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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글로벌 스탠다드 제대로 지켜라
[새사연의 눈] 산자부와 국회, 투기적 외국자본 직접 규제 법안 무산시켜
 
새사연   기사입력  2007/11/26 [09:35]
SK 경영권 분쟁을 촉발했던 소버린, KT&G 경영권을 위협했던 칼 아이칸,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서 막대한 차익을 실현한 론스타와 같은 외국자본은 우리 국민에게 이제 낯설지 않다. 그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선진경영기법’이 아니라 ‘먹튀’의 실체다.
 
무산된 한국판 엑슨-플로리어(Exon-Florio)법
 
지난 2006년 말 “국가안보에 반하거나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투자 규제조항을 법률에 명시”하는 ‘국가안보 저해 우려 외국자본 직접 규제’ 법안을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이 입법 발의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른바 한국판 엑슨-플로리어(Exon-Florio)법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엑슨-플로리어(Exon-Florio)법이란 무엇인가? 이 법은 미국이 안전보장을 명목으로 자국의 주요기업을 보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지배를 막기 위해 미국 종합무역법에 포함시킨 조항으로 1988년에 제정되었다. 대미투자위원회가 외국인 투자실태를 조사하여 법에 저촉된다고 판정한 경우 대통령이 인수, 합병, 경영권 취득을 금지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1월 21일 산업자원부와 국회 산자위는 이 법안을 사실상 폐기했다. 대신 현재의 ‘외국인투자촉진법’의 하위 시행령을 개정하여 약간의 규제조치를 넣고 2008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약간의 규제조치’란 방위산업 물자 생산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군사목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물자, 기술이 관련된 경우, 국가 기밀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경우, 테러집단 및 적성국으로부터 자금이 포함된 경우에만 효력을 발휘한다.
 
이 정도는 굳이 시행령을 고치지 않아도 현행제도에서도 얼마든지 규제할 수 있다. 반대로 앞서 말한 SK, KT&G, 외환은행 등에 대한 투기자본 공격은 전혀 막을 수 없다.
 
외국자본에 대한 한없는 배려
 
삼성전자, 포스코, 국민은행, 신한지주, SKT, 현대차 등 시가총액 20위 기업 가운데 외국인의 주식 보유비중이 40% 이상인 기업이 이미 13개나 된다.
 
 1700개 상장기업 가운데 외국인의 주식 보유비중이 5% 이상인 기업이 497개다.(2007년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주요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배가 이미 상당한 수준임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외국자본에 대한 유일한 경보장치는 특정기업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그 사실과 보유의도, 자금 출처를 공개하는 ‘5%룰' 정도다. 그나마 5% 이상 보유한 후에도 7일간 추가 주식 매입을 허용하여 빠져나갈 여지가 충분하며, 매입자금의 출처는 요식적 수준으로만 밝혀도 된다.
 
반면 영국과 독일은 3% 이상, 프랑스는 0.5%~2% 이상, 미국은 5% 이상일 때 자금출처를 포함한 정보공개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차등의결권, 황금주, 외국자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전규제,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은 아예 없다.
 
투기적 외국자본 규제가 글로벌 스탠더드
 
한국판 엑슨-플로리어(Exon-Florio)법을 무산시킨 정부의 변명은 이 법이 “외국인 투자 위축과 국제적 자본이동 자유화 규약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모조리 외국인 투자 위축을 각오했거나 국제 규약을 무모하게 어기고 있는 것인가?
 
더구나 한술 더 떠서 2007년 4월 선진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헤지펀드에 대한 다양한 규제논의가 이루어지는 등 신종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책 마련에 분주한 것이 현실인데 이 역시 국제적 규약에 어긋난단 말인가?
 
현재의 참여정부가 반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리라는 기대는 접은 지 오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종주국에서 하는 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겠나.  / 손우정(새사연 연구원)
 
* 본문은 <새로운사회를는연구연>(http://eplatform.or.kr/)이 발행하는 'R통신 73호' 이슈해설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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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26 [09:3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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