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는 전파력이 순간적이면서 파급력이 막강하다. 따라서 언론보도에 따른 피해는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이다. 한번 잘못된 보도가 나가 명예훼손이나 재산피해를 입으면 구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언론사가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를 해준다고 하더라도 피해구제는 한계가 있다. 그것이 정부정책과 관련된다면 국민생활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 1월 22일 연합뉴스가 한국의 쇠고기, 돼지고기 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ILO(국제노동기구)가 2005년 10월을 시점으로 하여 작년말에 펴낸 ‘직업, 임금 및 식료품 가격통계’에 근거하여 작성한 것이다. 연합뉴스는 뉴스를 파는 도매상격이다. 또 국제기구라는 권위 때문에 언론매체들이 대대적으로 인용보도했다. 신문은 지면을 크게 할애하고 방송은 시간마다 주요 뉴스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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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일 양일간 안양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미국 쇠고기 위생검역 기술협의가 열리는 가운데 회이 첫 날인 7일 검역원 앞에는 시민단체들의 반발 © 에큐메니안 박지훈 기자 | 전문적이거나 복잡하고 난해한 기사는 전달력이 낮다. 그러나 이 기사처럼 감각적이고 단순하며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면 전달력이 높다. 가족 끼리나 술자리에서도 폭리를 취한다는 불평이 터져 나옴직하다. 대부분 매체가 “한국, 소, 돼지고기 값 ‘세계최고’…미국, 영국, 이태리의 5∼6배”라고 선정적으로 보도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자료라면 해당국가에서 거래되는 평균소매가격을 근거로 삼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농림부의 해명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다. 한국은 가장 비싼 한우 등심과 돼지 삼겹살을 기준으로 했고, 통계청이 ILO에 그 같은 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당시의 소매가격과 환율을 고려한다면 쇠고기는 56.44달러가 아닌 37.1달러로 일본의 절반수준이라고 한다. 돼지고기도 14.12달러가 아닌 10달러라는 것이다. 이런 국제기구의 자료는 관례적으로 주무부처가 번역하여 브리핑실에 참고자료로 배포한다. 그런데 민감성을 고려했는지 배포하지 않았고, 연합뉴스가 단독취재한 것 같다. 그럼 출처는 어디인가? 농림부는 해명했으니 연루 가능성이 없다. 노동부는 임금인상을 정당화하는 자료이니 그 가능성이 낮다. 물가당국은 물가안정을 우선시하니 수입개방에 우호적이다. 출처를 밝혀야 한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놓고 미국의 통상압력이 가중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유출동기가 불순하다. 수입재개는 통상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의 문제다. 그런데 미국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지렛대 삼아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잘못된 자료로 국민여론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정권의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농림부 해명을 기사화한 매체는 농민신문, 내일신문을 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축산농가로 돌아간다. 정부는 잘못된 보도-논평을 그냥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농민단체들이 나서 출처와 의도를 밝혀야 한다. 해명자료 보도를 위한 반론권도 주장해야 한다. 앉아서 한숨만 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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