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중심주의’ 문화의 네 가지 이유 한국은 ‘정당 민주주의’ 국가인가? ‘그렇다’라고 답하긴 해야겠는데, 대단히 쑥스럽다. 정당의 수명이 워낙 짧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백수십여 개의 정당이 명멸한 가운데 정당의 평균 수명이 3년이 되질 않는다. 우리는 그 원인과 책임을 정치인들의 탐욕에 돌리지만, 과연 그렇기만 한 것인지 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1)
2007년 2월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전 서울시장 이명박이나 전 대표 박근혜가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 독자 출마하더라도 지지자의 약 70%가 “계속 지지하겠다”고 답했다.2) 2007년 5월 조선일보 조사에선 이명박 지지자의 61.6%, 박근혜 지지자의 64.2%가 ‘계속 지지’를 밝혔다.3) 또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2007년 4월 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한나라당 지지자 가운데 71.2%가 당이 아닌 후보를 보고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4)
이건 무얼 말하는가? 한국은 ‘정당 민주주의’ 국가라기보다는 ‘지도자 민주주의’ 국가라는 걸 의미한다. 왜 그럴까? 오랜 세월 동안 정당은 포장마차나 천막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체험한 학습효과도 적잖이 작용했겠지만, 그보다는 한국인 특유의 ‘인물 중심주의’ 문화가 더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왜 ‘인물 중심주의’ 문화를 갖게 되었을까?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고난과 시련의 역사로 인한 ‘영웅 대망론’이다. 망국 직전의 개화기 조선을 휩쓸던 영웅사관은 지금도 건재하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영웅이 모든 걸 돌파해주길 기대하는 심리다. 지금도 이승만·박정희를 영웅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이 좀 많은가. UN 사무총장 반기문도 ‘세계 대통령’이라고 불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다.
둘째, 이념과 같은 추상보다는 사람에 더 잘 빠지는 체질과 더불어 한번 마음 주면 웬만해선 돌아서지 않는 정(情) 문화다. 자신의 감정을 투자한 것에 대한 집착·고집·오기도 대단히 강하다. 이걸 지조 있다고 칭찬하는 사람들도 많다. ‘내부 고발자’를 존경하기는커녕 오히려 탄압하는 한국 사회의 후진성도 이런 특성과 무관치 않다.
셋째,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모든 걸 빨리 해결하고 싶어하는 ‘빨리빨리 문화’다. 제도와 법의 제 규정을 따라 일을 처리하는 건 느린 반면, 지도자의 직접 지시는 매우 빠르다. 재벌의 ‘황제 경영’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긴 하지만, 총수가 유능할 경우 총수를 황제처럼 받드는 일사불란한 명령체계는 한국 기업의 ‘속도 경영’을 가능케 해준 요인이기도 했다.
넷째, 조직·집단의 기득권 구조에 대한 강한 불신과 저항이다. 정당을 비롯한 주요 사회 제도·기관 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지도자는 그런 기득권 구조의 일원일망정 민심을 따를 경우 기득권 구조를 해체할 수도 있는 강력한 권력과 더불어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게 한국인들의 생각이다.
정당의 ‘포장마차화’ 정당의 ‘포장마차화’는 정치인들의 탐욕보다는 바로 그런 풍토에 더 큰 책임이 있다. 한나라당이 대선 후보 경선 규칙 문제 때문에 한동안 분당 위기로 치달았던 것도 바로 인물 중심의 줄서기 때문이며, 이는 한국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문화가 아닌가.
한나라당은 아직도 언제 당이 깨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래서 이명박과 박근혜로부터 이른바 ‘경선 승복 각서’를 받아낼 계획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경선 불복은 우리 정당의 고질병이다. 이 걱정은 한나라당만의 문제도 아니다. 결국 정치인들의 상식과 양심과 도덕성으로 막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 심판은 표라는 가장 강한 무기를 갖고 있는 국민의 몫이다”라고 주장했다.5)
정치인들의 ‘상식과 양심과 도덕성’? 『조선일보』답지 않은 발상이다. 자칭 ‘1등 신문’인 자신들에게도 그게 없다는 걸 잘 알면서 왜 정치인들에게 그게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가? 마지막 심판은 국민의 몫? 말하지 않았는가. 국민은 ‘정당’보다는 ‘인물’을 사랑한다고.
이기호는 “그저 감정으로 뭉친, 친목계나 진배없는 정당들. 문제는 그 정당들로 인해 전 국민이 친목계화되어 간다는 점이다”라고 주장했다.6) 한심한 정당들에 대한 분노엔 십분 공감하지만, 과연 정당의 친목계화가 전 국민의 친목계화를 부르는 걸까? 혹 그 반대는 아닐까?
