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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하면 수출 늘지않고 세수 부족해져
[김영호 칼럼] 조세주권 포기하며 FTA 맺고싶어 발버둥치는 이유 뭔가
 
김영호   기사입력  2006/06/23 [11:05]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으려는 이유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했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다. 나라를 거덜낼 많은 문제를 제쳐두고 세금만 보더라도 그렇다. 세제를 왜곡시켜 부자는 세금을 덜 내고 가난한 사람은 더 내야한다. 왜 엉뚱한 소리를 하지는 모르겠다.

 미국은 외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간접적으로 이용해서 저소득층을 지원한다. 소비재를 거의 무관세로 수입함으로써 물가안정을 도모한다. 1200만이나 되는 불법 이민자를 포함한 저소득층이 불평 없이 먹고살게 하려는 사회정책이다. 그러니 한-미 FTA가 체결되어도 노무현 정부가 말하듯이 수출이 그다지 늘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은 관세를 철폐 또는 대폭 인하해야 한다. 그것은 미국과 FTA를 맺기 위한 1차 관문이기 때문에 불가피하다. 지난해 관세가 국세에서 차지한 비중은 4.9%이다. 지난해 276억7000만달러이던 미국산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관세수입은 크게 준다

 개방체제에 따라 한국도 관세율을 꾸준히 내려왔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이다. 미국의 관세율은 0~3%수준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은 2.5%인데 한국은 8%이다. 한국의 평균관세율은 11.2%이나 농산물은 52%로 높다. 고율의 관세은 농업보호를 위한 장치다.

 미국은 특히 자동차 관세율을 내리라고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FTA가 체결되어 자동차 관세가 철폐되어도 한국의 대미(對美)수출은 별반 늘지 않는다. 반면에 미국산 자동차의 대한(對韓)수입은 급증한다. 세계의 식량시장을 지배하는 미국의 최대관심사는 농업이다. 관세인하를 통해 한국 농업시장의 보호장벽을 철폐하겠다는 전략이다. 관세 인하폭에 따라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급증한다.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차 관련세제를 폐지하라는 미국의 압력이 드세다. 특소세는 없애고 자동차세는 차량 크기에 상관없이 단일세율을 적용하라는 주장일 것이다. 이 문제는 미국이 오랫동안 제기해온 해묵은 통상현안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필코 성사시키려고 벼르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단일세율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한다. 부자나 빈자나 세금을 똑같이 낸다. 특소세는 부가세가 지닌 이런 역진성(逆進性)을 보완하기 위한 세제다. 역대정권이 미국의 통상압력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제정취지가 변질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제는 형해화되어 버린 특소세제를 아예 없애라고 압박한다. 

 배기량 2000cc 이상 승용차의 특별세 세율은 1994년에만 해도 65%이었다. 그런데 그 해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하여 한꺼번에 25%로 내렸다. 이어 1995년에 다시 20%로 인하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 7월 경기부양을 핑계로 자동차 특소세를 또 내렸다. 그 때는 2000cc 이상 14%, 1500~2000cc 10%, 1500cc 이하 7%로 3단계였다. 그것을 2단계로 줄이고 2000cc 이상은 10%, 그 이하는 5%로 인하했던 것이다.

 자동차세는 비영업용 승용차의 경우 800㏄, 1,000㏄, 1,500㏄, 2,000㏄ 이하, 2000㏄ 이상 등 배기량에 따라 나눠 누진과세한다. 차가 클수록 세금을 더 내는 것이다. 지하철 공채도 배기량을 기준으로 매입하는데 이 또한 폐지하라는 압력이다. 미국제 대형차를 더 많이 팔려는 속셈이다.   

 승용차가 대형화하는 이유는 특소세를 계속 인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차세마저 배기량에 따른 누진세율을 없애면 대형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교통체증을 완화하려면 중과세를 통해 대형차의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대형차는 도로를 더 차지하고 도로도 더 파손한다. 기름도 더 많이 쓰고 대기도 더 오염시킨다. 그런데 조세-교통정책은 미국의 통상압력에 따라 거꾸로 간다.

 미국은 보험업을 취급하는 우정본부가 지방세와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고 시비를 건다. 미국 보험업자에 대한 차별대우이니 우정본부처럼 세금을 물리지 말라는 압력이다. 미국투자가 늘어나면 법인세를 올리기도 어렵다. 부족한 세수를 무엇으로 메우려는가?

 소득세를 더 쥐어짜고 집 한 채를 가졌다는 이유로 보유세를 왕창 올릴 것이 뻔하다. 빈자를 더욱 가난하게 부자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텐 데도 말이다. 조세주권까지 포기하며 미국과 FTA를 맺고싶어 발버둥치는 이유를 다시 묻는다. 국민을 바보로 보지 말라.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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