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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부시 행정부의 WMD정보조작 논란, 언론으로 옮겨
 
안찬수   기사입력  2003/07/12 [16:26]
다음은 미국의 대표적인 주류 언론 가운데 하나인 http://CBSnews.com의 화면을 갈무리한 것이다.
▲CBS 인터넷판의 헤드라인 기사. 제목은 “부시는 이라크 정보가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     

 2003년 7월 10일 저녁 7시 36분(이하 미국 동부시간)에 편집된 CBS 인터넷판의 헤드라인 기사다. 제목은 “부시는 이라크 정보가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CIA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참모들에게 “이라크가 아프리카에서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정보는 충분치 않다고 경고했지만, 조지 부시는 이런 경고를 무시한 채 지난 1월 28일의 연설을 행했다는 것이다.

CBS의 국가안전보장회의 담당기자인 데이빗 마틴은 “부시는 이라크 정보가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과 CIA가 “정보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도했다.

데이빗 마틴 기자는 7월 10일 ‘CBS이브닝뉴스'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정부 고위관리가 CBS뉴스에 전한 바에 따르면, 이라크가 아프리카에서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대통령의 거짓 주장은 CIA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설에 포함된 것이다. 연설이 행해지기 전에 CIA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검토했다. CIA의 관리들은 대통령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참모에게 이라크가 아프리카에서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내용의 연설을 할 정도로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경고했다.....” 

간단히 말해서 이라크에 대한 정보 조작 문제에 있어서, 조지 부시가 잘못했고, CIA는 잘못이 없었다고 보도한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이 기사는 수정되었다. 2003년 7월 11일에 편집된 기사는 아래와 같다. 제목은 “CIA가 인정한 이라크 연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문제에 대한 연설은 CIA가 인정한 것이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잘못은 없고, 다만 CIA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내용으로 바뀐 것이다.

▲2003년 7월 11일에 편집된 기사, 제목은 “CIA가 인정한 이라크 연설”     

현재 조지 W 부시 미국행정부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정보조작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 있는 가운데, 미국의 주류 언론인 CBS의 헤드라인 뉴스가 하루 만에 전혀 반대되는 내용으로 뒤바뀐 것이다.

이미 미국 의회가 지난 6월부터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정보 관련 비공개조사를 시작한데 이어 미국의 주요 신문과 방송들도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있으며,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들도 이 문제를 2004년 대선의 핵심이슈로 다루고자 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 논란은 더욱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9일 아프리카를 순방중이던 부시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사담 후세인은 세계 평화의 위협이며 미국이 그를 권좌에서 몰아내기 위해 옳은 일을 했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9일 미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 “이라크에 대한 놀라울 만한 새 정보를 확보한 상태에서 전쟁을 시작한 게 아니라 9·11테러 이후 새로운 관점에서 기존의 이라크 무기프로그램을 접근한 끝에 공격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인가. 아니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인가? CIA인가? 아니면 CBS뉴스의 데스크인가? CBS뉴스의 데이빗 마틴 기자인가?

아니면 이 모든 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미국은 지금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거짓말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재 네티즌에게 제공되고 있는 기사, 제목은“부시는 이라크 정보가 의심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부시는 이라크 정보가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는 기사는 현재 “부시는 이라크 정보가 의심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으로 바뀐 채 네티즌에게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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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12 [16: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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