열린우리당의 사분오열 사태도, 4년 전 ‘정당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선 결코 용인해선 안 될 민주당 분당을 당시에 지지한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당시 개혁․진보적인 사람일수록 민주당 분당을 적극 지지했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이들은 남들 읽으라고 쓰는 글엔 예외 없이 ‘정당 민주주의’의 필요성과 가치를 역설하면서도, 자기 자신만큼은 ‘정당의 포장마차화’를 지지했으니 말이다. 열린우리당의 사분오열 사태는 그런 감정적이고 성급한 ‘인물 중심주의’의 부메랑인 셈이다.
교과서적 원리와는 달리 한국의 정당 정치는 사실상의 인질 정치다. 정당 중심의 투표를 하는 유권자들도 엄밀하게 말하면 정당을 지지한다기보다는 불공정과 편파를 자행할 힘이 있는 집단에 표를 주는 것이다. 즉, 정부 인사․예산권의 지배력이나 접근권에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나 힘 있는 몇몇 정치인만 움직이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정당이다.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마다 늘 명분은 화려했지만 거의 다 그 주동자가 대장 노릇 해보고 싶다는 권력투쟁의 산물이었다.
‘정당 민주주의의 꽃’으로 여겨진 기간당원제도 유럽과는 판이하게 다른 한국의 ‘인물 중심주의’ 문화와 참여 문화로 인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충분히 입증되었다. 한국의 참여문화는 철저하게 연고·정실·종교 위주다. 제한된 시간과 비용을 거의 전적으로 각종 동창회·향우회·동호인모임·교회 등에 바치기 때문에, 정당을 생활 영역으로 끌어들이기가 원초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과거 “정당으로 쳐들어가자”고 선동했던 내가 기대했던 건 자기 밥그릇이나 헤게모니를 쟁취하는 투쟁이 아니라 개혁 압력을 가하자는 뜻이었는데, 자기 밥그릇에 미친 사람들의 탐욕 때문에 하나 마나 한 헛소리가 되고 말았다.
기간당원제의 ‘마니아 정치’ 현 상황에서 기간당원제는 ‘마니아 정치’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최초로 지적한 이는 『문화일보』 정치부장 김재목이다. 2004년 9월 김재목은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는 ‘대중참여의 정치’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배제의 정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열린 정당’의 명분이 현실적으로는 ‘닫힌 구조’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재목은 기간당원의 대부분이 노사모, 과거 개혁당 지지 그룹으로 인터넷 활동에 익숙한 도시형 마니아들이며, 누구든 당 지도부나 공직 후보에 나서려면 앞다퉈 이들 독특한 정치 컬러에 자신의 정치 운명을 맞춰가거나, 그게 싫으면 ‘지지 기간당원 늘리기’에 앞장서야 할 처지라고 우려했다. 자발적 지지당원 배가에 대한 기대보다는 ‘동원형 당원 늘리기’로 이어질 개연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7)
이 기간당원제 문제는 열린우리당 내분의 최대 요인이 되었다. 2005년 5월, 열린우리당에서 동원 당원의 문제에 대해 이른바 ‘개혁파’는 “기간당원 요건을 강화해 해결하자”는 입장인 반면, ‘실용파’는 “당원 가입 요건만 강화하면 더욱 ‘닫힌 우리당’이 된다”고 우려했다. 기간당원제가 정착될 경우 정치 신인들의 등장이 요원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간당원제는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4년 동안 기간당원과 함께하는 현역 의원과 정치 신인이 경선에 맞붙는 것은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라고 비유했다.8)
『경향신문』 2005년 8월 18일자는 “내년 5월 31일 실시될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상자들 간에 벌써부터 당원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출마 예상자가 9월 말 전까지 자신을 지지해줄 당원을 확보하기 위해 매월 내는 당비를 대신 납부해주거나 모집책을 동원해 입당 원서 1장에 5만~10만 원을 주고 당원을 끌어 모으는 과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9)
바로 이런 짓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성지’라는 전북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10% 이상이 기간당원이 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전북의 인구(191만여 명)는 전 국민(4830만여 명)의 4%가 안 되는데,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은 전체(60만 명)의 20%나 차지하는 ‘믿거나 말거나’ 사태가 벌어졌다.10) 이에 대해 전북 참여자치 사무처장 김영기는 “무리한 당원 모집 경쟁으로 정치 발전에 역행하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고 도리어 꼭 없애야 할 학연, 혈연, 지연, 관권 동원을 강화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11)
열린우리당의 ‘대국민 사기극’ 2005년 10·26 재선거 참패 이후 열린우리당에선 다시 기간당원제가 논란이 되었다. 11월 2일 열린우리당 의원 염동연은 S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무리 이상이 옳다고 해도 국민 수준과 상황에 맞춰가야 한다”며 기간당원제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정책위의장 원혜영도 “기간당원제의 취지는 순수하고 좋지만 공직 선거 공천까지 기간당원이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시민과 핵심 기간당원들은 “정치 개혁의 상징인 기간당원제를 훼손하려는 것은 정치 개혁을 하지 말자는 주장과 같다”며 강력 반발했다.
