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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지방재정 좀먹는 지역언론의 횡포
 
서태영   기사입력  2003/05/14 [09:33]
2003 행정·산업정보 박람회. 행사의 목적은 '각 기관의 2003년 사업에 대한 이해도 제고, 지자체 각종 행사와 관광지, 특산물 시민홍보, 기업애로 타개와 현장지원 서비스 전개'로 나와 있다. 2004년에도 계속해서 하겠다는 심사다. 행사를 주최한 매일신문은 어떤 관람객의 말을 빌어서, "행정기관과 산업체가 함께 하는 박람회는 전국에서 유례 없을 뿐 아니라 첫 시도에서 이만한 성과를 낸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혹부리언론'의 길이 언론의 몫인가  

그동안 지방언론은 이런 짓을 많이 해왔다. 자기 회사의 이익에 충실한 자화자찬식 보도로 살아왔다. 2500명이 달려와서 성황을 이루었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서 별 영양가 없는 행사에 시민이 몰리도록 했다는 말이다.
인간과 마을 김경민 대표는 "지방자치단체가 후원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행사라면 예산운영의 효율성과 창조성이 드러나는 행사라야 하는데,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었다. 또한 이 행사에 대한 매일신문의 보도는 실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 엄청난 무리를 동원한 기사"라고 꼬집었다.

ⓒ 공금을 쓰면 즐겁답니다^^;
  대구에 이런 형태의 전시박람회가 빈번 해 지면 궁핍한 길로 간다. 언론이 행정기관에게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일을 들고 찾아가 신세를 지면 공무원은 언론을 어떻게 인식하겠는가. 성가신 존재로 보일 수밖에 없다. 대구에서 치러지는 큼직한 행사의 대부분은 신문방송사들이 주최하거나 후원한다. 행사를 주최하고 후원하는 언론사의 논리는 말로서는 설명되지 않는 생존논리라는 것을 잘 알지만, 행사에 참여한 공무원조차 비판하는 행사를 벌인 것은 기획력의 빈곤이거나 '조폭성'을 스스로 폭로한 꼴이다. 언론사의 조폭선언은 달갑지 않다. 전체언론을 욕먹이기 때문이다. 사이비 지방지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중앙언론과 경쟁해서 지역발전을 선도해야 할 지방언론이 알맹이 없는 행사의 창구로 기능하는 것도 골칫거리인데, 그 행사의 주최자로 군림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행사에 참여한 한 공무원은 "말만 행정·산업정보 박람회였지 개념없는 행사였다"고 했다.

  그는 "관람객도 별로 없는 이런 행사가 마케팅에 도움이 될리가 있겠는가"하고 되물으면서, 불필요한 행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불필요한 행사였다는 평가다. 대구시가 이 행사에 퍼부은 혈세는 4천만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북도와 시군구가 낭비한 피같은 세금은 억대를 넘는다. 지방재정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유관기관 협조 체제는 돈독하다. 매일신문사 정재완 사장과 김정길 부사장이 시도지사를 수행하는 모습은 화기애애해 보였지만 보기에 좋지 않았다.다시 한번 언론사와 행정기관, 금융기관, 경제단체의 유착관계가 확인되었다. 그 유착의 부당이익은 소수가 나눠먹으므로 폭리다. 감시견이어야 할 언론이 행정에 꼬리치는 꼴은 못마땅하다. 이렇게 언론과 권력이 유착하면 그 피해는 모조리 시도민에게 돌아간다. 대구경북의 기관단체장들은 거꾸로 가는 지방행정에 열심이다. '언론과 행정이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라'는 여론은 들은 척도 안한다. 선도기관이 오도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 정보없는 박람회는 지겹다
  지금 '지방'이라는 화두는 각광받고 있지만, 돌아가는 현실은 귀살쩍다. 정착하지 못하고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토호들의 '지방'은 혁신대상에서 혐오대상이 되어간다. 그 정점에 지방언론이 종사하고 있다. 지방언론과 지방행정은 더욱 더 멀어져야 한다. 뭉치면 망하고 흩어져야 산다. 신문이 이렇게 행정기관에 신세를 지면 어떻게 해야 보답이 될까. 거래를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지방재정을 거덜내면 어떡하나. 이 행사에 불참한 관공서는 대구 동구와 남구였다. 비용절감을 이유로 신문사 행사에 통크게 등을 돌렸다. 행정정보 박람회에 참여한 행정기관은 이번 행사에 꼬라박은 경비를 낱낱이 공개해야 할 것이다.

몇 안되는 지방방송이 이런 행사를 대단하게 포장하는 것도 삼류행사가 지방에서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모든 행사의 주최, 후원자인 공룡언론이 죽어야 지방이 산다. 관언유착 언언유착. 끼리끼리짝짜쿵하는 통에 바른 소리 잘하는 공무원노조도 입을 다문다. 기자실 개혁보다 더 큰 소리로 떠들어야 할 사안에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가는 오래된 물음이다. 5월 2일부터 3일간 열린 행정산업정보박람회는 대구전시컨벤션센터 1층을 땜빵해준 행사였다. 동원된 공무원과 유관기관 인사들로 대성황인 행사였다. 한칸 임대비 기백만원에 행사담당 공무원 공치게 만들면 언론은 할 말을 잃는다. 지방언론은 사회문제 덩어리 자체이다. 말하자면 '악의 축'이다. 신문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권력행세를 하면 할수록 자기기만의 언어만 토해내는 '혹부리언론'으로 전락하고 만다. 왜 오늘 점심신문-지방지는 보통 점심 때 배달된다-에서 공보 냄새가 나야 하는가. 신문이 언제부터 읽을 거리에서 음식배달용 덮을거리가 되었는가. 아무리 후한 점수를 주려고 해도 지방지의 현주소는 지방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평할 수밖에 없다. 행정기관의 행정주소 또한 디딤돌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행정기관의 언론사 퍼주기 관행은 근절되어야 한다. 지방에 안주하고 지방행정에 빈대치는 지방언론과 함께 지역발전을 꿈꾸지 말지어다. 그들에게는 회초리가 사랑이다. 요, 잡것들을 매우 쳐라! 매일신문이 일을 벌이면 전시컨벤션센터도 좌판이 되요! 매일신문은 노점행사를 삐까번쩍한 박람회장으로 갖고 가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다른 지방 신문사에서 알까봐 걱정된다. 따라할까봐. 영양가없는 행사는 2003년 한번으로 족하다.

* [살려쓴 낱말] 귀살쩍다: (형) 정신이  나갈 정도로 엉클어져서 뒤숭숭하다.
* 본 기사는 DGBNEWS( http://dgbnews.com )에도 실려있습니다.
* 필자는 하니리포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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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5/14 [09: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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