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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뿔 위에서 '개혁·진보의 길'을 묻다
[김영국의 정치시평] 책사 '윤여준'과 오차범위 내 '범여권 대선주자'들
 
김영국   기사입력  2007/08/30 [21:57]
'블로그 생활정치' 들고 돌아온 '책사'

어제 낮에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전 의원이 그제(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국민의 미사일 검증>이라는 글을 <대자보>에 전재(全載)할 수 있도록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대자보>가 비록 진보매체이긴 하지만, 윤 전 의원의 글 중에 범여권은 물론 개혁·진보진영에게도 참고할 만한 대목들이 있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윤 전 의원은 "평범한 글인데 부끄럽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두 차례나 지낸, 윤여준 전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진영 내 '정세 분석가', '선거 기획통'으로 불린다. 이 부분만큼은 범여권은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그의 능력을 인정할 정도다. 사실 그는 굵직굵직한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의 '숨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 여의도연구소장     ©대자보
3년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윤 전 의원은 최근 '윤여준의 정치카페'(http://www.yooncafe.com/)라는 블로그를 개설, 생활정치 확산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또 최근 언론과 인터뷰 및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을 통해 범여권의 현황에 대한 거침없는 진단을 쏟아내고 있다.

그의 진단에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개혁·진보진영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도 적지 않았다. 아니 어떤 부분에서는 진보 진영의 정세 판단과 일치되는 부분도 많았다.

물론 윤 전 의원은 한나당을 위해 존재하는 '책사(策士)'이다. 그의 진단을 범여권이나 개혁·진보진영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또한 자신의 속내와 전략을 다 밝혔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한나라당 최고의 정세 분석가가 하는 말이니 똥이든 된장이든 내가 다시 달여 보약으로 쓰면 그만이다.

그런 차원에서 오늘은 윤 전 의원이 그동안 쏟아낸 진단서들을 살펴보고, 개혁·진보진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몇가지 단상(斷想)들을 끼적거려 보려 한다.

오~마이 문국현? "글쎄"

윤여준은 말한다. "범여권이 왜 안 되냐구요? 민심 이탈이 워낙 심하기 때문이죠."

뻔한 답이다. 문제는 그 뻔한 답을 개혁·진보진영이 그동안 외면하거나, 일부러 회피해왔기 때문에 여전히 채워넣어야 할 정답으로 남아 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여권은 어떻게 해도, 누가 나와도 경쟁력이 없다."며 "지난 5년간의 국정 실패에 대해 국민이 워낙 냉철한 인식을 하고 있고, 심판하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권은 다른 선거 전략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오마이뉴스 등 일부 인터넷신문의 '문국현 띄우기'를 겨냥한 듯 "요새 CEO형 국가 지도자가 좋다는 게 유행처럼 돼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CEO는 본질적으로 사익을 추구하고, 국가 지도자는 공익을 추구한다. 추구하는 가치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경우는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공직에서 4년간 일 해본 경험이 있다. 그건 문국현 씨가 따라올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문국현 씨는 경제인(CEO)로서는 몰라도, '정치경제가'로서 그를 평가할 만한 실적 자체가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나는 여기에 두 가지를 더 첨가한다. 문국현 측이 지금처럼 노무현 정권에 대한 어정쩡한 평가와 범여권과의 단일화 미련을 분명하게 정리하지 못한다면, 그는 범여권의 1/20 속에 이내 녹아들고 말 것이다.

윤 전 의원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선거공학적으로만 보면 대운하를 공격하는 쪽은 간단명료하게 공격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걸 방어하는 쪽은 말이 굉장히 장황해야 한다. 그건 선거기술상 유리하지 않다."

이날 그의 인터뷰의 압권은 범여권의 최대 희망 사항인 이른바 '51:49 구도' 만들기와 '대선은 유권자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전망투표를 한다.'는 두 가지 선거의 일반이론이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탈이 워낙 심하고 국민이 냉혹한 평가(심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엔 잘 안 맞을 것이다."고 일축한 점이다.

"범여권 대선주자들 국민 검증 이미 끝났다"

윤 전 의원은 또 그제(28일) '윤여준의 정치카페'에 쓴 <국민의 미사일 검증>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보다 상세한 정국 진단들을 쏟아냈다.

이 글에서 윤 전 의원은 "어쩌면 국민은 벌써 여권 후보에 대한 검증을 끝내놓고 있는 지도 모른다."며 "이들의 턱없이 낮은 지지율이 이를 입증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윤 전 의원은 현재 예비경선에 돌입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주자들에 대해서도 "따지고 보면 9명의 예비 후보 중 대부분은 이 정권의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다."며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데 대해 진정한 사과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제 와서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 국민 입장에서 보기엔 너무 몰염치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윤 전 의원은 "누가 되든 여권 후보에 대한 국민의 검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며 구체적인 검증 자료로 현 정권의 대표적인 실정 사례 6가지를 열거했다.

