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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문국현 솔루션'? 2% 부족하다
[논단]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이 지닌 함의는 부족, 부동산 해법있나?
 
이태경   기사입력  2007/09/09 [23:43]
이른바 문국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문국현 후보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지지는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불과 2주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못 놀라운 데가 있다.
 
문 후보가 단시간 내에 적지 않은 주목의 대상이 된 데에는 무엇보다 그가 유능한 CEO 출신이었다는 점과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더 나아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유의미한 대항마가 될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話頭)는 경제성장 담론의 선점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상당수 국민들이 문 후보에게 눈길을 주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관건은 문 후보가 제안하고 있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국민들을 설득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느냐, 더 나아가 이명박 후보의 성장 담론을 제압할 수 있느냐 일 것이다.
 
물론 문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문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정책들은 얼개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가 표방하고 있는 정책들을 일별하고 한계를 짚어보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작업일 것이다.
 
새로울 것 없는 그러나 왠지 믿음이 가는 정책들    
 
▲문국현 전 사장의 인간, 미래비전을 알 수 있는 <문국현 솔류션>, 문 전 사장의 다양한 경제관이 있으나 토지문제에 대해서는 뭔가 아쉬운 구석이 있다.     © 도요새, 2007
문국현 후보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은 문 후보의 개인 홈페이지(www.m2007.org)와 문국현 솔루션(서재경 엮음)에 잘 담겨있다. 문 후보가 표방하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람 중심경제라고 할 수 있을 듯싶다.
 
신뢰사회 만들기, 육체노동 경제에서 지식창조 경제로의 도약, 여성참여와 평생일터 500만개 창출, 근로시간 단축과 산업재해 줄이기, 고용 안정중시, 지속가능한 복지사회 추구, 평생 학습 사회 구현, 중소기업 시대의 개막,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강조, 조세개혁과 금융개혁, 다자간 사회적 대타협 추진 등을 관통하는 코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생각을 정리하면 대강 이렇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생산요소인 노동, 자본, 토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지식, 창조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급 지식노동자들을 늘려야 한다. 고급 지식노동자들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고용 안정중시, 평생 학습 사회 구현 등이 필수적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고용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한편 국가는 사회적 투자를 통한 지속가능한 복지사회 추구 및 적극적인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통해 이런 변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또한 국가는 조세개혁과 금융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다자간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해 사회적 갈등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 끝으로 신뢰사회 정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기실 위에서 문 후보가 표방하고 것은 정책들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른바 사람중심 경제 모델을 기업 단위이기 하지만 성공적으로 적용했던 문 후보이기에 그의 주장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문 후보의 정책을 유심히 보면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건 문 후보가 ‘좋은 시장’에 대해 그리고 좋은 시장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문 후보의 경제 정책은 이명박 후보의 그것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 토지문제의 해결을 넘어서 
 
그러나 문 후보가 천명하고 있는 경제정책 가운데 아쉬운 대목이 있는데 토지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물론 문 후보도 토지공개념을 천명하고는 있다. 그러나 문 후보는 토지공개념을 주택과 토지 가격의 안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해 못내 아쉽다.
 
익히 알다시피 한국사회 구성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이 바로 부동산 문제이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사회적 양극화의 최대 원인도 부동산-토지-소유의 불평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래의 통계들이 이를 잘 증거한다. 
 
2006년 10월 정부에서 발표한 '2005년 토지소유 현황 통계'를 보면 2005년 말 기준 우리나라 땅부자 가운데 상위 10%(약 500만명)가 차지하고 있는 토지 면적은 전체 개인 소유 토지의 98.3%이며, 상위 1%(50만명) 소유의 땅은 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소득분포나 자산분포의 편중도를 표시하기 위한 지표로서 지니계수를 사용한다. 지니계수의 값이 1에 가까우면 편중도가 높고, 0에 가까우면 편중도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상기 정부의 통계를 기초로 하여 토지 소유 세대만으로 지니계수를 계산하면 면적 기준으로 0.811, 가액 기준으로 0.644가 되고, 토지를 소유하지 않는 세대까지 포함하여 계산하면 지니계수 값이 더 커져서 면적 기준으로 0.887, 가액 기준으로 0.787이 된다. 이 때 토지는 개인이 소유하는 민유지를 가리킨다.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김윤상 교수 계산)
 
우리나라 소득분포의 지니계수가 0.3 전후이고, 금융자산 소유분포의 지니계수가 0.6 전후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토지소유 분포의 편중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05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105.9%로 집이 남아도는 시대를 맞이했지만 자가 보유율은 간신히 60%를 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소수의 사람들에게 주택 소유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에서 2005년까지 신규 공급된 주택 586만 채 중 54%만 집 없는 사람의 내 집 마련에 쓰였고 46%는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의 집 사재기에 활용됐다. 또한 전체 가구의 1.7%인 29만 세대가 집을 5~20채씩 차지하고, 최고 집부자 열 명이 가진 주택수가 5500채가 넘는다. 또 100대 집 부자에 들려면 최소 57채의 주택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위에서 살핀 것과 같이 토지와 주택을 많이 보유한 자들은 얼마나 많은 불로소득을 얻은 것일까?
 
