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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표 통합신당추진으로 굿모닝 돌파하나?
신당조정기구를 통해 역할 자임, 사퇴불가피론도
 
김광선   기사입력  2003/07/16 [12:50]

▲ 고민하는 민주당 정대철 대표    
©인터넷이미지
굿모닝시티 금품수수를 인정한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당대표직을 유임한다고 밝히면서 신구주류는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초 정대표의 거취를 두고 신주류측은 '사퇴론'을 강력히 거론했고, 구주류는 정치적 '동지애'를 내세우며 정대표 '감싸안기'를 내비췄으나, 지난 14일 거꾸로 신주류는 정대표를 감싸안고 있으며, 구주류는 정대표 유임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같이 신주류와 구주류가 정대표의 거취를 두고 입장을 바꾸는 것은 당내 '신당조정기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속셈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대표의 거취를 두고 신구주류간의 입장차이가 신당추진에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 정대철 대표는 검찰의 소환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 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주류 온건파 정대표의 당 수습 역할 강조
 
당초 신주류 강경파는 정대표가 '굿모닝시티 금품수수'를 인정했을 당시 신당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정 대표 사퇴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는 신주류내에서 강경파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온건파의 입장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온건파의 한 의원은 "당을 지키려는 정 대표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며 정 대표 감싸안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만약 정대표가 물러날 경우 구주류 핵심인 박상천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는 등 신당추진에 결정적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신당추진모임 의장인 김원기 고문은 "내가 만난 정치인 중에 인간적으로 정 대표만큼 순수한 사람이 없고, 그런 사람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직접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또 그는 "정 대표가 당내 오해와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며 "정 대표가 당을 수습해 새로운 틀을 만들어줘야 할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이 신주류 온건파가 정대표를 '감싸안기'의 입장을 들춰보면, 정대표는 그동안 신주류의 좌장으로서 구주류와의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등 신주류 온건파의 최후의 보루였기 때문이다.

만약 정대표가 이 시점에서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신주류 온건파의 의도대로 통합신당을 추진하기 힘들고, 또한 구주류와의 역학관계에서 신주류가 힘의 우위를 차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 따라서 신주류 온건파는 정대표가 대표직을 앞으로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으로써는 그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대표를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대표의 거취를 두고 신주류가 '사퇴론'에서 '감싸안기'로 나서는 것은 표면에 나타난 것이고, 온건파의 목소리가 신주류내에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주류 강경파들은 여전히 정대철 대표의 거취를 탐탁히 여기고 있지 않다. 그동안 정대철 대표가 신당추진과정에서 신주류 강경파보다 온건파에 가까웠고, 온건파는 구주류와의 통합속에서 민주당을 '리모델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구주류 정치적 효용가치 없다고 판단한 듯

굿모닝시티 의혹건이 발생했을 때 구주류는 정대표의 거취를 두고 그를 옹호하며, 정치적 동지애를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이후 갑자기 정대표에 대해 싸늘한 태도로 돌변했다.

구주류가 이처럼 태도가 변한 것은 신당조정기구의 참여를 두고 나타난 반응이다.

지난 14일 정대철 대표는 구주류의 핵심인사인 박상천 최고위원에게 조정기구에 참여할 것을 부탁했으나, 박 최고위원은 "당이 대선 자금으로 혼란스러운데, 신당논의로 당내 갈등을 보이는 것은 안 된다"라고 거절하면서 정대표와 박 최고위원간의 미묘한 감정대립이 있었다.

그러나 박 최고위원은 정대표에게 상처가 된 말을 뒤늦게 수습하기 위해 "조정기구 참석 대해 정통모임에서 다시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언급함에 따라 정대표와 박 최고위원간의 감정대립은 일단 수습됐다.

그러나 박 최고위원이 한발짝 물러선 것이 정 대표를 옹호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우선 정대표와의 대립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주류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정대표의 사임은 기정 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정대표와 대립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당헌 당규상 박상천 최고위원이 당 대표직을 승계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 신당논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대표와의 대립은 불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 최고위원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계속해서 정통모임 대표로 머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가 당대표를 승계 한다면 외형상 신구주류간에 중립적인 위치를 점하면서 신당논의에 중심에 설 수 있게 된다.

정대철 시간끌기 언제까지 가능할까

구주류와 신주류가 정대철 대표를 둘러싸고 당의 동지애를 부르짖으면서도 당내 역학관계를 둘러싸고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정대표의 역할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대철 대표로서는 검찰의 소환을 받고 있는 마당에 새로운 업적을 만들지 않고서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정치적 생명을 걸고 민주당내의 통합신당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대표가 소환에 불응하면서 검찰은 17일중 법원에 체포영장이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 강제수사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정대표로서는 마냥 '시간끌기'를 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회 회기중 불체포 특권이 있는 정대표에게 검찰이 강제수사 방법을 택할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기 때문에 정 대표에게는 아직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굿모닝시티 금품수수 의혹과 정치권의 금도(禁度)인 '200 대선자금모금'  파문은 정대철의 정치생명을 깎아먹은 꼴이 됐고, 정 대표 또한 섣부른 판단으로 인해 정치적 생명을 잃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편 정대철 대표의 검찰소환을 앞두고 신구주류간의 당내 역학관계는 앞으로 신당추진에 있어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대표가 조정기구내에서 신구주류를 통합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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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16 [12: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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