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호남소외론인가, 영남패권주의인가
신당추진 놓고 '지역주의' 사이버에서 치열한 대리전쟁
 
심재석   기사입력  2003/07/03 [17:56]

▲ 네티즌들의 지역주의 들여다보기최근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가장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은 ‘지역주의’이다. 

물론 종래의 망국적 지역주의와는 다른 종류의 논쟁이다. 신당추진과 관련하여 각 세력들이 지역을 바탕으로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서로 상충하기 때문에 발생한 이 논쟁에서 청와대와 신주류는 일관되게 영남진출을 통한 ‘전국정당’을 의식, 호남에서의 기득권 포기를 포함한 개혁을 요구하는데 비해 호남에서는 또 다른 차별과 소외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인터넷 각 사이트에서는 그 성격과 득실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논쟁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행자부의 국장급 인사에서 호남출신들이 배제되었다는 불만이 나오면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김두관 행자부 장관은 경남지역 신문은 보지만 호남지역 신문은 보지 않는다고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밝혀 논쟁을 더욱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최근에는 여기에 신당논란이 가세하여 더욱 큰 논쟁으로 발전하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당정분리 원칙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속은 뻔하다’고 이미 고백한 바 있다. 나아가 ‘10석이라도 좋다’며 전국정당에 강한 의지를 펼쳐 보이기까지 했다.

민주당의 신주류와 개혁당의 유시민, 김원웅 의원도 지역역주의 청산을 위해 신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구주류와 일부 중도파는 호남소외를 통해서는 지역주의를 청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논쟁도 논쟁이지만 인터넷의 각 정치담론 사이트는 논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지역주의 논쟁이 활발한 곳은 서프라이즈((http://www.seoprise.com), 시대소리(http://www.sidaesori.com), 동프라이즈(http://www.dongprise.com)등 이다. 특히 시대소리는 특집으로 코너를 따로 마련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주의 청산위해 신당필요

신당추진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이트는 서프라이즈이다. 서프라이즈의 서영석씨는 통합신당이든, 개혁신당이든 국민경선을 통해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하면, 지역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민주당이 분열되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민주당 구주류가 반발해 민주당이 분당되면, 신당은 전국정당이 되고, 구주류가 이끄는 민주당은 호남의 민국당이나 자민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렇게 되어 수도권의 호남표 일부를 잃더라고 영남표를 분산시킬 수 있고, 총선에서 신당이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시대소리의 논객인 미둥은 호남과 영남의 지역주의는 다르지만 호남의 특수함을 이야기할수록 전라도와 타지역간의 거리는 멀어지기 때문에 호남도 타지역과 똑같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알려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호남 혐오 정서'에 의존하는 방식은 불가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월간 <인물과 사상> 7월호에 기고한 <유시민의 신당 창당,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유시민 의원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인적청산을 통해 신당을 추진하는 것은 ‘호남 혐오 정서’에 의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고,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의원이 민주당 구주류에게 강한 자극을 주어 딴 살림을 차리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런 방식에는 호남민심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강준만, 유시민의 신당창당, 어떻게 볼 것인가, 대자보

한국일보의 고종석 논설위원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신당세력의 전략은 호남 표를 일부러 얻지 않음으로써 영남 표를 얻어왔던 한나라당의 전략과 같다며 비판했다. 이와 같은 신당이 성공하여 전국정당이 된다 해도 지금 민주당의 개혁성에도 훨씬 못 미치는 보수정당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전국정당화는 개혁의 한 수단이지 그 자체로 정당의 이념에 우선하는 절대적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포함한 시스템 개혁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지역 구도를 허물어야 한다는 추미애 의원의 의견에 동조했다.

호남 소외는 영남 패권주의

강준만 교수나 고종석 기자보다 더 강력하게 신당세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이 있다.

본지의 칼럼니스트인 이경렬씨는  한나라당, 호남의 지역맹주, 유시민, 김원웅 의원,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까지 영남패권주의를 이용해 지금까지 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누려온 정치모리배라고 규정하고, 이것을 척결하는 것은 단지 정치개혁이 아니라 문화개혁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국민 개개인이 자성을 통해 영남패권주의 사고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관련기사] 이경렬, [제안] 영남패권주의를 분쇄하라!!!, 대자보

시대소리에서  '바로나야'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민주당 중도파의 중재안도 신주류의 의도에 충실한 기만술이었다며, 영남진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작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에서 노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당시 민주당 주류의 의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서프라이즈에서 분화한 동프라이즈에도 호남정서를 대변하면서 신당추진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지역 차별 문제를 악용하는 호남의 풍토병.

좌파 매체인 진보누리의 논객 진중권씨는 영남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호남소외를 강조하는 네티즌들에게 “정권을 두 번 창출해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헤게모니를 쥐고, 그 자리에 자기들 사람들 다 앉혀 놓고 온갖 비리 사건이나 일으키면서도, 이들은 여전히 자기들이 수구세력과 싸우는 개혁세력이며, 서민들의 이권을 대변하는 진보세력이라 말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미 기득권 세력인 그들이 지역차별 문제를 악용하는 것은 거렁뱅이 근성이라면서 새로운 호남의 패권주의가 진보세력까지 영남패권주의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적청산을 통한 지역주의 청산?

▲ 지역주의 청산을 위해서는 인적청산이 필요하다?!     ©뉴스툰 http://www.newstoon.net/사실 현재 신당논의와 지역주의 논쟁의 핵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다. 신당파는 인적청산을 통해 김대중 색깔을 벗어난 당을 만들어야 영남에 진출할 수 있고, 그래야만 원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중도파마저도 쉽사리 동조하지 않고 있어 그들의 의도대로 쉽게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민주당 중도파의 중재안을 신주류가 받아들인 상태이다. 이것에도 구주류는 반발하고 있어 문제가 쉽게 풀릴 듯 하지는 않다.

선거법 개정 논의, 어디로 갔나?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 청산의 방법으로 내놓은 것은 선거법 개정이다. 중대선거구제로 할 것인지,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로 할 것인지는 좀 더 논의해야 하겠지만, 현재 신당 논란에는 이 선거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

반대파를 과도하게 몰아 부치는 방법으로는 대중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현재 인터넷상의 여론에서 신주류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도 지역주의 청산을 통한 정치개혁은 정치권의 최대 화두이다. 이제 서로를 비난하는 방법은 지양하고 선거법 개정 등의 시스템을 통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이런 노력이 없이는 신주류든 구주류든 인터넷에서 퇴출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7/03 [17:5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