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의 정치시평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희연-손호철-임종인-김민웅의 '길'
[진보 논쟁] '같으면서 다른' 조희연-손호철-임종인-김민웅의 진보전략
 
김영국   기사입력  2007/02/24 [13:04]
지난 21일 민주노동당이 주최한  <민주진보진영의 2007년 대선전략- 위기의 진보진영, 대반전 가능한가>란 주제의 토론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토론회는 민주노동당이 마련했지만, 참석자들의 면면은 최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범진보진영 내 각 단체의 대표인사와 쟁쟁한 이론가들이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보.개혁세력의 위기 진단과 대응방안 및 2007년 대선 전략을 놓고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오늘날 한국사회 '진보의 기준'으로 '반(反)신자유주의'라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반신자유주의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진보진영의 최대 현안인 '한미FTA 반대'가 으뜸이었고, 비정규직 문제, 공기업의 역할과 개혁의 문제 등이 거론됐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가했던 토론자들의 토론문은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고, 현장 토론 내용도 인터넷 생중계를 실시한 오마이뉴스 기사에 동영상으로 올라와 있다.

그러나 토론문 자료집에 빠져 있거나, 3시간 30분짜리 동영상을 보기에 버거운 분들을 감안해 이날 토론 참가자 중에서 진보진영의 나아갈 방향과 관련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4인의 발언 내용'을 특별히 '기고문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이들의 주장에는 각기 나름대로 특색이 있다.

가급적 토론자의 발언 내용을 충실하게 담았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대목은 의미전달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요약처리했다. 다른 토론자의 발언 내용은 민주노동당 토론회 자료집에 상세히 기술돼 있다. <필자 註>


헤게모니 정치와 진보적 민중주의-차베스에게 배우자

조희연(성공회대 교수)

최근 일련의 진보진영 위기 논쟁을 통해서 민주진영, 진보진영이 깊은 패배주의로부터 일정하게 벗어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과정에서 참여정부의 위기를 올바로 성찰하고, 자기혁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위기의 타자화' 즉 노무현 대통령 개인의 실패 문제, 열린우리당 속성의 문제로 환원해서만 설명하는 방식으로는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다. 참여정부 5년의 거대한 실패(위기)는 민주정부 10년, 민주화 20년에 내재한 문제로 바라봐야 훨씬 더 폭넓은 교훈을 얻는다. 민주노동당이 집권해도 참여정부가 직면하는 위기 요인의 50%는 똑같이 직면할 것이다.

참여정부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라, 현존하는 개혁의 '제한 요인'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넘어설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라는 커다란 체제적 제약 조건(왜곡 요인)이 있고, 우리 사회의 보수적 저항(보수언론, 사회적 저항 세력)도 굉장히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참여정부의 '통치조치'의 문제다. 즉 열린우리당 구성원의 이질성, 비개혁성, 계급적 한계 문제, 스타일상 문제(헤게모니 정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고 원숙하지 못한 행태),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한 대안적·정책적 응전이라는 문제의식 결여 등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진보진영 내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반신자유주의'가 대단히 중요하고 그 중심성을 인정하지만, '반신자유주의를 가지고 모이자.'고 한다면 반신자유주의와 친신자유주의의 내용이 뭐냐가 문제다. 그 개념은 동의할 순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 수준으로 가져가보면, 즉 부동산 정책,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반신자유주의적인 게 뭐냐를 따져보면 많은 지점에서 '진보의 공백'이 있다. 바로 그 지점을 성찰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할것인가. 비판 받을 각오를 하고 제기한 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헤게모니 정치에 대한 고민을 해보자. 우리가 보기에 불철저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예컨데 군사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 우리가 설득하고 포용하면서 획득할려고 하는 '헤게모니 정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정체성 정치에 대립하는 헤게모니 정치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

두번째는 굉장히 위험스러운 것이긴 하지만, 차베스(베네수엘라 대통령)에서 한번 배워보자. 즉 '진보적 민중주의'에 대해서 고민해보자. 박정희도 사실은 '우익 민중주의'를 실현했다고 생각한다. 새마을 운동이 그렇고 개발전략이 그랬다.