윤 전 의원이 현 정권과 범여권에 대한 검증 자료로 제시한 6가지 중에 '국가 채무 증가'와 '경제 성장률 둔화' 지적은 한나라당의 기본 코드이니까 그렇다 쳐도, '극빈층 확대', '청년실업 증가 및 비정규직 증가', '양극화 심화', '가계 빚 사상 최대'는 사실 진보 진영에서도 노무현 정권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일관되게 제기해온 이슈들이다. 오늘날 노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핵심 요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윤 전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을 의식한 듯 "여권은 부족한 경쟁력을 보완하는 방법의 하나로 평화 담론을 생각하는 듯하다."고 전제한 뒤 "여당 후보의 ‘평화’가 이명박 후보의 ‘경제’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평화 이슈의 대선 파괴력를 낮게 평가했다.

"이명박 60% 지지는, 盧 정권이 사전 선거운동해준 덕택"

그러면서 최근 60%까지 치솟은 이명박 후보의 대선 지지율은 사실상 "현 정권이 이명박 후보의 사전 선거운동을 착실하게 해준 덕택."이라고 꼬집었다. 노 정권의 실정이 한나라당 이 후보의 지지율을 천정으로 끌어올린 '트로이 목마'라는 지적이다.

윤 전 의원은 이에 대해 "현 정권의 국정 실패로 고통을 당해 온 국민들은 이 후보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며, 또한 역사니, 민족이니, 진보니, 분배니 하는 추상적인 거대담론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민생을 돌보지 않은데 대해 국민이 현 정권에 책임을 묻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윤 전 의원은 이를 "국민들은 그동안 참았을 뿐이지 용서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로 압축했다.

윤 전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해서도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여권이 시장 바닥의 야바위로 묘사되기도 하고 ‘잡탕당’, ‘도로당’ 이라고까지 불리는 대통합민주신당을 새로 만든 건,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두려운 나머지 아예 심판의 대상인 당 자체를 없애 버린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하면 국민의 심판은 과녁을 잃어버린 화살처럼 허공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 (범여권이) 기대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미사일 시대다. 아무리 세탁을 해도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라는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며 "국민 심판이라는 미사일은 그 흔적을 끝까지 예리하게 추적할 것이다."고 힐난했다.

윤 전 의원은 마지막으로 질 때 지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처럼 '아름다운 패배'라는 소리라도 들어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어쩌면 그의 진단서를 정리한다는 것 자체가 그의 생각을 빌어 개혁·진보진영의 오늘을 비판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것이 좀 구차스럽긴 하지만, 상대편 책사의 생각을 통해 우리의 문제를 한번쯤 돌아보는 것도 과히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란 말도 있는데.

사실 윤 전 의원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범여권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는 있지만, 그 기저(基底)는 어디까지나 '범여권에 대한 극심한 민심이탈'이다.

결국 범여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 붕괴'가 오늘날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하나같이 플러스 마이너스 3.1%(±3.1%)란 오차범위 수준도 채 안 되는, 이른바 '오차범 인생'을 살아가도록 만든 알파와 오메가이다. 그리고 이건 비단 범여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개혁·진보진영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건 최고의 책사 윤여준이 지적한 말이기 때문이 아니라,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지점일 것이다.

개혁·진보진영, 무너진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

그렇다면 현재 범여권은 물론 개혁·진보진영이 취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다. 신뢰를 잃어버린 근원적인 이유부터 차근차근 걷어내는 것이다.

첫째는 지난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라는 여권에 대해 국민들이 과반수가 넘는 지지를 보내면서 기대했던 '그 무엇'을 되살려내는 것이다.

그것은 '잘 사는 부자들은 입이 찢어지고, 못 사는 서민들은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만든 노 정권과 여권의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전면 재검토가 첫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미FTA 폐기', 학부모들을 교육 노예로 만들고 있는 '사교육 폐해 해결', 부동산 가격 하향안정화, 고금리 사채 법정이자율의 대폭 하향 조정 및 불법 채권추심행위 근절, 사모펀드 육성 등 금융신자유주의 정책 전면 재검토 등이 될 것이다.

둘째는 정당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당에 대한 국민 혐오를 희망으로 바꿔놓지 않고선 어떤 정치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지지자들을 섬기지 않는 정당, 지지자들을 '단무지'(단순 무식한 지지자)로 만드는 정치인은 더이상 정치판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인들은 각자의 노선에 따라 정도를 걸어야 한다.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외롭더라도 일관성 있게 진정성을 가지고 헌신해야 한다. 너무도 속이 뻔히 보이는 대선·총선용 이합집산으로는 정치에 대한 환멸만 가중시킨다. 국민의 수준을 얕보는 꼼수 정치가 범여권을 '오차범'으로 전락시킨 주범이다.

