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누가 김근태를 웃음거리로 만드나?
양심고백은 일종의 내부고발, 노대통령의 언급은 부적절
 
심재석   기사입력  2003/07/22 [12:45]

"(경선자금의) 일방적인 고백이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옛날 김근태 최고위원의 고백이 웃음거리가 되고 말아버린 일로 여러분(기자들)도 다 아는 얘기가 아니냐”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경선자금을 먼저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답변이다.

노대통령의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도덕성’이 가장 큰 무기였던 노대통령이 최근 ‘대선자금’문제가 불거지면서 ‘도덕성’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마당에 경선자금까지 혼자 공개하면 야당이 공격할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는 생각일 것이다. 즉, 현행 제도에서 다들 마찬가지인데 혼자 공개해서 ‘독박’ 쓸 필요가 있냐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김근태 의원의 양심고백을 옹호하고 보호하지는 못할 망정, “웃음거리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심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김근태 의원     ©김근태의원홈페이지
김근태 의원은 작년 3월 민주당 국민경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최고위원 선거당시 권노갑 전고문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노대통령이 “정치인의 모든 행위 뒤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말한 것처럼 김의원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민주당에서도 국민경선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그를 비판하고,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공격할 좋은 기회로 삼았다. 결국 국민경선에서 투표인단에게도 “우리 편을 해롭게 했다”는 이유로 철저한 버림을 받았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를 받고 현재도 재판중이다.

노대통령은 이런 일련의 상황을 그저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로 김의원의 고백이 ‘웃음거리’만 되었을까? 설사 웃음거리만 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올바른 결과일까?

 [관련기사] 이대로, 양심적인 김근태의원을 자유롭게하라, 대자보

김근태 의원의 양심고백은 일종의 ‘내부고발’이었다. 스스로의 위법을 고백하여 정치 시스템 전체를 고발한 것이다. 내부 고발자는 법률로도 보호된다. 그러나 김의원은 보호받지 못하고 아직도 외로이 법정에 서고 있다.

노대통령이 내부고발자가 되라는 얘기는 아니다. 누구도 상대에게 희생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희생을 감수한 내부 고발자를 ‘웃음거리’라고 폄하하는 것은 국민들이 노대통령에게 걸었던 기대와 정반대되는 것이다.

이번 ‘웃음거리’ 발언은 5.18행사를 가로막았던 시위대에게 했던 ‘난동자’발언과 함께 노대통령의 큰 ‘말실수’로 기억될 것이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서 말하는 “대통령 못 해먹겠다”는 등의 말실수가 아니라 지지자들에게조차 신뢰를 받지 못할 진짜 말실수다. 물론 그저 말실수 일 뿐이라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말실수가 아니라 인식 부재의 결과라면 더욱 큰 문제다.

국민들이 노대통령에게 열광했던 가장 큰 이유는 희생을 감수하는 정치스타일 때문이었다. 지역구도를 타파하겠다는 목표로 쉬운 종로보다 부산을 택했던 행동에 사람들은 박수를 친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아직도 대통령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선자금 공개 문제도 한나라당과 동시에 하자는 것이 과연 국민들이 기대했던 노대통령의 방식인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이 끝까지 안 하겠다고 해도 민주당이 먼저 공개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근태 의원 재판안내
   - 일시 : 2003년 7월 24일 (목) 오후 2시
   - 장소 : 서울지방법원 가동 519호
   - 내용 : 회계책임자 증언, 김근태 의원 최후 진술 및 검찰 구형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7/22 [12:4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