국토연구원 정희남, 김승종 연구원과 박동길 한국토지공사 대리가 함께 추산한 데 따르면 1980년도에는 땅값 총액이 134조 원이었으나, 2001년도에는 1419조 원으로 증가하여 21년 동안 땅값이 올라 발생한 개발이익은 1284조 원에 달한다.
 
위와 같은 천문학적 개발이익조차 시가 현실화율이 매우 낮은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한편 앞의 연구가 토지매매와 상관없이 땅값 상승에 따라 단순 발생하는 개발이익 또는 자본이득 즉 미실현 이득에 대한 추산이라면,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1991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토지를 매각했을 때 물가상승분을 고려하고도 발생한 '실현된 자본이득'이 1979년부터 1990년까지의 12년 동안 15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주택의 경우는 또 어떤가? <부동산뱅크>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2000년 4월 조사 결과 353조였으나 5년 뒤인 2005년 4월 조사 결과 1000조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불과 5년 사이에 전국 아파트 가격 시가 총액 변동에 따른 자본이득은 646조 원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파트 매매와 상관없이 시세변동에 따라 발생한 미실현 자본이득이다.
 
자, 어떤가? 토지문제가 사회적 양극화의 최대원인이라는 주장이 실감나지 않는가? 또한 토지문제는 내수위축, 기업 경쟁력 약화, 실업, 무분별한 난개발, 각종 부정과 비리 등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결국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토지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이를 위한 최선의 해법이 바로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이다.
 
그러면 토지공개념을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구현하는 정책수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구체적 정책수단으로 ‘패키지형 세제개혁’과 ‘토지공공임대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정책 수단은 ‘패키지형 세제개혁’이다. ‘패키지형 세제개혁’은, 토지보유세 강화를 중심 수단으로 하고 양도소득세와 개발이익환수제를 보조수단으로 하여 토지문제의 원인인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건물분 보유세, 거래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근로소득세, 준조세 성격의 의료보험료 등)은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한마디로 ‘패키지형 세제개혁’을 조세용어로 말하면 ‘증세와 감세의 창조적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토지불로소득의 기대가 줄어들기 때문에 투기는 사라지고, 노력소득에 대한 기대는 커지기 때문에 경제는 활성화된다. 
 
두 번째 정책 수단은 토지 비축 제도를 활용하여 국공유지를 확충하고 그곳에 ‘토지공공임대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토지공공임대제’ 하에서는 토지가 아예 국가와 공공의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제도를 잘 운용하기만 하면 토지불로소득을 원천 봉쇄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 구석구석을 들여다 본 이태경의 『한국사회의 속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등 4개 분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학술정보, 2007
최근 새로운 주택 공급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지임대부' 방식은 ‘토지공공임대제’의 일종이다. 또한 ‘토지공공임대제’는 주택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단에도 적용할 수가 있고, 신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토지투기 없는 토지임대형 공단, 토지임대형 신도시가 가능해진다.
 
또한 ‘토지공공임대제’는 통일한국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익히 알다시피 북한은 토지 국유화를 채택하고 있다. 만약 통일 후 북한에 남한의 토지 사유제가 이식된다면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독일의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미리 ‘토지공공임대제’를 채택해 통일한국에 대비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정책 수단을 도입하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구현하면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기 때문에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룰 수 있고, 부동산 문제 때문에 발생한 양극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며, 부동산 문제에서 기인한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는 해소되어 저비용-고효율구조로 탈바꿈 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도시 내의 노는 토지가 최선으로 이용되고 토지불로소득을 노린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보존하는 데도 크게 도움을 준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새로운 국가발전 전략
 
눈 밝은 독자들은 금방 알아챘겠지만 위에서 설명한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은 단순히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이 아니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은 새로운 경제성장담론이며 국가발전전략이다. 아울러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은 좋은 시장 만들기와 조세개혁을 포괄하고 있다. 
 
이처럼 중대한 함의를 지닌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문국현 후보가 알아 볼 안목이 있을까? 선택은 문 후보의 몫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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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9/09 [23: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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