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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피눈물 나게 만드는 조선일보
'전교조 때문에 눈물흘린 또 한명의 교장' 편지글 소개로 전교조 매도
 
김주영   기사입력  2003/07/22 [19:45]

조선일보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전교조 죽이기에 나섰다. 'NEIS 반대 연가투쟁' 관련 전교조 위원장을 구속하는 등 사회곳곳에서 '전교조 힘빼기'에 나선 가운데, 조선일보가 하수용 함덕정보산업고등학교 교장이 제주교육청 자유게시판에 쓴 편지글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사의 제목은 '전조교 때문에 눈물흘린 또 한명의 교장'이다.

조선일보의 전교조 죽이기와 교장 '기'살려주기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 홈페이지
제목에는 '또 한명의 교장'이라고 쓰여있다. '또 한명'이면 처음에 한명은 누구를 말하는가? 조선일보에서 언급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난 4월 자살한 고 서승목교장인 듯 하다. 조선일보에서는 지난 7월 고 서승목교장의 100일을 기념하는 고 서교장의 동생의 편지글을 소개하면서 모든 책임은 전교조에 있다는 식의 기사를 실어, 자살이 아닌 전교조에 의한 타살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런 식의 일방적인 '책임전가식' 보도가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힘센 사람(전교조?)이 힘없고 순진한 아이(교장?)를 때려 억울하게 눈물을 훔치고 있는 식의 구도를 전달하면서, '전교조 잘못으로 인해 교장이 억울하게 울고있다'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김주영, 자살사건의 책임은 모두 전교조에게 있다?!, 대자보 (2003.7.12)
[참고기사] 조선일보, 전교조 때문에 눈물흘린 또 한명의 교장

제주 북제주군 함덕정보산업고 하수용 교장은 지난 18일 제주도 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학교장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지난 주 중 우리 학교에서 학교장을 형사고발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려고 하니 위임장에 서명, 날인하여 보내달라는 문건이 학생들을 통하여 학부모님께 배부, 회수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기사 中)

기사에서는 학교장을 고발하는데, 교사들이 학생들을 이용해 서명을 받아오게 했고, 이에 항의하는 교장이 글을 썼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무엇 때문에, 왜 소송을 제기하려 했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었기에 선생들이 소송을 제기했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어있지 않다. 잘못은 뒤로한 채 '소송'만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http://www.jje.go.kr)에 실려있는 여러 가지 글을 종합해 봤을 때, 이번 소송은 전교조와 시민단체가 연합이 되어 추진중인 '네이스 시행강요 학교장 및 교육청 관료 고발'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송이 NEIS의 시행을 강요하는 학교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토대로 할 때, 하수용 교장의 잘못은 시스템을 바꿈에 있어 일반교사들과의 상의없이 추진한 것으로, '직권남용', '강요죄',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판단 가능하다. 하지만 기사에서는 이런 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되어있지 않다. 논란이 있어온 NEIS의 시행과정은 쏙 빼놓고,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하나만 가지고 기사를 쓴 것이다.

봉건적 가부장제와 군사주의의 폐해 드러나는 편지글

▲제주교육청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와있는 하수용교장의 글     ©제주교육청홈페이지
그렇다면 편지글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자.
절대로 침해 받아서는 안 되는 학생인권, 오로지 그것 하나 지켜주려고 결근으로 인한 징계의 부담까지 떠안으며 존귀하게 여기는 학생의 인권은 교장을 고발하는데 쓰이는 수단입니까? 학생인권이 NEIS를 거부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까? 아니면 NEIS거부가 학생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까? 학교업무처리 방식(이제 그분들이 간절히 지켜주고 싶어 하던 우리 사랑하는 학생들의 인권관련사항은 이미 삭제되었고, 학교의 자율성 신장을 귀하고 어여삐 여기신 교육인적자원부의 지혜로운 어른들이 노심초사한 끝에 지극히 지엽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학교에 일임하였으니)에 불과한 “나이스시스템”이 학생의 인권을 수단으로 여길 만큼 중대한 문제입니까?

 '윗선에서 알아서 잘했으니, 더 이상의 논의도 필요 없다. 그런 사안을 가지고 나를 고발하느냐?'라는 식이다.

'인권'은 윗선에서 알아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잘못이 있으면 그것을 고쳐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난 교육부의 'NEIS에 대한 결정을 미룬 것'은 인권침해 부분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번 소송은 정부의 계속된 말바꾸기와 지지부진한 대처로 해결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NEIS를 반대하는 쪽에서 마지막으로 택한 방법이다. 이는 NEIS논란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학교장을 고발하게 하는 당신들에게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기를 원하십니까? 국가에 불충하는 방법? 부모님과 선생님께 배은하는 방법? 친구들에게 배신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를 원하십니까? 오늘날 우리 영특한 학생들은 말로 배우지 아니하고 우리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사실은 모르고 계신 것은 아니겠지요? 앞으로 학교장이 무슨 낯으로 학생들 앞에 나아가며,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자신들에 의해 고발당한 학교장이 무슨 말을 한들 귀에 들리기나 하겠으며, 언감생심(焉敢生心), 학생들의 마음에 가 닿기를 바라겠습니까?

