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신당 예비경선이 마무리됐다. 한나라당 집권을 막아보자는 데 그깟 유령 선거인단이나 짝퉁당명 소동은 차라리 애교로 보아 넘겨주자. 애당초 ‘한나라당 집권저지’ 말고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 자체가 없었으므로 다른 말은 시간 낭비다.
그러나 대통합신당은 이 물음에 대해서만큼은 반드시 답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할 수 있게 되었는가?
물론 본 경선이 마무리되는 10월 중순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다. 그때까지는 ‘후보가 최종 확정되면 지지율이 급등하여 51대 49의 양강구도로 재편될 것’이라 주장하며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답도 이미 나와 있다. 예비경선 마감일인 어제 대통합신당의 일부 국회의원과 중앙위원 100여명은 장외 주자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에게 본경선 직행티켓을 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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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전 사장의 모호한 정치행적, 문 전 사장과 대통합신당의 사람들이 벌이는 모호한 정치를 어떻게 봐야 하나? |
문 전 사장에게 구애의 손길을 뻗친 것은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다. 예비경선에 참여한 일부 대선 주자들은 물론 오충일 당 대표까지 나서 공공연히 문 전 사장과 연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제 ‘대통합이 시대정신’에서 ‘문국현이 희망이다’로 슬로건이 바뀔 판이다.
자기 당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독자세력화를 천명한 당 밖의 주자와 ‘내통’하는 것은 정당정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애당초 정당 간판만 달았을 뿐 실제 정당은 아니었으므로 너무 나무라지는 말자.
그 대신 대통합신당은 이 물음에 대해서만큼은 반드시 답해야 한다. 처음부터 한나라당 집권을 막아 볼 생각은 있었는가? 혹시 금배지 재창출이 실제 목적은 아니었는가? 기득권 사수를 위한 정치적 한탕주의, 이 것 말고는 앞뒤가 맞지 않는 오락가락 행태를 설명할 길이 없다.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면서 대통합신당 밖을 맴돌며 대통합신당 안의 의원들에게 후단협 활동을 장려하고 있는 문국현 전 사장도 마찬가지다.
문 전 사장은 오늘(5일) “늦어도 10월말까지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대통합신당을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정당”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그 당과 “후보단일화 가능성은 99%”라는 이중적 레토릭을 동시에 구사했다.
또한 그 정당에서 “많은 분들이 합류할 것”이라면서도 “꼭 탈당을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며 “그 안에서도 도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후보 단일화를 할 때 ‘합당’도 있지만 ‘연정’도 있다며 “정당이 막혀있는 성이면 안 되고 개방형으로" 바꿔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나의 문법에 따르면 대통합신당은 애당초 정당이 아니었으니, 그 당에 대해 왈가왈부한 것은 문제 삼지 말기로 하자. 그 대신 문국현 전 사장은 이 물음에 대해서만큼은 반드시 답해야만 한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대통합신당에서 “많은 분들이 합류할” 그 정당은 대통합신당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또한 그 동안 독자후보 선출 후 대통합신당과 후보단일화를 주장해 온 민주당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한편 창당도 되기 전에,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정당과 ‘합당’ 혹은 ‘연정’을 매개로 한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99%’이고, 다른 정당의 당적을 가지고도 참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문국현 전 사장을 2007년 대선 후보로 확정한 새로운 정당은 문국현 ‘사당’인가, 아닌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같은 답변은 정중히 사양한다.
"21세기 한국을 이끌 정당"을 야바위 정치와 줄 세우기로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칫 범여권의 마지막 ‘희망’ 대신 마지막 ‘해프닝’이 될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 새로운민주정당추진회의 홈페이지 '새민추'(www.demokratia.kr)에도 함께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