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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패권주의와 전라도라는 '주홍글씨'
자유와 저항의 혼이 개혁의 주체이며 개혁의 정신
 
이경렬   기사입력  2003/07/08 [01:53]

영남패권주의 비판 앞에 영남패권문화의 굳센 옹호자들이 악에 바친 공격의 소총수가 되어 벌떼처럼 달려들고 있군요. 이들이 게시판에 올린 언어폭력을 본 분들은 지금 어떤 심정을 갖고 있을까요?

▲고난의 한국근현대사, 이념의 대립을 넘어 지역대립을 획책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지리산은 아직도 말이없다.     © 태흥영화(주)
영남패권주의와 그 문화가 얼마나 공격적인지, 그것의 본질이 얼마나 인간 심연의 악마적 증오를 감추고 있는 것인지, 이 조폭적 문화가 이 사회의 기득권 문화, 소위 주류 세력의 문화로서 그 아래 전 사회 구성원의 사고와 정서의 자유를 얼마나 지배 억압하는 폭력기제인지, 영남패권문화 수호자에겐 이것이 얼마나 신성불가침의 영역인지, 그래서 결국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영남패권주의에 대항하는 것이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너와 나를 분열시키는 무모한 책동은 아닐런지, 다시금 확인하며 몸서리를 치거나 아예 회의, 절망하는 분들도 생겼으리라 짐작합니다. 

영남패권주의의 실체가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 팔딱거리고 있는데 끝내 덮어두고 말겠다는 위선자들이 널려 있습니다. 조용히 사색하고 묵상하며 커피 한 잔으로 산뜻한  하루의 아침을 맞는 일상인들에게 웬 시대착오적 망령이냐며 얼굴을 심하게 찌푸리는 사람들이 여기 저기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몸소 당해본 체험이 없는 저들의 눈에는 안보입니다. 저들에게만은 영남패권주의의 악령이란 '허구'입니다. 소설입니다. 책동입니다. 빨갱이 짓거리입니다.  푸락치 입니다.

그리고, 그러다가 끝내는 '피해의식'이 되고 맙니다. 저 혼자 심심하여 방구석에서 뒹굴다 보니 허리가 좀 결린것을 누가 저를 잡아먹겠다고 몰래 들어와 장작으로 팼다며, 단발마로 절규하는 정신병자의 피/해/의/식이라고 규정합니다. 이 말에는 미국의 50년대 중후반을 광란으로 휩쓸고 간 매카시즘적 마녀사냥 의지가 흘러 넘칩니다.

'피해자의 의식'이 아니고 '피해의식'이라고 말할 때 거기에 인간으로서 가장 추악한 악마성이 응집되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사람을 반 죽도록 멍석말이로 팬 뒤 그를 피해'의식'에 허덕이는 정신병자로 몰아부쳐 사회로부터 완전 격리시키겠다는 악귀의 현시 말입니다. 나는 피해의식이라는 공격적 조어를 들이대는 그 악마같은 동물들이 바로 인간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할 벌레들이라고 규정합니다.

이렇듯 영남패권주의와 문화의 틀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그 공기를 들이마시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격을 파괴시킵니다. 억압당하는 사람의 인격을 파괴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전혀 의식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짓밟는 자들의 인격도 함께 파탄의 구덩이로 인도합니다. 왜냐하면 나찌파쇼와 인종주의가 그런 것처럼 그와 근본적으로 한 배아를 나누는 영남패권주의자는 이미 인간 말종이고, 거대한 사회악이며 벌레들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용서해야 합니까? 길가다가 뒤로부터 기습당해 뒤통수 얻어터진 놈이 더 이상의 몰매맞는게 두렵고 떨려, 화해한답시고 비굴한 미소 흘려야 합니까? 

이게 몇몇 성질 더러운 놈들이 벌이는 시장바닥 싸움판인 줄 아십니까? 영남패권주의로 무장된 개개인의 의식은 너무도 당연히, 한 사회 문화의 소비 유통의 결정판인 정치현장에서 '깽판'을 치는 치졸한 형태로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노무현 정부 하의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개핵'이 개혁과는 애초부터 아무 관련이 없는 파쇼의 회오리로 서서히 일어나는 것도 바로 그 주체들이 영남패권주의자들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들의 패악질은 그칠 줄을 모릅니다. 한나라당과 조중동, 청기와집 주인과 참모, 신당추진세력, 재벌, 보수언론, 심지어 개신교, 족벌사학... 끝도 없이 나오는 이들 모두의 권력과 기득권의 태생의 뿌리는 영남패권주의입니다. 영남패권주의자임이 명명백백히 드러난 노무현(정부)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한국 사회는 이 문화를 한층 더 공고히 하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나는 이러한 조폭문화에 순응을 할 수가 없습니다. 곧 맞아죽어도 잠자코 있을 수가 없습니다.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길래 맨몸으로, 그저 짱돌 몇 개 주워들고 돌진하겠다는 겁니까? 

이거 돈키호테 같은 과대망상증 걸린 사람이나 할 짓 아닙니까? 아니요! 나는 그런 바보도 소영웅주의자도 아니올시다. 

