임종인 의원 등 진보진영 인사들의 향후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 CBS노컷정보

여기에 13일 심야회동에서 창당 시기를 놓고 심상정 의원 측과 미묘한 견해차를 보인 노회찬 의원의 경우, 무소속 임종인 의원과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등 진보진영의 인사들과 뜻을 같이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임 의원은 지난1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 "(노 의원이) 방송으로만 말했는데, 그것은 프러포즈 한번 안 하고 공개적으로 청혼한 경우와 같다"며 "총선 때까지는 진보정당을 만들 때가 아니다"라고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급속한 분열 위기에 휩싸인 민노당은 향후 자주파를 중심으로 갈등 수습과 총선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을 넘어 일찌감치 시작된 진보진영의 와해로 18대 총선에서 자신들의 '승리'를 다짐하기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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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14 [13: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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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2008/02/14 [19:44] 수정 | 삭제
  • 민주노동당은 다음부터 경선 하지 마라

    대선에 참여하지도 마라

    그게 당이 사는 최선의 길이다.

    총선과 지선만 참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