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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치, 진실, 언론’에서 실패했다
조선일보 장학회 출신 정태욱 교수, 조선닷컴에 비판글 올려
 
윤익한   기사입력  2003/06/27 [18:44]

▲조선일보에 정태욱교수의 글     ©조선일보홈페이지
조선닷컴(http://www.chosun.com/)에 조선일보 장학회출신 교수가 조선일보를 정면 비판하는 글을 썼다. 정태욱 교수(영남대 법학부)는 조선닷컴에 있는 ‘조선일보 못참겠다’코너에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전하는 글’을 통해 조선일보가 “정치, 진실, 언어에서 실패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정태욱 교수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전하는 글’, 조선닷컴

정교수는 글의 서두에서 “공존의 체계 안에서 자기의 역량을 타인의 영역에로 효율적으로 관철시키는 것이 정치”라고 말하고 “조선일보는 가장 큰 영향력과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가진 언론의 지위를 남용하여 민주공화국의 관용과 상호성의 덕목을 해쳤다”며 “조선일보가 표방하는 보수주의의 정치는 합당한 보수주의의 경계를 넘어, 미국의 패권주의에 편승하고 국내의 수구세력의 온존에 앞장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교수는 또 “안티조선이나 다른 마이너리티 매체들이야말로 조선일보의 배타적 독선과 오만이 화를 부른 것”이라면서 “조선일보의 ‘정치의 실패’ 혹은 ‘부당한 정치’는 다시 ‘진실의 실패’와 ‘진실의 외면’을 낳고 부당한 정치는 ‘부당한 욕망’이며, 부당한 욕망은 진실에 대해 눈을 감게 만들어 언론의 생명인 진실성은 파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교수는 조선일보가 진정 퀄리티 페이퍼(quality paper)를 지향한다면 지금이라도 이른바 수구 냉전의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교수는 이 글에서 조선일보의 ‘잘못’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냉철히 비판하고 있다. 정교수는 “조선일보가 미국의 패권주의에 편승한다”면서 조선일보의 대미인식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꼬집었다. 정교수는 “현재 세계적인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가장 위협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미국을 들겠다”면서 “조선일보는 부시의 대통령 당선에 환호하였고, 부시가 햇볕정책에 비토를 놓는 것에 쾌재를 불렀으며, 선제 공격론을 천명한 부시 독트린에 대하여 경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이것을 조선일보의 ‘정치의 문제’라고 말하며 “미국의 패권주의에 편승하여 국내적인 차원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꾀하고 군사정권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내 최대의 수구 냉전의 정파와 결탁하여 일을 도모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과거에 누렸던 기득권 지속위한 탐심으로 가득차

정교수는 “조선일보가 북한의 호전성을 과장하고 있다”며 “북한 위협론은 조선일보의 부당한 정치적 욕망이 빚어낸 진실의 호도”라고 말했다. 또 정교수는 “한반도 전쟁위기의 원인을 북한의 호전성과 인권유린의 상황에서 구하는 조선일보의 논법은 마치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의 위험을 과장하여 소위 ‘선제적 방어전쟁’을 일으킨 것, 혹은 후세인의 잔혹상을 부각하여 자신들의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것과 유사한 미국의 위험한 편의주의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현실주의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지적한 부분에서는 “미국에는 강경파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내에도 반전평화 세력 그리고 자유주의의 전통을 지키려는 세력이 많은데, 조선일보는 왜 그들을 홀대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교수는 여중생장갑차 사망사건을 예로 들면서 “조선일보의 정치적 편향성 혹은 무원칙한 현실론은 한미관계의 진실을 애써 외면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교수는 “조선일보는 단지 미국의 패권과 완력의 경이로운 행진에 어떻게 편승할 것인가, 그리고 그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데에만 신경쓰고 있는 듯이 보인다”며 “과거에 누려왔던 명리와 호사를 어떻게 되찾고 또 지속시킬 것인가에 대한 탐심만 가득해 보인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조선일보 게시판에는 정교수의 글에 대해 3백여 편의 글이 오르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 최원상씨(cbccom)는 “요즘은 세상이 망가져 자식이 부모를 때리고 행패부리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며 장학회 출신인 정교수의 글은 패륜적 행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양진욱씨(didkara)는 “조선일보가 그래도 오마이뉴스나 한겨레보다는 낫지 않느냐”며 “사실이든 진실이든 보는 사람이 걸러서 보면 되는 것 아니냐”며 정교수의 글을 비꼬았다. 유재영씨(jyyoo78)도 “자국의 이익이라면 힘으로 밀어붙여 악도 선이라 말하는 미국인들한테 교수님같이 도덕만 주장한다고 얻는 게 무엇인가요”라며 정교수가 이상주의에 경도돼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반면 정대현씨(jdh002)는 “인적, 물적 교류와 이산가족 상봉이 정기적으로 하면서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인도하고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한 것이 진실”이라면서 조선일보의 시각을 비꼬았다. 조기준씨(kjcho51)는 정교수의 지적에 공감한다며 “조선일보기자들은 각성하고 앞으로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못참겠다’코너는 조선일보가 자신들에 비판적인 독자들의 의견을 듣고 지면에 반영할 계획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해당 코너에 다양한 의견이 게시돼도 실제로 조선일보의 편집방향이나 논조는 여전히 변화가 없어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또 조선일보가 안티조선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등 최근의 달라진 모습이 ‘안티조선’이나마 아젠다로 삼아 조선닷컴에 네티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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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6/27 [18: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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