즉, 진보적 민중주의는 제도권의 저항을 뚫고 대중에게 호소해서 대중과 결합하는 것이다. 대중에게 구체적인 경제적 혜택도 주는 것이다. 참여정부에 대중들이 이반한 핵심은 대중들이 참여정부 하에서 하나도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정말 대중적 호소를 할 수 있는 정책과 혜택을 과연 주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참여정부의 위기는 민주정부 10년, 민주화 20년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전환적 위기'다. 오랜 독재의 시대에서 20여 년간의 민주화의 시대로 경유하여 현재 '포스트 민주화' 시대로 이행하는 전환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이 전환적 위기의 핵심에는, 민주정부 10년을 통해서 혹은 민주화 20년을 통해서 민주성과 투명성은 획기적으로 제고되었지만, 더욱 '험악한 계급사회'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이 자리하고 있다. 즉 '민주적이고 투명한 신계급사회'의 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우리도 전혀 예상을 못했다. 누구는 다 예상했나. 나도 진보적 학자로서 이렇게 될거라고 예상을 못했다. 이게 이제 민주진보세력에게 새로운 도전인 것이다. 그리고 많은 부분은 대응전략에 공백이 있는 거고 그래서 이것을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대안적 실천의 핵심적 과제는 한나라당이 대표하는 신보수주의적 비전에 대항하여 참여정부의 실패를 넘어서서 진보세력에 대한 신뢰를 재획득하는 새로운 비전을 안출하고 그것을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핵심은 '박정희와 다른 방식으로 먹고살 수 있는 비전과 대안'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대중화할 수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나는 '신자유주의 지구화 시대의 대안적 사회국가 모델'을 민주정부의 실패 위에서 구체화(창출)하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과제를 최장집 교수 식으로 이야기하면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민주화'이고 나의 식으로 이야기하면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사회화'이며,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그것에 의한 민주주의의 사회경제적 왜곡에 대한 진보적 응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노당과 같은 진보정치세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민노당은 적당하게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을 모방해서는 안된다. 민노당 등 진보정치세력들은 '급진적인 의제화 전략'을 써야 한다. 대선 국면에 대한 급진적 개입 전략, 급진적 의제화 전략, 정책의제 지평의 급진적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

민노당에는 이른바 쉐보르스키의 딜레마, '노동자계급과 민중세력을 획득할 것인가.'하는 선거전략적 과제와 '중간층을 획득할 것인가.'하는 선거전략적 과제가 언제나 충돌하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다. 나는 현 단계는 후자가 중심이 아니며, 전자가 중심이라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지금 우리는 87년 6월 민주항쟁의 한계를 넘어서는 '제2의 6월 항쟁'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6월 항쟁 속에서는 '개방과 세계화'라는 것에 대한 진보적 응답이 내재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민노당적 실천과 고민, 각 계의 풀뿌리 실천 과정에서 일정하게 나와 있는 상태이다. 정당은 그걸 국가운영의 프로젝트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섣부른 연합보다 각자 경쟁할 때

대선국면을 보는 시각에 일정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큰틀에서 보면 반신자유주의가 갖는 중요성과 민노당의 강화를 기본으로 넣고, 세부적으로 일정한 관점의 차이가 있다.

진보-중도-보수의 정치지형에서 진보가 중도세력(중간세력·자유주의세력)을 획득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조직운동과 대중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중의 획득'이라는 것은 대단히 복합적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단순히 '반신자유주의 깃발 들고 모여라.'고 해서 대중들이 모이지 않는다. 다양한 사회적·정치적 세력의 변화과정 및 자기혁신과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 반신자유주의 전선이 대중화되려면 중도자유주의세력은 물론 사회 각 세력이 신보수주의적 방향으로 경도되지 않고 반신자유주의적 방향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실제 87년 6월 항쟁도 반독재라는 의제에 다양한 세력들(심지어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사람들까지)이 합류하는 과정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흐름이 반독재.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성장했던 조직운동과 대중을 급격하게 분리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과 대중의 결합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그렇다.

대중의 눈에서 보면 '신자유주의'라는 게 무슨 바이러스나 괴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우리가 살아갈려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성장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등등 그렇게 생각하는 '어떤 것'이다.

지금 문제는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조건 속에서 대중을, 중도세력을 어떻게 획득해낼 것이냐- 중도세력을 좌경화할 것이냐 -하는 고민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지금은 어떤 면에서는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반신자유주의 전선, 계급적 세력, 민중운동, 계급운동 등 진보세력이 민주개혁 시대의 시민사회세력보다 중도세력을 획득할 수 있는 좋은 조건 속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걸 못하고 있다.

