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영국. 어느 은행의 중견간부. 그는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게 된다. 어느 날 아침, 그가 잠에서 깨자 낯선 수사관들은 그를 급습한다. 그는 자신이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통고받고 감금당한다. 그는 재차 자신이 결백하다는 주장과 더불어 사회적인 입지를 밝히려 하지만, 수사관들은 아랑곳 않는다. 게다가 수사관들은 그의 혐의사실 조차 모른다. 철저히 은폐하려 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정작 수사관들은 그의 사건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는 자신과 관련된, 또는 자신의 사건이 어느 것인지 조차 모른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위해 백방으로 뛰지만 기진맥진한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하다가 결국은 '내가 잘못한 거야' 라고 주인공이 점점 자멸해 간다.
결국 주인공은 자기 죄가 뭔지도 모르게 끌려가 "개같이" 한 마디를 남기고 알 수 없는 자들에게 처형되고 만다.
여기까지는 카프카의 '심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6·15선언 이후 최대의 간첩단 사건이라는 일심회. 간첩 혐의자들이 어떤 행위로 대한민국에 해를 입혔는지 실체가 없다. 나는 뉴스를 열심히 뒤졌다. 그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에 해악을 끼쳤는지 정말 눈에 불을 켜고 살폈다.
체포당한다는 것은 신체를 결박당하는 행위. 당하는 입장에서 엄청난 충격이다. 사람을 체포하는데 있어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간첩죄! 이게 아이들 놀이처럼 쉽게 딱지 붙일 수 있는 죄목은 아니다.
일단 체포부터하고 선공개 후수사! 이례적이다.
도대체 얼마나 국가 안보를 위협했길래 어린 자식 앞에서 모욕을 줘가며 수갑을 채워야 했을까? 아이가 자기 아빠가 수갑에 채워지는 관경을 보고 정신이 건강한 아이로 커갈 수 있을까? 핵폭탄 제조법이라도 전달한 걸까? 간첩죄는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로 수사를 하고 증거가 확보된 후 죄목을 확실히 인정할 수 있을 때 공개하는 것이며 당연히 비밀이어야 한다. 간첩죄를 뭐가 다급해서 공개부터 한 다음 수사를 한다는 것일까? 더구나 체포까지 했으면 공개할 필요성도 없다. 이번 간첩단 사건은 수사가 목적이 아니라 공개가 목적이었던 셈이다. 무엇을 노리고 법을 어겨가며 공개부터 했을까? 나중에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되어도 언론이 일단 간첩죄로 낙인찍었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감지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일심회 혐의자들은 미국 간첩 백성학의 경우와 비교해 깃털도 아닌 먼지에 불과하다. 회합·통신 위반죄? 교묘한 산업스파이들이 국익에 막대한 해를 끼치는 현대사회에서 뭐 이런 게 스파이 범죄 축에 드는가? 체포할 정도면 뭔가 국가에 위협이 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했는데...
북한에 사업체를 두고 있는 북한을 왕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했을 법한 행동들이 간첩행위로 둔갑한 느낌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한번쯤 부르며 북한 땅을 밟아보는 것이 꿈인 소박한 국민이라면 기회가 있을 때, 북한 사람과 접촉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 간첩죄로 둔갑된 느낌이다. 간첩혐의자들은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원래 간첩죄란 것은 그냥 뒤집어 씌우면 그만인 것이다. 사건이 진행중이라 무수한 간첩조작사건처럼 무죄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그 때 가서 혐의자와 가족들은 이미 카프카의 심판의 주인공처럼 스스로 자멸하게 될 수도 있다. 그들은 특히 어린 자식들은 그 충격으로 정신과를 드나들어야 할 신세에 놓여지게 된다.
카프카의 심판에서 주인공이 자기의 결백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것처럼 일심회 간첩단이란 작품은 묘한 유사성을 가지고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과연 카프카의 작품만큼 세계를 전율케 할 만한 걸작이 나올 것인가! 세계적인 문학작품을 표절했다고 표절시비에 말려들면 곤란할 텐데...
미국 간첩 백성학의 엄청난 국익 훼손과 반역 행위는 국정원이 상관할 바가 아닌가? 국정원은 국익에는 관심이 없나보다. 진짜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는 외국 간첩에는 열정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국내의 정치세력을 차기 권력을 쥐는 자의 입맛에 맞게 재편성하는 임무가 국정원의 전통적인 임무라는 듯이.
국정원이 국민을 돼지처럼 취급해 온 역사를 국민들은 암암리에 파악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정원의 연출에도 한계가 생긴다. 반드시 민주노동당을 분열시키거나 좌익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대연정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일까? 이 점이 중요한 과제로 관객들에게 감지된다. 민주노동당원이 당의 인물 정보를 북한에 넘겨주었다는 둥, 이런 식의 민주노동당 죽이기를 해 본다. 효과가 있나 없나 국민들 반응을 본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니 정말 민주노동당 정보를 북한에 넘겨주었는지 북한이 다른 경로로 알았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다.
민주노동당 정보를 준 것이 간첩죄인가? 말을 말아야지 이에 대해서 더 이상 이야기하면 하늘이 노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서 김정일은 이 정도의 정보는 서로 떳떳하게 교환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던가 생각된다.