셋째는 책임을 져야할 정치세력은 깨끗하게 책임지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당연히 현재 대통합민주신당의 오차범 대선주자들이 0순위에 해당된다.

한나라당에서 3등짜리 후보를 데려다 1등 후보와 싸움 붙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극단적 패배주의'다. 노 정권 실패에 무한책임을 져야할 친노 대선주자들의 몰염치가 범여권에 대한 환멸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넷째는 그동안 개혁·진보적 지지자들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그나마 일관성 있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온 인사들 즉 '신뢰할 수 있는 인사'들이 중심이 돼 기존 범여권과 '완전히 단절'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창출해가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평가에 걸맞는 현실정치인이 임종인 의원(무소속)과 김성호 전 의원 정도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은 그만큼 소위 386 정치인들이 집단으로 망가졌다는 오늘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김성호 전 의원(좌)과 임종인 현 의원(무소속). 이들은 구 열린우리당에서도 개혁·진보적 노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실천해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현재도 범여권에 합류하지 않고 제대로 된 개혁·진보 노선의 정치세력을 창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인터넷 이미지 합성
 
'배제'가 아니라 '단절'을 말하는 건, 단순히 범여권에 속하는 기성 정치인들과의 관계 단절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신자유주의·중도우파 노선은 물론 구태스러운 정치 방식까지 모든 적폐를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세력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정치세력이 개혁·진보적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다시 세워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의 신자유주의·성장중심주의·시장만능주의 패러다임과 제대로 한판 대결을 펼쳐야 한다. 그들과 다른 각도에서 '함께 사는, 따뜻한 공동체 사회' 건설이라는 미래 비전과 국가 정책 방향을 가지고 정면 대결해야 한다.

차기 정부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39.8% 국민에 답을 줘야

윤여준 전 의원은 작년 9월 3일 세계일보(황정미 정치전문기자)와 인터뷰에서 올 대선의 '시대정신'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민심은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먹고 살기 힘드니 경제를 일으켜세워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싸우는데 지쳐 국민통합을 원하는 흐름이다. 그런데 이것이 산업화 시대의 성장, 즉 정경유착하고 대기업 키우는 식의 성장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서민층 삶의 질 향상을 통한 통합을 얘기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분배, 평등 가치가 상당히 반영된 통합이다. 이걸 단순히 보수화 흐름으로 보면 안된다. 변혁적 요구, 에너지가 깔려 있다고 본다. 경제정의 없는 시장경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경제정의는 얘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윤여준의 진단에 100% 동의한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다른 방향의 '분명한 선택지'를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반(反)한나라당'을 말할 자격이 없다. 국민들은 같은 값이면 원조 보수를 선택하지 굳이 중도라는 '짝퉁 보수'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범여권의 중도 노선이 국민들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국민들 중 39.8%가 차기 정부의 이념 성향은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오래 전(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2006.12.8~9일자 여론조사)부터 분명하게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그럼에도 범여권은 이를 자신들의 지지세력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난데없이 '중도'라는 이상한 나라의 섬에서 신선놀음하다 그나마 남아 있던 지지기반마저 거덜내버렸다.

그러다 급격하게 추락한 위상에 당황하며 지금은 이를 모면하느라 정답은 제쳐 둔 채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시대정신에 맞지도 않고 내용조차 없는 '대통합'이라는 허울 속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허우적대고 있다.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도 '행태적 수구좌파'의 이미지를 벗겨내지 못한 채, 범여권과 동반자살 일보 직전이다.

더욱 암울한 건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이 앞으로도 개전(改悛)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제(28일) 대통합민주신당은 초대 정책위의장으로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를 임명하면서 창당 대회 코미디에 이어 또다시 '포크레인질'을 했다.

대표적인 친재벌 성장중심주의자이자 신자유주의 관료 출신인,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는 임기 중 부동산 폭등을 불러온 장본인으로 모든 여론조사에서 '가장 시급히 교체돼야 할 장관'으로 손꼽히는 등 오명을 뒤집어쓴 채 물러난 인물임에도 유독 노무현 정권만이 애지중지해 온 인사다.