지금은 민주개혁을 주도했던 '중도자유주의세력'이 몰락, 분열하는 과정에 있다. 이 과정에서 민노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이 자기 세상이 왔으니까 선도하고,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주도하면서 중도세력을 반신자유주의로 견인하고, 대중들에게 진보세력의 헌신과 노력을 통해 설득하면서 정치적 각성을 촉발시켜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대중들이 나중에 자연스럽게 결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희망을 가져야 한다.

강남사람들은 계급의식이 많은데, 강북사람들은 계급의식이 없는 게 문제다. 강북사람들이 계급의식을 갖도록 만들어가야 하고 대선이라는 공간은 이를 성취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조건이다.

대선 국면에서 너무 섣부른 연합전선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연합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지금은 범진보 진영의 각 세력이 각자 대안적 비전을 만들고 대중화하는 노력들을 경쟁적으로 해야 한다. 연합은 나중에 하면 된다.

현재 열린우리당, 미래구상을 포함해서 '중도세력들'(지금종 미래구상 사무총장은 중도세력 규정에 이의 제기)은 굉장히 어려운 조건에 있다. 이들이 대중의 신뢰를 재획득하는 상황이 안 올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한나라당이냐 민노당이냐 하는 선택을 진보적 대중에게 강요하는 상황이 올 거라고 본다.

그러나 중도세력이 성찰적 자기혁신을 통해서 신보수주의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는 국민들에게 다시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면,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면서 민노당도 200만 표를 획득하는 최고의 결과를 한번 기대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안 올 가능성도 농후하다. 중도세력이 성찰적 자기혁신을 통해서 대중을 획득하기가 참여정부의 신뢰 상실로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게 지금의 현실이다.



 
대선의 주된 전선과 진보진영 단결 기준은 '반신자유주의'

손호철(서강대 교수)

'87년 체제', '진보개혁세력'이란 말 쓰지 말아야

최소한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는 이제는 '87년 체제'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87년 체제란 말이 바로 민주-반민주 구도 속에서 한국정치를 보고자 하는 망상의 유죄다.

우리나라는 '61년 체제'인 박정희 정권에 의한 억압적 정치 체제와 국가주도형 산업화(개발주의) 체제란 두 축이 지배해왔다. '87년 체제'는 바로 61년 체제의 정치적 억압 체제를 해체한 것이다. 그런데 87년 체제는 '97년 체제'에 의해서 완전히 교체되었다. 지금 우리가 고통을 받고 있는 건 87년 때문이 아니라, 97년 체제 즉 IMF 신자유주의 체제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자꾸 87년 체제를 이야기하면서 왜 97년 체제 즉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자꾸 은폐시켜주나. 그건 87년 체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타협된 민주화에 따른 민주-반민주 구도 복원에 대한 미련 때문에 자꾸 87년 체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헌정체제로서 87년 체제의 문제(대통령 단임제 등)가 일부 남아 있긴 하지만, 87년 체제는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야 된다. 최소한 담론에 있어서만이라도.

진보가 뭐냐.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은 4가지 방식이 있다고 본다.

1. 변화에 대한 찬성 여부- 이 기준만 적용하면 이념적 내용을 보여주지 못한다, 2. 정도의 차이- 이 기준만 적용하면 무솔리니가 히틀러보다 진보적이라는 의미도 된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절대적인 내용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3. '시장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 지금 정세로 본다면 바로 신자유주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4. 해체주의 방식- 모든 어젠다를 해체해서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여성운동 쪽에서 여성후보 박근혜가 가장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등)이다.

3,4번이 결합된 형태가 진보를 이야기하는 데 가장 옳은 방식이다. 이처럼 진보, 보수는 이분법의 방식으로는 이해가 안된다.

중요한 것은 '보수(한나라당)-중도(자유주의세력 또는 개혁적 보수인 열린우리당)-진보(민주노동당)' 이 세 개의 정치세력 간에 '두 개의 전선'이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정치면에서만 보면 민주-반민주 구도 속에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등에서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으로 분리되지만, 신자유주의 전선으로 보면 신자유주의에 관한 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노무현 정부, 조중동, 재벌'이 모두 한편에 서 있다.

