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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안보고 노대통령만 보는 KTV
[기자의 눈] 진보언론 자처한다면 한미FTA 홍보광고 스스로 내려야
 
황진태   기사입력  2006/12/14 [21:33]
기자가 군복무 중에 겪은 일화다. 당시 국군방송이 개국된다면서 영외 중대 규모였던 기자가 복무하던 부대에까지 위성방송설치가 계획되었다. 그런데 병사들에게는 고민이 하나 생겼는데 군입대 전에 통신회사에서 일했던 한 병사의 말에 따르면 위성방송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통신선을 바꾸어 케이블 TV는 더 이상 못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병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위기, 군생활의 화스트 페이스였다! 이내 병사들은 군생활의 유일한 낙이었던 영화채널, 음악프로그램 등의 프로그램명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위성방송이 설치된 이후에도 케이블 TV는 시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병사들은 이러한 질문도 해보았다. 국군방송은 대체 누가 볼까. 당시 병사들도 우스갯소리로 말한 거지만 ‘볼 사람은 없다’는 회의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예측은 결국 자발적 시청이 저조했는지 정신교육시간에 국군방송을 시청할 것을 지침으로 내려왔다. 병사들은 졸고, 간혹 어여쁜 리포터가 나오면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다. 정신교육시간이 ‘북은 주적’이라는 주입반복 시간이니 어쩌면 국군방송이 그나마 ‘다양성’의 측면에서 긍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병사들에게 더욱 고통인 것은 취침점오에 들어가기 전에 시청하던 뉴스 시청조차도 국군방송을 보아야 할 때다.
 
기자가 문득 TV시청과 관련한 군생활의 에피소드가 떠오른 것은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공무원들이 KTV를 자주 보고 잘 알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문구를 보고서였다. 군생활의 유일한 낙이었던 TV시청조차도 정훈참모의 독려로 어쩔 수 없이 시청권이 박탈되는 병사 시절의 씁쓸한 기분을 공무원들도 공감하겠다고 생각하니 자못 동정심마저 유발된다. 국민들도 안보는 KTV, 결국 공무원이 선방할 수밖에 없다!

▲노대통령이 KTV 홍보대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러나 홍보의 문제보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책불신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 국정브리핑

이렇게 노 대통령께서 침이 마르도록 예찬하는 KTV를 간혹 TV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되면 한미 FTA 찬성 진영의 학자들의 인터뷰가 나와서 동물적인 본능으로 곧장 음악채널로 돌린다. 다음과 같은 노 대통령의 말을 들을 땐 몸치임에도 불구하고 기자의 채널을 돌리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국민생활에 중요한 정책,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정책, 한참 쟁점화 되어 있는 정책 등에 관하여 공무원이 잘 몰라서 답변도 제대로 못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공무원을 신뢰하지 않을 것”
 
지금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정책이 무엇인가. 한미 FTA 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인터넷 정치를 통해서 대선에 승리한 노 대통령의 상황인식에 ‘인(人)의 장막’이 끼어있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한미 FTA 구상과 체결과정에서 시민사회를 철저히 배제했으면서도 노 대통령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정책” 등의 어구를 구사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정말 몰라서 답변을 못하는 걸까. KTV에서 나오는 한미 FTA 장밋빛 청사진이 사실은 광우병에 걸렸을지 모르는 뼛조각이 박힌 핏빛 디스토피아란 자명한 사실을 직시하고 외면한 것은 아닐까. 국군방송에서 병사인권이 개선되었다는 보도를 접하는 일선 부대 병사들의 쓴웃음이나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국정브리핑>, KTV, 그리고 국군방송까지 노무현 정권에 들어서서 정부의 언론에 대한 헤게모니화(같은 현상을 정부에서는 국민들에 대한 원활한 정책 홍보가 목적이라고 한다)에 대해서 차기 정권에서는 이들 기관이 ‘돈 먹는 하마’는 아닌지를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기존 언론에 대한 한미 FTA 청사진으로 물들이는 시도에 대해서도 현행 한미 FTA를 비판하는 언론 만큼은 분명 정부와 선을 그어야 한다. 이는 진보언론에 대한 존재론적인 물음이다. 본 기자도 망설였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아서 언급 한다.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 인터넷 <한겨레>, <데일리서프라이즈>에서는 정부 측의 한미 FTA 찬성 광고를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하고 있다.
 
화불단행이라고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한겨레>는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에서 제작한 한미FTA 협상 홍보책자까지 자사 신문에 끼워 배포했다고 한다. 광고의 정치경제학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기사를 통해서 공박한 바 있다. 한 입까지고 두말 할 수는 없는 법, 진보언론의 축에 든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광고 수주에 대해서 각 언론사는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서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지하철에까지 촉수가 뻗어있는 <국정브리핑>, KTV의 FTA 예찬홍보는 과연 누구를 위한 FTA인가. 체계에 의한 언론조작의 대명사로 인용되는 소련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의 어원은 ‘진리’를 뜻한다. 몽매한 노 정권만의 FTA 예찬은 ‘그들만의 진리’로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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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2/14 [21: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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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마디 2006/12/16 [03:30] 수정 | 삭제
  • 대통령이 정책을 홍보하는 채널에 대해서 홍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언론이 기자님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비판을 겨냥한 보도자체가 더욱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묵살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진실되고, 공정한 언론을 기대합니다.

  • 좋은 2006/12/15 [10:50] 수정 | 삭제
  •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져야 할 (진보라 자칭 타칭되는) 언론이, 경영상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통계도 왜곡하고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고 자칫하다가는 나라 망할지도 모른다고 비판받는 에프티에이 광고를 덥썩덥썩 받는 꼴이 심히 우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