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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칼, 권노갑의 혀는 어디로
청와대 긴장, 민주당 신구주류 줄소환 예상, 신당 난항
 
김광선   기사입력  2003/08/13 [19:00]

▲권노갑 의원  
현대 비자금 의혹(150+α)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 2000년 현대측으로부터 현금 2백억원을 받은 혐의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따라서 청와대는 물론 민주당조차도 현재 '일촉즉발 초대형 지뢰'를 밟고 있는 형국에 놓여있어 비자금 파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13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지난 2000년 3월 현대측으로부터 2백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자금은 모두 50여개의 사과 상자로 나뉘어 4차례에 걸쳐 전달됐으며, 이 과정에서 김영완씨가 개입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권노갑씨는 총선 지원 명목으로 현대측에 자금 지원을 먼저 요구했고, 현대는 카지노를 비롯한 대북사업 전반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권 전 고문을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이고, 구속여부는 내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권 전 고문은 "지난 총선에 110억원의 돈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나, 현대 비자금과는 관계없는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 전 고문은 김영완씨에게 정치자금 명목으로 10억원 정도 빌렸고, 나머지 100억은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총선자금용으로 빌렸으며, 일부는 갚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 씨는 또 검찰조사에서 2000년 3월 김영완씨가 자신을 찾아와 현대에서 100억원 정도를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현대 비자금과 무관하게 권씨가 사용했다고 밝힌 110억원에 대해 조성경위와 사용처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혀 정치권에 거친 파장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은 정치자금법 공소시효가 3년으로 이미 끝났기 때문에 지난 2000년 총선과정에서 정치인 5-6명이 권 씨로부터 돈을 받은 단서를 확인했지만 수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숨죽이고 있다

권노갑 전 고문의 구속영장 청구로 청와대는 바싹 긴장하고 있다. 권씨가 현대측으로부터  받은 자금의 일부가 지난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가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 정치자금을 담당했던 권노갑 전 고문이 정치권에서 금기시하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면 노무현 정부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노무현 대통령
현재 노 대통령은 민주당의 지지부진한 신당추진과 대외적인 정세로 인해 사면초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뿐만아니라 언론과의 소모적인 적대관계로 인해 궁지에 몰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검찰의 수사가 급진전해 현대 비자금에 도착지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르게 된다면 참여정부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의 강'을 건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 자금에 관한 문제는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논란이 됐었다. 당시 이인제 후보측은 "노무현 후보는 '부산에서 원 없이 돈을 써봤다'고 말했다"고 공세를 펼쳤고,이에 대해 당시 노 후보측은 "다른 선거 때 보다 더욱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라고 맞받아 친 바 있다.

민주당 신구주류 발등에 불 떨어져

검찰이 권노갑 전 고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민주당 신구주류 인사들에 대한 '줄소환'이 예상됨에 따라 민주당은 현재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민주당 중진의원들은 현재 현대비자금에 대한 관련성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주류의 핵심인사인 김옥두 의원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 하에서 동교동이 탄압받은 그런 기분"이라고 말하면서 검찰의 수사에 강한 불만을 들어내고 있다.
또 13일 김 의원은 "권 전 고문이 준 110억원을 당 선거자금 통장에 입금했고 총선에 나선 후보들에게 지원금으로 줬다"며, "선거가 끝난 뒤 당 후원금으로 권 전 고문이 빌린 돈의 대부분을 갚았지만 얼마나 갚았는지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옥두 의원은 "권노갑 전 고문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10억원을 모금했다는 일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김옥두 의원의 이같은 발언의 맥락을 두고 "검찰의 수사에 대한 견제"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대비자금이 민주당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에 대해 추미애 의원은 "나는 돈 선거해 본 적이 없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또 수도권 의원들에게로 자금이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에 대해 김성호 의원은 "선거전이나 선거 기간 중, 아니면 선거 이후에 누구로부터 선거자금을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고 또 누구로부터 단돈 1원도 선거자금으로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발끈하면서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이 하나같이 현대 비자금과 관련해 부인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권씨가 비자금을 조성해서 한나라당에 가져다 줬겠냐"라는 주장이 일고 있어 민주당의 신구주류는 비자금의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 비자금 의혹으로 인해 동교동계는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권노갑 전 고문은 지난 '진승현 게이트'로 인해 구속됐고, 지난달 2일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하지만 권씨가 지난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된 것은 동교동계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으나, 이번 현대비자금 수수의혹 만큼은 실로 '메가톤급 태풍'으로 비교되고 있어 동교동계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신주류측도 현대비자금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특히 영남 뿐만아니라 수도권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그 와중에 정치자금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이 현대비자금 의혹에 관해 집요하게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민주당의 신당추진은 '민주당 리모델링'으로 유야무야 마무리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오는 25일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구주류의 일부 인사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실상 정치개혁의 명분을 잃은 상태이다. 따라서 정가에 '신당 헤게모니'는 민주당이 아닌 당외각의 신당추진세력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개혁신당연대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규정. 독자적으로 신당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어 향후 개혁신당연대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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