그런데 주된 전선은 '신자유주의 전선'이다. 결국 '진보개혁세력'이란 말을 쓰면 안된다. 진보개혁세력이란 말 자체가 이미 반수구 전선 즉 민주-반민주 구도 속에서 보고 있는 말이다.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은 전혀 다른 세력이다. 물론 시민운동 수준에서는 진보개혁세력이란 표현이 가능하지만(예 : 한미FTA 반대 공대위), '정치 사회'에 관한 한 어떻게 신자유주의적인 개혁세력과 반신자유주의인 진보세력이 하나로 갈 수 있는가. 그런데 자꾸 진보개혁세력이란 말로 진보세력과 개혁세력이 하나라고 보는 것 자체가 바로 민주-반민주 구도라는 '과거의 틀'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확히 이야기했듯이 대연정 제안하면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차이가 뭐가 있느냐.'고 한 것처럼 이들이 '신자유주의 대연합 세력'인데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이 하나로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진보개혁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반쪽에 불과하다. 반수구 전선의 측면에서 사물을 보는 것이다. 진보개혁세력이란 표현을 쓰면 안된다.

노무현 정부는 '민주개혁(4대 개혁입법 등)은 무능하고, 신자유주의 개혁(비정규직 법안, 한미FTA 추진 등)은 너무 유능'해서 탈이다. 국민이 국회 의석까지 과반수 이상을 주었는데 (사회경제적 개혁은 고사하고) 민주개혁조차 못했다는 건 무능이다. 반면 신자유주의 개혁인 비정규법안 통과와 한미FTA 추진은 너무 강력하고 유능하게 추진했다.

민주주의의 퇴보, 파시즘에 대한 우려 등은 단순히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지 못하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양극화를 막지 못하는 데 있다. 이 문제를 풀어주지 않는 한, 대중들은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민주주의이고, 국보법 폐지고, 과거사 청산을 이야기하느냐고 할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비극은 모든 문제가 신자유주의로부터 연유하는데도 국민들은 민주노동당 같은 반신자유의 세력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신자유주의 세력인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민주노동당에도 책임이 있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선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노동당의 비밀당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민주노동당이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줬다. 사회적 양극화 확대시켜 주었지, 부동산 가격 폭등시켜서 서민들 삶 어렵게 만들어 줬다. 자유주의 세력으로는 안 된다는 걸 잘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이 한 게 없다. 오히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반값 아파트란 의제 제기로 히트쳤다.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울산 동구와 북구를 보라. 민주노동당이 울산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얼마나 다른 지역과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모범을 보여주었는가. 별로 못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그 다음에 지는 거다.

진보진영 단결의 기준

이번 대선의 목표는 3가지다. 1. 진보진영의 도약, 2. 자유주의 세력(열린우리당)의 탈신자유의화(좌경화), 3. 한나라당 집권 저지다. 이 순서가 뒤집혀서는 안된다.

진보진영 단결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반신자유주의에 동의하느냐 안하느냐.'라고 본다. 임종인 의원 같은 반신자유의 세력은 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열린우리당, 통합신당은 더욱 우경화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우측으로 통합만이 아니라 '좌측으로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민노당은 진보진영의 '21세기 DJ'다. 작금 민노당을 놓고 진보진영에선 마치 87년 대선 때처럼 비판적 지지, 민노당은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진보 독자론, 범진보 후보 단일화의 대상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기득권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된다는 입장 등으로 나뉘고 있다. 나의 입장은 후보단일화론에 가깝다.

그러기 위해선 민주노동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정확히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평화와 인권, 반핵이 보수냉전세력의 담론이 돼버렸다. 이게 바로 북한 문제 때문이다. 이걸 다시 선취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민주노동당보다 더 좌측에 있는 많은 세력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대선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진보진영이 대항해 싸울 주된 전선은 자유주의적인 신자유주의 세력과 냉전적인 신자유주의 세력, 즉 범여권(열린우리당.민주당)과 한나라당 세력이다. 그런 과정에서 일부 자유주의 세력 중에서 탈신자유주의 세력이 있다면 함께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 등 냉전의 문제는 현재 주된 전선이 아니다. 본말이 전도되선 안된다.


결국 신자유주의.반신자유주의가 큰 키워드인데 그걸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으로 만들어서 대선에서 싸우겠는가가 중요하다.

