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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과 동아일보가 만나면 '386죽이기'?
조중 '동아거들기'차원에서 386과 신주류 이간질 의혹확산
 
윤익한   기사입력  2003/07/23 [17:36]

▲안희정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대자보
굿모닝시티 정치자금로비 사건으로 대두된 '386음모론'을 두고 김원기 민주당 고문과 안희정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민주당 신주류와 청와대 386참모진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한 '역음모론'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386음모론'의 발단은 동아일보가 지난 7월 16일 김원기 민주당 고문 등 여권실세들이 윤창열 굿모닝시티 사장으로부터 거액의 불법로비자금을 받았다는 보도를 하면서, 관련 정치인들이 윤씨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여부를 떠나 이같은 내용을 누가 동아일보 기자에게 흘렸냐를 두고 시작됐다.

'386음모론'과 관련 최초 거론된 사람은 박범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었다. 박범계비서관이 동아일보 보도 전날 기사를 쓴 윤승모 기자와 2∼3분에 걸쳐 보도내용을 두고 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와대 386참모들이 최근 민주당 신당흐름에 불만을 품고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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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노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안희정 부소장이 월간중앙 8월 호와 인터뷰에서 "집권당 사무총장이 되고싶다"는 발언을 해, 여러 정황들을 조합해볼 때, 청와대 386참모들이 중심이 돼 정치권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면서 한편으론 김원기 고문과 정대철 대표를 겨냥한 정보를 흘려 지지부진한 신당논의에 앙심을 품은 데서 빚어진 일이 아니겠냐는 도식이 만들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박범계 비서관은 "동아일보 기자가 단정적으로 질문해온 것일 뿐, 새로운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386음모론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안희정 부소장도 자신의 발언이 일부 언론에 의해 왜곡돼 전달된 것일 뿐, 정치권 세대교체를 노리고 한 말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신주류 좌장격인 김원기 고문은 22일 이런 논란에 대해 "음모론 자체가 음모"라면서 "안희정 부소장과 통화를 해보니 실은 젊은 세대가 지금까지는 정치를 외면했는데 새로운 세대가 정치에 참여해 역할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브리핑 22일자     ©청와대홈페이지
청와대도 22일 청와대브리핑에서 "‘청와대 386’은 언론이 만들어낸 ‘저널리즘 용어’ 일뿐 실체가 불분명한 개념"이라면서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가운데 상당수가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40대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조직적인 음모를 꾸몄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386음모론'을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는 또 '386음모설’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면서 "청와대 조직개편이나 인사문제와 관련, 언론은 줄기차게 청와대 386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가해왔다"며 "툭하면 실체도 불분명한 ‘청와대 386’을 거명하고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가하는 것은 ‘청와대 흔들기’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이러한 논란은 보도에 거론된 '여권핵심관계자'가 누군인지를 동아일보가 스스로 밝힐 때만이 해결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 '386음모론'을 확대 보도하면서 논란을 키운 측면도 적지않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18일 "민주당, 갖가지 음모설로 '뒤숭숭'"기사에서 정대표측근이 흘렸을 가능성, 신주류 내부갈등설, 신.구주류 갈등 와중에 나온 음모설 등 갖가지 설을 들고 나왔다. 이른바 '설'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시점이다.

조선일보는 21일자에 '대표는 475세대·총장은 386세대가…'제하의 기사에서 안씨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한 내용을 두고 "안씨의 발언은 단순히 개인적으로 무엇이 되고 싶다는 희망사항이라기보다, 여권 핵심부가 그리는 정국 구상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단정적으로 말해, 논란의 초점을 민주당 신주류 내 세력다툼으로 몰았다.

중앙일보도 22일 익명을 요구한 중진의원이 "이는 당과 청와대의 세대교체를 노린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면서, "최초 발설자 논란이 더해지면서 '음모론'에 이어 '역음모론'이 꼬리를 무는 양상"이라며 "청와대 내에선 '발설 386그룹'과 지켜보던 386 간의 책임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는 설도 나온다"고 기사를 맺었다. 한마디로 '설'로 시작해서 '설'로 끝나는 기사다.

동아일보는 16일 보도 당일부터 실명거론된 정치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기사의 신빙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17일자에 해당 정치인들의 반발을 주로 싣는 수세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관련기사는 타 언론사에 비해 적었다. 동아일보는 당초 23일에 정정보도를 내겠다고 약속했지만 다음날인 24일 1면에 관련보도를 내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다른 언론들은 '설'을 근거로 한 보도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일단은 동아일보의 입장이 정리되거나 검찰조사 결과가 나오면 얘기하자는 분위기다.

결국 앞서 말한 일부언론들의 단지 떠도는 '설'을 확장해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는 이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동아일보 보도가 한때 특종이 아니냐고 놀랐던 언론들이 반대로 이 보도가 '대형오보'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자, 또다시 먹이감을 찾아 '음모론'에 무게를 실은 형국이다. 그러면서 노대통령과 참여정부 내 일부 인사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듯한 인상도 엿볼 수 있다.

동아일보 보도와 안희정씨 사무총장 발언 등 연쇄적으로 언론과 정치권력이 충돌을 빚는 모습에서 사태의 진전기미는 보이지 않고 서로 법정으로 향하거나 해명하기에 바쁜 모습은 우리시대 정치와 언론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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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23 [17: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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