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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있는 일본 며느리 주부들은 저에게 오세요"
[사람] 한국 남편 둔 고토 메구미씨 상담 통해 일본 여성 고민해결 앞장
 
김철관   기사입력  2007/06/06 [19:26]
“뭔가 갈등하고 고민하고 있는 일본 며느리(주부)들이 상담을 통해 제 위치를 찾고 열심히 살아갈 때 보람을 느끼지요.”
 
대전일본인회(회장 니시하나 게이코, 혜천대 교수)소속 며느리회(회원 30여명) 회원을 상대로 갈등과 고민 상담을 해주고 있는 고토 메구미(45) 씨. 일본인 주부(며느리)들이 한국에서의 안정적 가정과 문화에 적응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그가 상담을 한 이유다.

▲일본인 주부들의 고민과 갈등을 상담과 퀼트와 한국어를 통해 치료를 해 주고 있는 고토 메구미씨.     ©김철관

그의 대전 둔산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 사무실은 일본 며느리들이 사랑방처럼 이용하면서 한국 생활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메구미 씨가 그 중심에 서 있는 것.
 
그는 일본인회 일본어판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과 개인 블로그(http://plaza.rakuten.co.jp/cchamaeyo/)를 통해 회원 상호간의 의사소통을 유도하고 있다.
 
“남편과의 갈등, 문화적 갈등 등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우울증으로 고민하는 며느리들이 많습니다. 일본인들과 만나 대화할 기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상담할 대상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들을 만나 카운슬러를 통해 고민을 치유하고 예방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일본인 주부 상담실을 차려 본격적으로 상담을 하고 있다. 사귀고 있는 한국 사람과의 결혼 문제, 남편과의 갈등, 한국생활 부적응 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상담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건축업에 종사한 한국 남편과 결혼을 해 자녀까지 둔 일본인 주부가 서울에서 대전까지 내려와 상담을 한 일화를 들려줬다.
 
“남편이 건축업을 하니까 이들 부부는 주말부부와 다름없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다 보니 남편에게 불만을 말하지 않고 꾹 참고 있었던 것이지요. 돈도 있고, 자식도 있고, 시집살이 한 것도 아니니까 주위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착각할 수 밖에요. 그는 한국말도 서투른데다가 한국생활 자체가 어렵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부문도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하는데도 남편이 바쁘다보니 그런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털어 놓을 친구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는 고민하고 있는 자기 자신과 아이들한테도 미안하다고 털어 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가 우울증으로 나타난 것이지요.”
 
메구미 씨는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의욕이 없어져 항상 눕고 싶었고, 식욕도 없었다고 합니다. 용기를 내 남편에게 얘기를 하면 ‘해줄 것 다해주는데 뭐가 문제냐’ 등으로 역정을 내, 결국 저를 찾아 서울에서 대전까지 내려와 상담을 받았습니다. 만나 보니 현명한 여자였습니다. 응어리졌던 마음을 털어 놓으니까 후련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현재는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이제 그는 고민이 생기면 금방 저에게 털어놓고 문제를 풉니다. 그래서 전화와 메일을 통해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남자와 사귀면서 국제결혼을 해야 하는 나이든 일본 여자의 고민도 최근 해결했다.
 
“일본어 학원 교사로 일을 하고 있는데 막상 나이가 들어 사귀고 있는 한국사람과 결혼을 하려고 하니까 갈등이 생긴 것입니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담을 했지요. 그리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줬습니다. 최근 연락이 왔는데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답니다. 올 가을에 말입니다. 이럴 때 상담을 한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메구미 씨는 상담 외에 퀼트(하와이 엔 퀼트)에도 남다른 실력이 있다. 가족들이 퀼트로 만든 옷과 가방 등을 직접 입거나 가지고 다닐 정도의 실력이다. 최근 일본인 주부를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퀼트(하와이 엔 퀼트) 강사로 나선 것. 이를 통해 일본인 주부들의 의사소통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퀼트 작업을 하면서 서로의 고민과 갈등을 서슴없이 털어 놓고 풀 수 있는 화합의 장을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고토 메구미씨가 운영하는 상담실에서 일본 주부들에게 하와이 엔 퀼트를 가르쳐 주고 있는 모습. 맨 오른 쪽이 고토 매그미씨다.     ©김철관

“현재 8명의 일본 주부들이 퀼트를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한국에 시집온 일본인 주부들이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정착하면서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입니다.”
 
그는 한국어도 유창하다.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한국어 교사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국제결혼을 한 일본인 주부를 대상으로 한국어도 가르치고 있다. 상담과 퀼트와 한국어는 일본인 주부들을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메구미 씨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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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6/06 [19: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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