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과 짝퉁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말 할 것도 없다. 겉모습은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러나 그 알맹이는 다르다. 진보에도 명품과 짝퉁이 있다. 이 둘의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알맹이는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럼, 명품 진보와 짝퉁 진보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당연히 그 알맹이에 달려 있다.
진보의 알맹이가 무엇일까? ‘기회의 균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그 알맹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진보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결사반대’가 진보의 할 일이라고 여긴다. 이게 과연 명품 진보가 해야 할 일일까? 규제완화, 개방화, 민영화에 대한 반대를 통해서 보호하고자 하는 집단이 과연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일까? 이들에게 기회 균등을 보장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우선, 민영화 대상인 공적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최상류층에 속하는 것은 아닐까? 이들은 이미 최고의 기회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음으로, 개방화로 피해를 입는다는 기업주들도 과연 사회적 약자일까? 이들에게는 기회가 이미 충분히 주어져 있는 것은 것일까? 끝으로, 규제의 보호를 받고 있는 기득권층은 또 어떠한가? 이런 기득권층을 진보가 결사적으로 보호해야 할까? 혹시 이들이 기회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 ‘기회의 균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진보 본연의 책무를 위해서 명품 진보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기회가 좀 더 많아지도록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좀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그 여건을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그런 여건이 조성될까?
당연히 경제가 호조를 보일 때이다. 경제가 호황을 보이면 일자리가 많아지고, 재정도 풍부해져서 사회적 약자를 좀 더 잘 돌볼 수가 있다. 그러나 경제가 부진에 빠지면, 해고를 당해도 못사는 사람이 먼저 당하고, 도산을 당해도 영세업체가 먼저 당한다. 경기침체가 찾아오면 사회적 약자가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진보가 이런 문제에 관심이라도 가져봤을까? 경기호전을 위해 노력을 조금이라도 기울여 봤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민영화, 규제완화, 개방화를 추구하는 나라들이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번영을 누리고 있고, 국민들의 경제생활도 훨씬 더 윤택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진보는 이걸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게 과연 명품 진보가 해야 할 일일까? 이것은 짝퉁 진보나 해야 할 일이다. 참여정부의 경제성적이 나쁜 것도 이런 짝퉁 진보들이 활보했기 때문은 아닐까?
‘한미 FTA’를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 따위로 진보냐 아니냐를 가르는 어리석은 짓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들의 이목을 끌자는 짓에 불과하다. 이것은 짝퉁들이나 할 짓이다. ‘기회균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삼느냐 아니냐를 진보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 진보는 평균 연봉이 5천만 원이 넘는 조직 노동자들 즉 고소득 노동자들의 권익에는 큰 관심을 보였지만, 연간소득이 1천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조직 노동자들에게는 관심을 소홀히 했다. 소득이 거의 없는 실업자는 외면했다. 사회적 무능력자는 더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게 명품 진보가 할 짓일까?
거듭 반복하거니와, 진보는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자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좀 더 많은 배려를 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 이게 명품 진보가 해야 할 일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이나 ‘신용불량자의 기회보장’을 요구하기에 앞서, 이들보다 훨씬 사회적 약자인 실업자나 사회적 무능력자에게 관심을 좀 더 많이 기울였어야 한다.
무엇보다, 명품 진보라면 그리고 과학적 진보라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된 배경이 무엇이었던가를 이제라도 성찰해야 한다. 그게 바로 개방화, 민영화, 규제완화였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베트남 역시 뒤늦게나마 이런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비로소 도약을 시작했다는 점도 재인식해야 한다.
과학적인 진보, 명품 진보라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북한마저 변신하려고 하지 않는가! 우리나라 진보도 제발 명품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이게 인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첩경이다.
* 필자는 <21세기경제학연구소>(
www.taeri.org) 소장이며, <대한민국 생존의 속도>(리더스북, 2005) 등 다수의 경제학 서적을 출간했습니다.
* 본문은 <대자보> '진보 논쟁'에 대한 필자의 기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