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진보진영 비판을 계기로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면서 '진보 논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의 진보진영 인식을 반박하고 있는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연결해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김규완 노컷뉴스 부장 진행 : 노회찬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 네, 안녕하십니까.
◇ 김규완 : 먼저 얘기를 나누기 앞서서요.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저녁 만찬 때, 탈당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집권말기의 대통령의 탈당, 바람직하다고 보시나요?
◆ 노회찬 : 네, 그것은 제가 볼 때는 대통령의 정치적인 앞으로의 처신이나 퇴임 이후의 대통령의 입지, 이런 것과 연관 돼 있는 것 같거든요. 국정운영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이렇게 사실 보고 있습니다.
◇ 김규완 :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논란을 촉발시켰는데.. 노회찬 의원께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진보라고 보시나요?
◆ 노회찬 : 전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지금 청와대나 열린우리당 등이 민주화세력과 진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비극의 출발점이라고 보거든요. 민주화세력은 이미 개혁적인 보수세력과 진보진영으로 분화가 됐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민주화세력으로 다 이렇게 몰아서 보는 것은 오히려 진보진영에 대한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그런 정치적 의도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 이렇게 봅니다.
◇ 김규완 :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 개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들은 진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 노회찬 : 그렇지 않습니다. 진보라는 것은 스스로 진보라고 해서 진보가 되는 것은 아니고요. 시대마다 진보의 개념과 실체는 차이가 있겠습니다마는 오늘날 아주 구체적으로 본다면은 한미FTA에 대한 입장이라든가, 또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한 입장, 주한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입장이라거나.. 이런 것을 가지고 진보와 보수로 크게 구분 할 수 있는 척도가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실제 정책에 있어서는 한나라당과 똑같은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으면서 정서적으로 다르다는 이유로다가 한나라당은 수구보수고 자기들은 진보다, 이렇게 강변한다면 그것은 정치적인 표현일지는 몰라도 학문적으로, 과학적으로 인정하기는 힘든 거죠.
◇ 김규완 : 그런데 일반 많은 국민들이 최근의 범여권 내의 진보논쟁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들만의 리그다, 다시 말해서 자기들끼리 너무나 치고 받는 이념논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누가 보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고 또 일부에서는 오히려 좌파라고 공격까지 하고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나 현 집권세력을 진보라고 하지 않고 부인하는 것은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아닐까요?
◆ 노회찬 : 아니요. 그런데 이것은 좀 일반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보는 것하고 학문의 영역에서 사회과학적으로 진보냐, 보수냐, 중도냐, 구분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에게 어떤 딱지를 붙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회양극화가 왜 이렇게 벌어졌느냐, 그 원인은 뭐고 현 정부는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되느냐하는 이런 사실 중요한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한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이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양극화를 결국에 이렇게 사회양극화를 악화시키는 정책을 폈다는 것이 이제 비판의 초점인 것이거든요. 그런데 사회양극화는 남탓이다, 우리는 실패한 적 없다, 당신들은 관념적 좌파다, 이렇게 역으로 나오니까 논쟁이 복잡해지는 거죠.
◇ 김규완 :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에 진보논쟁을 촉발시킨 계기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예를 들어서 자존심의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진보세력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의도적인 어떤 발언이라고 보시나요?
◆ 노회찬 : 가장 기본적으로는 현 정부가 별로 크게 잘못한 것 없다는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 같고요. 따라서 현 정부는 실패했다, 이런, 이런 비판을 못 견뎌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저는 지금 문제는.. 제가 볼 때는 소위 진보진영의 일부학자와 대통령간의 인식의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과 대통령과의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거죠. 천하가 다 실패했다고 하는데 당사자들은 실패하지 않았다 그러고 실패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굉장히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거죠.
◇ 김규완 : 어떤 분은 진보세력이 일부 관념적 좌파와 결별해야만 진정한 진보가 성립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했는데요. 좌파세력과의 결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 노회찬 : 아 이것은 진보세력이 사실 좌파이기 때문에 진보가 좌파가 결별해야 된다기 보다는 진보세력도 혁신하고 거듭나야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진보세력 내부에 관념적인 그런 경향이 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는 것은 좋은 얘기죠. 진보세력이 어느 세력과 어느 세력으로 나뉘어져야 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요. 다만 이런 얘기를 진보가 아닌 사람이 자신을 진보라고 칭하면서 나머지 전부 다를 관념적이고 경직적인 진보로 몰아치는 식으로 얘기를 하니까 수긍이 안되는 거죠.
◇ 김규완 : 한나라당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진보진영 모두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요. 쉽게 얘기해서 서민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아우성인데 한가롭게 사상논쟁이나 벌이고 있어서 80년대식 관념적 386식의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을 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의 이런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 노회찬 : 사실 지금 이게 한가로운 사상논쟁은 아니고 아까 말씀드렸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민생문제인 사회양극화를 어떻게 극복할거냐, 해결방법을 찾는 과정이거든요. 이런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논쟁이기 때문에 대중성은 없습니다마는 한나라당이 이런 비판을 하는 것은 비판내용도 옳지 않거니와 자격도 없다고 보는 게.. 사실 이 정부 초기부터 현 정부를 친북좌파정권으로 색깔론으로 계속 몰아간 정당이 바로 한나라당입니다. 한나라당이야말로 먹고사는 문제를 외면하고 오히려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통해가지고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정치적 우위를 차지하려고 했던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특히 한나라당은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규완 : 그렇지만 한나라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반 국민들은 이런 논쟁에 대해 관심이 그다지 높은 것 같지 않거든요. 현 시점에서의 이념논쟁이 국민들의 지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겠습니까?
◆ 노회찬 : 그렇습니다. 저는 이것을 이념논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마는 이것은 전문가들의 사실 논쟁이죠. 그래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는 적을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적다고 해서 이 논쟁의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건축학자들이 건축에 대해서 전문적인 토론을 하는 것이 일반 집 사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을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쓸모없는 논쟁인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다만 전문가들의 어떤 토론 영역에 대통령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권력이 개입함으로써 이 논쟁도 오히려 혼란스러워졌고 또 우리 국민들도 대통령이 뛰어들기 때문에 사실은 국민들도 관심을 가지게 된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면 저는 대통령이 오히려 이런 문제까지 뛰어드는 것은 대통령의 적절한 직무수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규완 :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봤을 때, 노회찬 의원께서는 현재 우리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진보세력은 누가 돼야 되고 누가 현재 진보세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노회찬 : 저는 현재 진보세력이 돼야 될 부분은 우리 수많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이면서 가장 또 많은 수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이 분들의 처지를 조금 더 대변하는 것이 이 시대의 진보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민주노동당 스스로 진보세력을 자임하고 있습니다마는 이 점과 관련해서 미흡하고 부족한 것이 많고 스스로 혁신하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규완 :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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