11월 2일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간당원제 고수를 주장하는 의원에게 ‘솔직히 55만 명 기간당원의 90%는 당비를 대납해주고 모집한 당원 아니냐.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더니 그가 정색하면서 ‘아니다. 당비 대납 당원은 80%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며 고소를 지었다. 한 중진 의원은 “정치 개혁한다고 해놓고선 당비를 대신 내주며 가짜 당원이나 모으는 것이 참으로 구차한 것 아니냐. 말하자면 대국민 사기극인 셈이다”라고 개탄했다.12)
열린우리당 광주시당의 경우 기간당원 입당원서(당비 납부 약정서)를 접수시킨 인원은 6만 9000명이었으나 광주시당이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한 결과 20% 정도가 입당 의사가 없었으며, 세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되지 않은 20%는 ‘입당 보류’ 조치를 취했고 10% 정도는 “당비를 낼 의사가 없다”고 해 실제 기간당원으로 인정된 당원은 3만 5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시당의 경우도 실사 결과 20% 정도가 자발적으로 입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13)
그런 ‘대국민사기극’에 결국 검찰·경찰이 개입하는 비극적인 사태까지 일어났다. 2005년 12월 28일 대전지검 공안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을 모집한 뒤 당비를 대납해준 혐의로 김모 씨 등 열린우리당 소속 재선 시의원 입후보 예정자 2명과 당원 모집책 임모 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14)
2006년 1월 서울 봉천동의 노인 156명이 자신도 모르게 열린우리당원으로 가입됐고, 분기당 3만 6000원이 지급되는 이들의 교통수당 통장에서 달마다 1000~2000원씩 몇 달째 당비로 빠져나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한겨레』는 “벼룩의 간을 빼먹어도 유분수지 생활이 어려운 가난한 노인들의 돈을 몰래 ‘갈취’한 행위는 파렴치함의 극치다”라고 비난했다.15)
문제가 된 열린우리당 서울 관악 지역 관계자는 “고백하자면 당비 대납이 가장 싸게 먹힌다”며 “자기를 지지해줄 당원들을 관리하려면 술 사주고 밥 사주고 하는데 1년에 1인당 5만~10만 원이 들지만 이름만 빌려서 내가 당비를 대납하면 2만 4000원이면 끝”이라고 했다. 그는 “돈 안 드는 정치를 위한 기간당원제는 웃기는 소리”라고 했다.16)
또 일부 지역에선 열린우리당이 일부 탈북자들의 통장에서도 당비를 빼내간 것으로 확인됐다. 탈북자 김춘애(51)는 “2000원은 저들에게는 푼돈이겠지만 일가 친척도 없는 탈북자들에게는 생명줄과 같다”며 “벼룩의 간을 빼먹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17)
침 뱉더라도 알맞게 뱉자 김재목은 자신이 예고했던 ‘참사’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기간당원제는 기간당원 기득권을 활용해보겠다는 셈법의 산물이거나, 과거에 주입해놓은 이상적 정당 모델을 수정하지 않으려는 옹고집의 결과물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 의원의 기간당원제 집착은 유명하다. 유 의원은 기간당원제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당내 많은 국회의원들을 비개혁적이라고 거침없이 몰아붙여 왔고, 노대통령은 ‘진성당원제=창당정신’이라고 못박았다. 가짜 당원 논란이 불거진 최근에도 기간당원제의 비현실성 인정이나, 자신의 기존 주장에 대한 회의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정치 개혁의 요체는 정당 개혁이고, 정당 개혁의 중심은 진성당원제라는 인식에 하등의 변화가 없어 보인다. 혹자는 기간당원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념은 ‘신앙’에 가깝다고 했다.”18) 경남대 교수 심지연은 당원 등록과 정기적인 당비 납부를 근간으로 한 대중정당은 산업화 시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창안한 것으로 이념 지향성이 매우 강하다며, 우리의 경우 산업화와 후기산업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노동의 이익이 단일했던 산업화 시대의 정당 모델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19)
기간당원제는 열린우리당이 망하기 일보 직전에서야 사라졌다. 2006년 11월 21일 열린우리당은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기간당원제 폐지를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기간당원제 지지자들은 ‘개혁의 파탄’이라고 비통해 했지만, 일반 당원들은 순수했을망정 그걸 당내 헤게모니 투쟁으로 이용하려 했던 사람들은 결코 순수하지 않았다.