범진보 진영이 경선을 하자는 건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범위가 문제다.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은 배제해야 되는 것이고, 반신자유주의 세력 내에서 후보 경선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반신자유주의의 구체적인 기준은 뭔가. 당장 현안으로 나와 있는 구체적인 사안은 '한미FTA 반대'다. 이것은 최소한의 기준이다. 또 비정규직 문제, 노동의 유연화에 대한 문제, 공기업의 역할과 개혁에 대한 문제 등 복합적인 주제들을 중심으로 해서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진보진영 집권 후 대안적 고민들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브라질 '룰라'식으로 정책(IMF 고금리 수용)을 펼 바엔 차라리 집권 안하는 게 낫다.


 
지지할 정당이 없는 '75% 국민'에게 선택지를- 새로운 정당 건설 필요

임종인(국회의원·무소속)

내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표는 중산층과 서민들로부터 받았는데, 정책은 특권층과 재벌을 위해서 해왔다. 그래서 현재 한나라당과 비슷한 정당이 돼버렸기 때문에 내가 그 정당에 더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 정당은 해체되어야 한다. 왜냐면 작게는 지지층을 배신했고, 크게는 민족을 배신했기 때문에 이 정당은 없어져야 된다.

그래서 내가 주사바늘로 축구공의 바람을 빼는 심정으로 가장 먼저 탈당했다. 그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는데 그 사람들과도 나는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지금은 혼자 '순수 무소속'으로 다니고 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를 두 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외교안보적으로 "반미면 어떠냐.", "미국에 안 가본 사람이라고 대통령 되지 말란 법 있느냐."라고 해서 자주적인 태도를 취한 것과 사회경제적으로는 "한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 "보통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주겠다."고 해서 당선되었다.

그랬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그럴 생각조차 없었다. '실용주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노선을 정한 이후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한 정책은 지지층을 배신하고 보수층과 특권층을 대변하는 것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판은 한나라당과 대연정 제안이었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차이가 없다.'며 제안하고 열린우리당이 추인한, 대연정 제안으로 인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지지층으로부터 완전히 멀어졌다.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지지했는데 '차이가 없다'고 자인하고 나선 순간 더이상 지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실질적으로 현재 노무현 정권과 한나라당은 정책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대연정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처럼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제안하던 사람을 어떻게 '유연한 진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노 정권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뚫고 1200만 명의 지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 지지자들을 조직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는 형식적 민주화 세력이다. 형식적으로 민주주의에 입각해서 철저하게 보수층의 이익을 대변한 세력이다. 그런 점에서 최장집 교수의 진단에 동의한다.

노 정권이 '포위된 개혁'이었다는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권(권력)을 잡았으면 주체적으로 해결해야지 외부 조건이 어려우니까 안 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개헌 문제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5년 단임제도 괜찮은 제도다. 4년 연임제가 더 낫다는 증거가 없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잘 못 운영한 것을 탓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개방형 경선제 도입' 방침에 대해서 왜 그럴까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정당의 후보가 되어야만이 누가 뽑았는가를 알 수 있고 그 정당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인데, 왜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다른 보수정당과 똑같이 가려고 하는가. 일본이나 유럽에서 이념정당이나 진보정당에서 정체도 없는 사람들이 와서 투표하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데가 있는가. 의아스럽다.

민노당은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투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과도기적 민주화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두 정권에서 서민대중의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좋아지지 않았다. 노 정권에서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잘못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엄중한 정도를 넘어서 매우 가혹할 것이라고 본다. 5.31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노 정권에 대한 심판 기조가 대선과 내년 총선에도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 정치판이 확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민주당의 정책과 실제 행동을 보면 '한나라당 호남지부'나 마찬가지다. 이런 정당과 한나라당과 비슷하게 간 열린우리당이 정개개편해서 통합해봤자 국민들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다. 통합신당이 나타나도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은 계속해서 똑같은 형태로 있을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나뉘어서 다른 세력을 포괄할 용의는 없는가. 현재 지지할 정당이 없는 '75%의 국민'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투표를 하지 않는 50%의 국민들은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모두 자신들의 삶의 질 개선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분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 50% 즉 서민이라고 생각한다. 투표하고 있는 사람(50%) 중에서도 50%가 지지할 정당이 없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비슷하게 됨으로써 더욱 그렇다.

