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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종교자유 인정않고 개종하면 처형
[김영호 칼럼] 불상도 우상숭배라고 파괴, 율법 달리 해석하면 이단 취급
 
김영호   기사입력  2007/08/16 [14:29]

 아프가니스탄에서 불교는 신자가 없으니 죽은 종교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2001년 3월 탈레반이 바미얀 외곽 석굴사원의 거대한 석불상 두 개를 폭파했다. 하나는 높이 38m로서 AD 507년에, 다른 하나는 높이 53m로서 AD 554년에 건립된 세계 최대의 석불상이다. 1,500년 동안 풍상을 견뎌온 인류의 문화유산을 한 순간에 파괴한 것이다. 그뿐 아니다. 인간의 형상을 한 모든 우상은 파괴한다며 박물관에 보존된 불상들마저 부셔 버렸다. 이슬람 율법은 어떤 우상숭배도 금지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일본이 보존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섰고 군사적 후원국인 파키스탄이 만류했으나 허사였다. 회교국인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불교유산을 가장 많이 보존하고 있는 나라이다. 전쟁 중에 파괴된 불상을 보수하라고 재정지원을 하던 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격렬하게 비난했다. 국제사회에서 파키스탄과 함께 탈레반을 정부로 승인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토후국도 야만적 행위라며 그 대열에 섰다. 
 
 탈레반은 강대국의 외침과 종족간의 내전이 그치지 않는 혼란 속에 냉전체제가 낳은 사생아적 정치-군사집단이다. 영국지배에 뒤이은 내전을 틈타서 소련이 1979년 침공했다. 미국과 파키스탄의 군사지원을 받아 항쟁하는 사이에 탈레반이란 무장세력이 탄생한 것이다. 종교적으로는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수니파이고 종족적으로는 주로 파쉬툰족이다. 파키스탄 접경지역에 있는 마드리사라는 이슬람 신학교로 모여든 전쟁고아들이 주축을 이룬다.
 
 1996년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했다. 그런데 그 산파역이었던 미국이 2001년 9/11 사태의 배후세력이라는 이유로 침공했다. 탈레반 정권은 붕괴되고 산악지대로 퇴각했으나 무능한 친미정권의 부정부패에 힘입어 다시 세력구축에 나섰다. 탈레반은 신정체제를 추구한다. 전통적 법률체계인 샤리아를 엄격하게 해석해 종교경찰을 두고 국민생활을 일일이 감시했다. 여성에게는 더욱 가혹해 외출-교육-취업을 금지시켰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문제는 세속에 오염된 탓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정의와 평화의 길은 태초 이슬람의 교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 까닭에 어떤 종교적 진보나 개량도 배척한다. 샤리아 율법을 달리 해석하는 자는 배교자이며 처형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편다. 탈레반은 서구적 기준에 의한 현대화에는 관심이 없고 비회교인과의 교류도 원치 않는다.       
 
▲샘물교회의 이번 아프간 파송이 선교활동이라는 누리꾼들의 지적과 이를 보도한 MBC 뉴스     ©MBC 화면 캡춰

 샤리아 율법에 따른 이슬람 국가는 세속적 민주국가의 개념과 상충한다. 국제사회가 존중하는 가치인 세계인권선언도 지지하지 않는다. 훌륭한 여자는 잘 복종한다는 말로 남녀평등 사상을 반박한다. 예언자의 말에 따라 남자는 책임이 더 크니 여자보다 상속을 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도 이슬람을 배반하거나 비판하면 처형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율법해석을 둘러싼 의문이나 토론도 용납하지 않는다.
 
 주로 쉬아파인 하자라족은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10%를 차지한다.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탈레반은 1998년 무차별적 학살을 자행했다. 그들은 무슬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석불상을 폭파하던 그 즈음 비회교도에게 주홍글씨를 연상시키는 노란 헝겊조각을 달도록 명령했다. 나치가 유대교인 앞가슴에 붙인 그런 것을 말이다. 유엔이나 NGO(비정부기구)의 봉사활동에 대해서도 적대적이었다. 갖가지 핑계를 붙여 억류하거나 추방하는 따위의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런 나라에 이교도인 한국인 선교봉사단이 그것도 대낮에 떼를 지어 주로 여자들이 갔다니....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순교를 각오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땅이다. 외교적 노력도 벽면대화 같으니 무사하게 돌아오길 기원할 뿐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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