그러면서 학교장을 고발하는 행위는 배신에 해당하며, 이런 배신행위를 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배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잘못이 있어도 윗사람은 거역하면 안된다는 논리는 봉건적 가부장제와 군사주의의 폐해요, 조폭문화의 산실일 것이다. 그러면서 소송당한 교장이 어디가서 얼굴을 들겠냐는 감정의 호소를 한다. '너희들이 내 명예에 먹칠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NEIS문제로 돌아가서 NEIS가 시행되어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국가에 의한 개인정보의 통제가 이뤄져 개인의 미래가 망쳐진다면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질 수 있을지 묻고 싶다.

하교장은 소송을 제지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잘 잘 못을 떠나 누구를 통하여 몇 부를 가져와 누가 어떻게 배부하고 몇 부를 회수하였는지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하니 ‘부당한 명령이므로 거부하겠습니다. 학교장은 보호자 동의서 받고 NEIS시행합니까? 학교장은 독단으로 처리하지 않았습니까?’하며(...)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직무를 수행하지 않거나 위법적인 일에 참여하여 분명히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의무), 제57조 (복종의 의무), 제59조 (친절공정의 의무)를 위반한 당사자들이 오히려 학교장이 불법이라며 업무상 정당한 지시, 명령에 불응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이 시대의 명제인 원칙과 질서를 어떻게 가르칠지 걱정이 앞섭니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하교장 자신이다. 교장을 고발하겠다는 일에 교장 자신이 책임자를 색출하겠다는 의지로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부당한 명령임이 맞다. 누가 소송을 본인과 이야기해서 하는가? 그리고 하교장이 말하는 이 시대의 원칙과 질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윗선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은 조선시대에서나 원칙이었지, 지금은 원칙일 수 없다. 그리고 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면서 지적하는 것은 '남의 눈에 티는 보면서 자신의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속담이 절실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런 식의 업무처리 방식이라면 과연 학교장이 불법적 행동을 했을때는 어떻게 항의하고 바로잡을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다.

편지글이 올라와있는 제주교육청홈페이지에 보면 찬반으로 나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중 하교장의 행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보면 이번 현상에 대해 좀더 다른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안타까움'이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학교장은 눈물을 흘려야 할 때가 아닌 제대로된 시각을 가진 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NEIS처럼 평교사들의 의견과 교육청(부)의 의견이 상충할 때, 법적인 취약점이 많아 학교구성원의 합의된 의견이 필요할 때. 중간관리자인 학교장은 오랜 시간에 걸친 상당한 인내와 대화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인내와 대화만 있으면 되지 않고 무엇보다도 학교장의 바른 시선, 시각이 필요합니다. '학교장의 눈'이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학교장이 교육청(부)의 시선만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려 한다면 문제는 더욱 꼬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처음부터 반대하는 교사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시각으로 문제를 매듭지을려고 했을 때는 그만큼 더 반발만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이제, '눈물'이 아닌 '눈'을 생각해 볼 때입니다.

'함덕정보고교사'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들은 뒤 판단할 것을 권하고 있다.
글의 내용을 보니 우선 사랑스런 제자인지 의심스럽군요 사랑스런 제자라 생각하고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이번 일에 대하여 양쪽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는지 ? 적당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선배와 대화를 하는데 의견이 틀려서 선배가 일방적으로 본인을 무능하고 바보라고 몰아 세워서 이에 격분하여 선배에게 대들었다고 합시다. 이 때 중간과정은 다 무시하고 감히 선배에게 대드는 몰상식한 후배라고 몰아 붙였을 때 본인의 심정을... (함덕정보고교사)

조선일보 더 문제있다.

이번 하교장의 소송에 대한 편지글은 글 자체에도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원칙인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려는 자세일 것이다. NEIS의 문제는 단순히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정보인권이 지켜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정부나 언론에서 전교조나 사회계층의 집단행동에 공권력을 행사하는 등 압력을 가하는 행위를 더이상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교장의 입장만 실어주는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나, 집단행동을 했다고 해서 구속을 하는 정부의 행위, 이런한 탄압은 비판받아 마땅하며, 저지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압박은 그들에게 남은 가장 마지막 출구를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선일보는 인터넷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편지글을 실어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된다.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를 보면 인터넷을 모르고 있어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펌글'을 소개하는 것에만 그친다면, 일반 자유게시판과 다를바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는 자사 홈페이지가 펌글 게시판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앞뒤를 생각하고 보도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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