그동안 쭉 간첩죄에 해당되어 오지 않았던 남북한 정보교환 관행을 갑자기 걸고 넘어지기로 했나? 일심회 사건의 간첩 혐의가 미약하니까. 일심회가 간첩단 사건이라면 김대중 시절에는 더 엄청난 간첩단 사건이 수십 번도 터졌겠다. 노무현 시절에도 마찬가지.
그동안의 간첩 사건이 생략된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민주노동당 죽이기를 할 필요가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간첩단을 연출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시절에는 남북한 국민들이 자유로이 통일을 위해, 정보를 교환해도 되었다.
북핵이 터지고 민노당을 국민들이 지지하기 시작하고 좌익의 파워가 부흥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므로 위기의식을 가진 국정원내 미국간첩들이 상부의 지시를 받게 되었을 것이다. '카프카의 심판처럼 무조건 체포부터 해' 증거 없어도 사후에 맞춤 서비스가 있잖아 식이다. 국정원내에서도 간첩단 사건을 두고 서로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혐의 사실이 미진했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국민들이 국정원을 인권유린의 상징으로 보고 있는 판에 몸조심해야지.
카프카의 '심판' 주인공처럼 간첩 혐의자들은 평화로운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자유를 속박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하고 가족의 가슴에 칼을 꽂는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일상으로부터 처형되어 지옥으로 밀려난다. 행복한 삶을 빼앗긴다. 만약 증거부족으로 무혐의 처리가 되는 경우에도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로 일상으로 되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공안당국의 이런 무조건적인 체포와 간첩조작 사건으로 일상을 빼앗기고 지옥으로 축출되는 비극을 당했던가!
분단의 희생물 간첩! 남북한 모든 국민들은 간첩 사건을 남의 이야기로 생각할 일이 아니다. 북한 인권 결의안에 열 올리는 한나라당, 남한 인권은 국가보안법이 잡아 삼켜왔다는 사실은 어찌 보는지? 인권을 강조하면서 같은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을 간첩조작으로 인권유린해 온 권력을 지지했던 전통을 가진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니... 네로의 백성처럼 투우장에서 피를 보고 싶은 모양이다.
우리 자식들이 어느 날 갑자기 심판에서처럼 이유도 모르고 체포부터 당한 다음 간첩이라고 낙인찍힌 후에 나중에 무혐의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남의 일이 아니다. 이웃의 인권유린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인권 유린이다. 그런 인권유린이 국가보안법이란 이름으로 무려 수십 년간 자행되어 왔는데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국가보안법을 신봉한다. 보수 언론은 국민 인권유린에는 관심 없고 미국간첩의 국가반역죄에도 관심 없다.
우리는 지금 자유가 없다. 양심의 자유도 사상의 자유도 북한 사람과 만나 정보를 주고받을 자유도 없다. 통일을 위해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건 당연한데도 말이다. 신자유주의는 억압주의이다. 신자유주의란 통일의 주체인 북한과는 일체 교신하지 말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는 '우리의 소원은 반통일'로 고친 후에, 미국과 일본에 정보를 제공하고 반역하여 권력을 얻어 영화를 누릴 자유인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아무런 힘이 없는 국민을 골라서 심판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리는, 즉 간첩죄로 몰아 죽이기 위한 법이다.
박근혜가 김정일을 만나 한나라당 당적을 통채로 넘겨주는 경우에는 간첩죄 적용이 어렵다. 박근혜는 힘없는 국민에 속하지 않아 수사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제 국가보안법은 거의 사문화되어 힘 가진 자에게는 덤비지 못한다. 민주노동당같이 9석밖에 가지지 못한 새끼 정당 지지율이 143석을 가진 열린우리당과 감히 비슷해졌을 때 간첩단 사건이 부랴부랴 터지게 되어 있다. 간첩 사건을 무슨 추기금을 목적으로 한 결혼식 날짜 공개하듯이 일단 공개부터 할 정도이면 얼마나 급했겠는가!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강한 자는 건들지 못한다. 재판하면 늘 지는 못 가진자이거나 찍어눌러도 반항하기 어려운 약점 잡힌 사람이거나 그런 사람들 중에서 간첩으로 선택되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가난한 사람들 상대로 몇 푼 집어 줄테니 간첩행위 했다고 고백해다오 서로 음모를 꾸밀 수도 있다. 나중에 아무도 모르게 풀어주면 그만이다. 이런 경우는 정치 공작 세계에서 뻔한 일이다. 그러니 어차피 국정원이 공개하는 간첩죄의 진실은 강건너 불이다. 진짜 간첩은 국가보안을 위해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바보라도 이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은가! 공개되는 간첩들은 정치공작용이다.
여러분은 CIA의 음모를 영화나 책을 통해 수없이 목격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국정원은 황우석 사태에도 개입했다. 그 더러움의 경지를 어찌 우리같은 순진한 백성들이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
국가보안법은 백성의 피를 빠는 흡혈귀법이라는 점에서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만하다. 한나라당은 가진 자만 국민으로 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좋아한다. 서민들은 이 점도 명심해 두기 바란다. 국가보안법이 약자만 골라 희생시키는 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빨리 폐지하는 운동에 동참하자. 자국 국민 잡는 법은 폐지하고 시대에 맞게 산업스파이와 외국간첩을 잡는 법을 입법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가보안법 때문에 인권 국가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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