오직 하나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내게는 전라도 사람이라는 주홍글씨가 이마에 새겨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울 수 없는 그 마크가 차라리 나를, 내 인격과 온 인생을 구원합니다.  내가 원한 것은 아니었으되 이젠 그것이 나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고결한 전라도의 혼으로 세례받았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역사의 위기 때마다 거칠 것 없이 다 떨치고 일어났던 민족애가, 그 희생의 혼이 광주에, 전라도에 면면히 숨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두운 구름이 몰려온다고, 풍랑과 파고가 좀 높다고 발발 떨며 움츠리는 '비겁자'들이 아닙니다. 군사적 정치적 국가 폭력이 성형을 거쳐 문화적 폭력으로 안면을 바꾼 채 있지만 그것의 악마적 DNA가 거기 그대로 원형 보존되어 상시적 비상포고령이 발동되고 있는 이 21세기의 생뚱맞게 암울한 시대 상황에도, 우리는 언제나 밝은 빛, 자유와 평등을 누리겠다는 소망의 불꽃을 꺼뜨린 적이 없습니다.

숨을 쉬며 살고는 있지만 내 영혼이 짓밟히고 항상적으로 이유없이 남의 감시와 눈치 속에서 움츠려야 하는 삶이라면 이제 그만 내던져 버릴 겁니다.  군사파쇼를 정면에서 맨몸으로 맞아 대항했고, 그 채찍과 모욕과 피를 다 지불하고 이만한 민주라도 쟁취해낸 주체가 바로 누구인데, 요까짓 영남패권 반동 하나쯤에 그만 기가 꺾이고 말일이겠습니까? 이미 이뤄낸 바가 있고, 또 그게 무슨 새삼스런 일도 아닌데 가만히 거꾸러져 한숨 속에 안주하고 있단 말입니까? 

내가 태어나고 자란 전라도는 그렇게 만만한 땅이 아닙니다. 반도 중에서도 뒤축에 비켜있는 조그만 조각 땅 그곳으로부터 이 나라 민주주의의 원류가 솟아 흘러왔던 것입니다. 민주의 정신, 그 자유와 평등, 평화의 혼이 가장 순결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는 땅입니다.

▲호영남이 함께 만나는 화개장터에는 언제나 구수한 정담이 오간다. 산과 물은 지역을 따지지 않거늘, 그 누가 지역을 따지는가?     ©인터넷 이미지 합성
전라도의 혼이 죽을 때 이 나라의 혼은 함께 죽습니다. 남을 공격하지 않는 평화 애호, 그러나 억압의 사슬이 옥죄어올 때는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앞뒤 재지 않는 투우처럼 무식하게 돌진하여 치받아버리는 저항의 혼은, 멸시와 천대 소외라는 양재기 밥그릇에 늘 배곯아 뒹구는 뼛속 시린 그 긴긴 나날들을 태우고야 건져낸 영롱한 사리인 것입니다

당신과 나의 전라도의 희생이 아니었으면 이 반도가 지금 이 시간 어찌되어 있을 지를 늘 상기하세요. 채임과 건드림에 지치고 더 이상 내줄 것도 없는 전라도가 이제 마지막으로 움켜쥐어야 하는 것은 오늘 만찬상에 올릴 조기 반 토막이 아니라  그 주머니를 몽땅 털어서 산 배고픔의 혼일 것입니다. 뒤로 물러설 것이 없이 타협할 것도 없이  평등과 자유의 원형 그대로를 지키겠다는 희생의 혼 말입니다.

전라도의 이 정신이 죽으면 한민족 모두의 생명은 함께 사그라져 버리고 맙니다.
전라도인 당신에겐 이것이 자랑이 됩니까, 천형이 됩니까? 그렇습니다. 천형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천형으로 받아들이렵니까, 긍지로 받아들이렵니까? 

아, 여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아무말 하지 마세요. 비어져나오는 눈물을 그만 밀어넣으세요. 이를 악 물으세요. 하지만 이제 조용히 미소를 지어보이세요. 당신에겐 전라도인임을 자랑할 선택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각오는 되어 있겠죠? 이 긍지를 오롯이 지켜내기 위해선 우리가 이제까지 희생하므로써 키워낸, 가진자들, 누리는 자들, 혜택받은 자들, 무관심이란 폭력의 시계를 묵묵히 작동시키는 자들의 핍박을  당신은 이제 유희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 말입니다.

전라도의 혼, 민주의 혼, 평등의 혼, 자유의 혼, 저항의 혼, 소망의 혼은 세세토록 이 땅의 역사를 밝히는 횃불입니다.

우리가 곧 밟히는 듯 하지만 죽지 않습니다. 다시금 꼿꼿이 일어서고 맙니다. 주위에 납작 엎드려 있는 이웃의 들풀들도 함께 들어 세워 소슬한 평등과 자유의 바람을 기어이 쐬어 주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이 정신에, 평등과 자유의 정신 위에 손에 손을 포개어 엄청난 힘으로 결집시켜 나가야 합니다. 영남패권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민중은 모두 전라도의 혼을 공유합시다.

이 대오가 개혁의 주체이며 동시에 개혁의 정신이 되어야 합니다.

* 본문은 독자기고입니다. 본문에 대한 네티즌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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