안 그래도 도로잡탕우리당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이처럼 연속되는 패착으로 인해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기는커녕 '안드로메다급 민심이탈 행성'을 향해 나홀로 비행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여당 굴욕'과 유일한 '돌파구'

윤여준 전 의원은 이미 오래 전에 범여권을 향해 정답에 가까운 '힌트(?)'를 준 바 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1월 22일 뷰스앤뉴스라는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범여권의 정계개편은 국민이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했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는 모양새여야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열린우리당 핵심 위치에 있었고, 노 대통령과 책임을 나눠져야 할 사람들이 중심이 돼 간판만 바꿔달아 본들 국민은 그들을 '새로운 세력'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건 윤여준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머리만 있으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윤 전 의원의 예상은 7개월이 지난 지금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다. 범여권은 대통합의 기치 아래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으나 국민들이 이들을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했다고 인식하기는커녕 과거 열린우리당보다 더 구태스러운 도로잡탕우리당이라는 인식만이 압도하고 있다.

그 결과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 범여권의 대선주자 중 그 누구도 이명박 후보와 게임 자체가 안 되는 '70 대 10'이라는 '경악스러운' 사태가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하나같이 오차범위 수준도 안 되는 데에다 전체를 다 합쳐도 10%가 안 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여당 굴욕' 사건이다.

이제 노 정권과 친노세력 그리고 범여권에 대해 배제가 아닌 '단절'을 말해야 한다. 아울러 범여권의 구질구질한 생존 방식과 절연하고 대중에게 희망을 줄 새로운 개혁·진보적 정치세력 창출을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다. 어쩌면 이게 그나마 지금 개혁·진보진영이 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정치적 실적'으로 말하라

범여권이 무너질 때를 기다렸다 치고나오는 정치세력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속 보이는 기회주의로 취급받기 딱 좋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가야 한다. 국민적 지지는 '기획'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정치적 실적'으로부터 나온다. 실적이 없는 인물이나 세력은 제아무리 '묻지마 띄워주기'를 한다 해도 단박에 성공하기 어렵다.

정치판이 아무리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더라도 정치인으로 들어선 순간, 그가 평소에 자신의 노선과 신념을 얼마나 일관되게 현실정치 속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느냐라는 '정치적 실적'으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


경제계나 다른 분야에서 국민의 감동을 줄 만한 뛰어난 업적을 달성했다손 치더라도, 제아무리 훌륭한 정치·경제적 비전을 제시한다 해도, 그가 수많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속되는 정치적 선택의 과정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왔으며, 어떤 실천을 보여주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바로 그것이 국민들이 한 정치인을 상대로 '앞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인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대로 된 정치·경제적 비전 제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정치적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1차 관문일 뿐이며 '국민적 신뢰 쌓기'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2차 관문은 정치적 실적 없인 통과할 수 없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한 정치인이 대중정치인으로서 국민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2002년 아니라 '노무현 학습효과'가 시퍼렇게 살아 숨쉬는 2007년이다. 2002년의 '향수'로 2007년의 시대정신을 관통할 수 없다.

2007년의 시대정신을 관통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정치적 실적과 일관된 진정성'이다. 신뢰가 철저히 붕괴된 오늘의 참혹함이 개혁·진보진영에게 남겨준 뼈 아픈 교훈이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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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8/30 [21:5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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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9/05 [14:10] 수정 | 삭제
  • 문국현 후보에 대한 의원님의 견해, 하나의 견해로 잘들었습니다.
    저도 의원님의 글에 글쎄라는 생각이 듭니다.공익과 사익을 무자르듯
    논하시는 의원님의 견해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체
    에서 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몇 배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줄을
    혹 의원님은 그런 경험이 있으신지 모르겠네요.
    요즘, 얼마든지 공직을 사유화할 수 있는
    정계의 작태에 국민들은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 아십니까?
  • 노자 2007/08/31 [11:31] 수정 | 삭제
  • 이런 인터넷 신문도 있었네요. 내용 잘 봤고 가슴에 와 닿는군요..
  • 안일규 2007/08/30 [22:31] 수정 | 삭제
  • 오마이뉴스에서 한나라당 경선 결과 나올 당일날 윤여준 전 의원을 소개했는데 대자보에도 드디어 소개되는군요.
    윤여준 전 의원의 정치카페는 매일 꼭 한 번씩은 들러보는데 1주일마다 올라오는 글들이 굉장히 뼈있는 말들이고 현 정치의 주소를 콕콕 찝어내기에 그가 보수라도 꼭 보아야 할 글임에 당연한 것 같습니다.
    범여권과 지지할 곳이 없는 진보개혁세력, 민주노동당에까지 꼭 봐야 할 내용과 수구보수의 이야기가 아닌 민심의 이야기에서, 진보개혁세력의 이야기에서도 잘 접근한 느낌입니다. 여담으로 저 역시 윤여준 의원의 글에서 공감하는 내용들을 많이 발견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