결국 도합 '75%의 국민'들이 현재 지지할 정당이 없다. 이분들에게 선택지를 줘야 한다. 우리 정당을 선택하면 당신들의 삶을 우리와 함께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민주노동당이 이 부분을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을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75%에 이르는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위력적인 한나라당과 싸움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반한나라당이니까 무조건 표 달라.'는 건 우리 국민들이 절대 허용치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손으로 정치세력을 확 바꿔줄 것이다. 진보진영 모두가 발상의 큰 전환이 필요하다.


 
진보진영 '담론의 방식'과 '정치지도자(인물)' 고민해야

김민웅(성공회대 교수)

진보진영이 정세 분석과 세력 결집에 대한 논의와 전략을 세운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현실과 맞닥뜨렸을 때에 두 가지 정도의 고민을 추가했으면 좋겠다. 바로 '담론의 방식'과 '정치지도자 또는 인물'. 이 두 가지 문제이다.

진보진영이 결국은 대중들과 얼만큼 깊게 결합해서 역사적 주도권을 계속 행사하고 실현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한데, 여기서 가장 큰 관건은 정책, 전략 이 모든 게 대중들이 받아들여서 결합할 수 있을 때만이 비로소 관철되는 것이다.

여기엔 이런 문제가 있다. 혹시 진보진영이 대중들과 결합해나갈 때 우리들의 언어나 소통방식이 너무나 어려웠던 것은 아닌가. 정말 대중들과 가슴으로 만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불철저했던 것은 아닌가. 우리들끼리의 소통방식에만 주력했던 것은 아닌가.

따라서 인간의 본질, 문화의 문제 등 담론의 방식(어법)에 있어서 대중들의 가슴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들의 영혼을 얻지 못하면 끝나는 것이니까. 그런 점에서 진보진영이 과거에 익숙해왔던 방식에서 철저하게 결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롭게 뭔가를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이 정말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청계천 하나라는 아주 쉬운 담론을 가지고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것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그걸 대체할 만큼의 대중적 담론을 우리는 얼마나 갖고 있을까 하는 그런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상현 민주노동당 기관지위원장이 스스로 지적한, 민주노동당의 '7대 금기' 사항도 당면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오늘날 민주노동당의 역사적 성취나 가치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생각하는 일정한 배타성에 대한 고민을 철저하게 해내지 못하면 과연 민주노동당이 얼마나 대중들과 결합할 수 있을까. 한번쯤은 민노당의 금기 사항을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7대 금기'란 성장론 자체를 거부하는 '성장의 금기',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노동의 금기', 이북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취하기 어려운 '이북의 금기',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이 쉽지 않은 '국회의 금기', 지역 권력을 송두리째 내어주고도 평가 한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울산의 금기', 영원불멸의 위용을 자랑하는 '당명의 금기', 무수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쉬쉬하고 있는 '정파의 금기' 등 많은 금기 사항들이 민주노동당에 아직도 온존하고 있으면서 이를 깨지 못하고 있는 고질병을 말한다.

담론의 문제와 함께 '인물'의 문제가 있다. 이게 정말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치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사람을 놓고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이 어떤 사람을 어떤 식으로 길러내고 내보내고 배출하고 육성시켜나갈 수 있는 전략을 정말 갖고 있는가. 지금 당장 선거를 치렀을 때 내놓을 수 있는 인적자원을 대중적으로 얼만큼 매력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사실 모든 논의를 다 끝내고 나서 '방울을 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인물을 도처에서 찾아내서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게 만드는 일들을 해내지 못하면 어떤 연합, 어떤 정파적 세력의 결집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또 중도 또는 진보적 자유주의자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그 처분을 기다려야 되는 그런 꼴을 또 맞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건 과거에 노무현 현상이라고 하는 것이 아주 파격적으로 우리에게 진보적 기대를 주었지만 결국 역사적으로 담아내지 못한 채 오늘날과 같은 현실을 맞이했던 것처럼, 우리 안에서 내보낼 수 있는, 정말 대중적으로 매력적인 인물들을 얼만큼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고민을 함께 해내지 못하면 진보진영이 대중들과 깊게 결합하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타파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 민주진보진영의 2007년 대선전략(민주노동당 주최) '토톤회 자료집(토론문)' 보기

☞ 토론회 생중계 '동영상' 보기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02/24 [13:0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