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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찾아서, '영남인이 본 영남지역주의'
영남인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믿어왔던 것’은 진실인가?
 
지나가다   기사입력  2003/07/08 [12:18]

▲ 지역주의를 들여다 보자.  
이미 대다수의 영남인들은 즉자적 계급에 큰 관계없이 호남인에 대한 강한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남 출신의 전 대통령 김대중 씨에게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남의 평범한 사람들, 그러니까 이웃집 아저씨, 상점주인, 택시운전사, 가정주부 등등 그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눠보면 우리는 영남인들이 호남인과 김대중이라는 인물에 대해 얼마나 뿌리 깊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호남인에 대해서는 우월의식을, 김대중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남인들은, 그 중에서도 대구 사람들은 특히 더합니다만 국가의 경제가 어렵고 가계의 살림이 어려운 것을 전적으로 김대중의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재벌의 문제라든가 경제구조의 문제라든가 국제정세 문제에 대한 조금의 고려없이 김대중이 북한에 너무 퍼주어서 경제가 어렵다는 터무니없는 사실을 대다수의 영남인들이 당연한 듯 믿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비난은 김대중에게 많은 지지를 보냈던 호남인들에게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또한 김대중에 대한 비난은 김대중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 민주화 운동에도 이어집니다.

영남의 많은 사람들은 개혁적인 인물들을 빨갱이로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권에 참여하는 이들 중 상당수를 빨갱이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치즘이 유대인을 모든 사회적 문제점의 근원으로 보았다면 영남인들의 대부분은 김대중을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의 근원으로 봅니다.

무언가 제대로 안되는 게 있으면 영남인들의 많은 수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건 다 김대중이 놈 때문이야".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려하지 않습니다.

▲ 코리아 히스토리, 폭력의 역사를 누가 주도했나?
영화 <아메리칸 히스토리 X>를 보면 스킨헤드들은 자기들이 KKK와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KKK는 남부의 부유한 농장주들이지만 자기들은 도시의 빈민이라고 합니다. 스킨헤드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흑인들에게 돌려 사회에 '저항'하려 합니다.  이는 1930년대 후반 독일인들이 유태인을 화풀이의 대상으로 여겼던 것과도 비슷합니다.

안타깝게도 영남인 대다수는 그들의 즉자적 계급에 상관없이 파시즘적 사고에 물들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김대중 정부가 금융위기는 해결하였으나 신자유주의정책을 어느 정도 수용함으로써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고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진 것에서 기인합니다.

살림살이는 어려운데 그래서 화가 나는데, 화풀이할 존재로 영남의 대다수 사람들에겐 김대중이라는 인물과 그와 연관된 것들이 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영남인들의 파시즘적 성향을 해결하는 방식은 개혁적인 정권에 의한 서민 경제의 안정입니다.

물론 경제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두 가지가 따로 가는 것도 아닙니다. 시장경제의 자율성은 보장해 주되 북유럽처럼 많이 번 사람일수록 많은 세금을 제대로 내도록 조세정의를 이룩함으로써 복지기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서울과 충청도에서 산 적이 있는 대구사람임을 밝혀둡니다. 타지생활을 해보면서 영남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조금이라도 갖추게 된 것 같습니다. 영남인들 전체가 건전한 영남을 만들 수 있도록 이제 반성해야죠. 암 그래야죠. 김대중과 호남인들 그리고 대북포용정책을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비이성적인 욕설은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니까요.

이제 저는 제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영남인이 비이성적으로 무조건 잘못됐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과연 잘못된 것인지 문제제기를 하려합니다. 영남인들에게는 건전한 논쟁이 필요합니다.

* 본문은 ‘지나가다’라는 필명의 네티즌이 대자보 독자마당에 올려주신 글입니다. 대자보는 네티즌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며, ‘영남지역주의’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본문을 소개합니다. 본문에 대한 네티즌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 편집자

* 본문과 이경렬씨가 제기한 '영남파시즘' 혹은 '영남패권주의'는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극소수 기득권자를 지칭하는 것이지, 일반적인 영남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절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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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08 [12: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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