그간 성공적인 기간당원제를 운영해온 민주노동당도 기간당원제가 민노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21』 2006년 3월 21일자는 “당원 중심의 정당이라는 장점이 오히려 대중과의 소통에는 소홀하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했다”고 했는데,20) 기간당원제는 그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집권을 하는 데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정희가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오염시킨 게 괘씸하고 원망스럽다. 유럽과는 판이하게 다른 한국적 상황에 맞는 ‘정당 민주주의’ 모델이 있겠건만, 박정희가 그 말을 타락시킨 덕분에 연상 작용으로 인해 유럽 모델을 직수입하는 게 개혁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를 무슨 수로 넘어설 수 있겠는가. 역설이지만,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도 그것이 바탕에 ‘인물 중심주의’를 깔고 있었기에 실패를 자초한 셈이기도 하다.
어쩌겠는가. 다수 한국인이 ‘인물 중심주의’ 습속을 고수하면서 ‘정당 민주주의’를 해보겠다는 걸 누가 말릴 수 있으랴. 행여 한국 민주주의 수준에 대해 자학(自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 정치는 우리의 얼굴이다. 침 뱉더라도 알맞게 뱉자.
‘지도자 민주주의’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고 그 나름의 명암(明暗)이 있으니, 명(明)을 키우고 암(暗)을 줄이는 쪽으로 애를 쓰는 게 좋겠다. 과도한 정치 혐오를 경계하는 차원에서라도 말이다. 언론부터 현 정치보도·논평의 기본 틀·관행에 문제는 없는 것인지 점검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도를 왕성하게 해보는 게 어떨까. 무엇보다도 지금과 같은 ‘정치투쟁 중계보도’ 관행을 보완해야 한다. “왜?”에 무게를 두는 분석·해설 기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조중동의 패권이 지속·강화되는 현실에선 그마저 기대하기 어려우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현 수준의 ‘지도자 민주주의’는 우리의 숙명인가?
[참고문헌]
1) 이 글은 『한국일보』 2007년 5월 16일자에 기고한 「지도자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칼럼을 발전시킨 것이다.
2) 이은호, 「배신자를 지지하는 국민」, 『한국일보』, 2007년 3월 2일, A26면.
3) 권대열, 「이·박 지지자 3명 중 2명 “탈당해도 지지”」, 『조선일보』, 2007년 5월 7일, A5면.
4) 이상록, 「한나라 지지자 71% “당 아닌 후보에 투표”」, 『동아일보』, 2007년 5월 19일, A5면.
5) 신효섭, 「만물상/ 경선 승복 각서」, 『조선일보』, 2007년 5월 19일, A30면.
6) 이기호, 「길 위의 이야기/ 감정」, 『한국일보』, 2007년 5월 16일.
7) 김재목, 「기간당원제와 ‘배제의 정치’」, 『문화일보』, 2004년 9월 4일, 22면.
8) 신용호, 「선거 때 급증… ‘동원 당원’ 상당수: 삐걱대는 열린우리 ‘기간당원제’」, 『중앙일보』, 2005년 5월 9일, 8면.
9) 「당원 ‘입도선매’ 극성」, 『경향신문』, 2005년 8월 18일, 1면.
10) 이해석, 「지방의원 선거 벌써 후끈: “연봉 5000만~7000만원이 어디냐” 너도나도 깃발」, 『중앙일보』, 2005년 9월 29일, 1면.
11) 「열린우리당 전북도당 10만 기간당원시대」, 『새전북신문』, 2005년 9월 2일, 2면; 김정훈 외, 「몰려드는 입당원서 공천 노린 박수부대?」, 『동아일보』, 2005년 9월 5일, A4면.
12) 하태원·장강명, 「정치개혁 상징? 대국민 사기극?」, 『동아일보』, 2005년 11월 3일, A6면.
13) 김정훈 외, 「절반이 무자격 ‘종이당원’」, 『동아일보』, 2005년 11월 15일, A8면.
14) 이태훈, 「선거 앞두고 당원 급모집 당비 대납 여(與) 3명 구속」, 『조선일보』, 2005년 12월 29일, A10면.
15) 「‘유령당원’ 모집이 정치개혁인가(사설)」, 『한겨레』, 2006년 1월 10일, 31면.
16) 황대진, 「“종이당원이 훨씬 싸게 먹히는데… 돈 안 드는 기간당원제 웃기는 소리”」, 『조선일보』, 2006년 1월 11일, A4면.
17) 안준호, 「분통 터뜨린 탈북자들」, 『조선일보』, 2006년 1월 17일, A3면.
18) 김재목, 「‘종이당원’은 예고된 참사」, 『문화일보』, 2006년 1월 24일, 30면.
19) 심지연, 「유령당원과 당의장 선출」, 『중앙일보』, 2006년 2월 1일, 27면.
20) 김보협, 「9%의 벽: 민주노동당은 초조하다」, 『한겨레21』, 2006년 3월 21일, 40~42면.
* 본문은 월간 <인물과 사상>(
www.inmul.co.kr) 2007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이며, 출판사의 허락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